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상공간
양산 소소서원
커피를 매개로 마을과 지역의 공동체가 회복되기를 바랐던 건축주 부부는 기존에 운영하던 작은 카페 한켠에 열린 책방과 공부방을 두고, 전시와 소공연 등 마을의 활동들을 공간에 담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더 넓은 곳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마을의 일상이 되고 싶었던 부부는 카페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담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모여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축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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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전한 마을의 모습을 갖추기 전의 택지지구. 주변에 아무런 단서도 없던 이곳에 건축가는 카페와 임대주택, 건축주 부부의 집을 쌓아 3층 규모의 집을 지은 뒤, 각 공간을 비우는 것으로 건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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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정해지지 않은 채 비워지고 열린 공간들이 마치 옛날 우리네 마을길이 그러했듯, 사람을 연결하고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배경이 되기를 바라본다.
공간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건축. 1층 카페 내부의 도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비워진 공간은 기능이 정해진 공간이 아닌, 대지 내 가장 큰길의 연장선으로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다양한 행위가 가능한 공간이 된다.
비워진 공간을 기준으로 양측면에는 커피를 만들거나 로스팅하는 곳, 툇마루를 두어 자유롭게 오고 가며 쉬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2층과 3층, 그리고 지붕을 지나 하늘이 보이는 보이드(void) 공간. 이 공간을 통해 카페 내부에서는 천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 비가 오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2층은 지상의 비워진 공간(길)을 기준으로 임대주거 3세대가 둘러싼 형태이다. 각각의 임대주거 세대들은 비워진 공간을 통해 수직적인 연계성을 가진다. 2층에 사는 사람들은 창을 열면 아래층 카페에서 만드는 커피 향기를 맡을 수 있고, 3층에 사는 건축주 부부의 경우 바깥으로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안으로는 아래층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다. 비록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이지만, 이 비워진 공간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어져 있는 것이다.
비워진 공간(길) 너머로는 필요에 의해 갖추어야만 하는 주차장, 정원, 계단실로 향하는 동선 등의 작은 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시선적, 동선적으로 열려 있어 마을과 같은 유기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 2, 3층 주거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3층 부부의 집
3층에 올라와 처음으로 경험하는 곳은 마당으로, 삼면이 인접대지로 둘러싸여 있는 대지에서 외부 시선은 차단하면서 텃밭 가꾸기 등을 할 수 있는 활동적인 공간이다.
건물이 완공된 후 건축주 부부는 이곳에서 지역의 예술가, 활동가, 사회복지사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전보다 더 다양한 교류와 활동들을 하고 있다. 공간은 부부를 닮아 꾸밈을 두지 않았다.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형태와 재료를 통해 건축주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늘 바른 생각과 바른 모습을 고민하는 건축주에게 누가 되지 않는 건축으로 남길 바란다.
- JYA-RCHITEC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