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지에 담백하게 풀어낸 집
신공덕동 협소주택
Micro Housing S
녹록지 않은 현장에서 탄생한 흔하고도 담백한 집.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을 비껴간 작은 필지 20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야트막한 언덕 위 동네. 이곳에 위치한 대지는 관련된 법규를 적용하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10~15평 정도에 그치고 마는 작은 땅이었다.
무엇보다 현행 건폐율을 초과하고 대지경계선 바깥 영역까지 걸터앉아 있던 기존 건축물.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건축물의 규모를 가늠한 클라이언트. 생각했던 면적보다 더 작은 대지에 클라이언트는 직접 거주와 임대의 복합용도였던 초기 구상을 임대 전용으로 전환하고, 저층부를 아틀리에 형식의 작업공간, 상부를 임대용 주택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협소주택은 더는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개발과 성장의 하향곡선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나이 든 도시에서, 효율과 가성비를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그리고 그 ‘당연함’은 주택을 찾거나 짓는 일에도 어김없이 적용될 터다. 과거엔 돌아보지도 않았을 도심의 자투리땅에서 건축과 그 너머의 삶을 엿보는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고, 건축가들 역시 그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건축면적 10평. 협소주택의 한정적인 규모를 상징하는 이 숫자는 대지와 만나는 부분인 1층에서 가장 치열하게 분배된다. 신공덕동 협소주택의 경우 2세대의 주택을 출입하는 진입공간과 아틀리에 작업공간을 출입하는 진입공간이 별도로 요구되었으며, 그 틈에 주차장까지 갖춰야 했다. 내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각 출입문은 안팎으로 움직여 회전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 여닫이가 아닌, 좌우로 열려 종방향 공간 활용에 유리한 자동문 미닫이로 계획하였다.
그렇게 건물을 앉히고 난 후 좌우의 공지에 각종 설비 맨홀과 작은 화단을 넣고 나니, 마치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꾹 눌러 채우듯, 건축가의 계획은 작은 땅을 가득 채웠다.
작업실은 1층에서 진입 후 바로 2층 업무공간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놓아 홀을 갈음하였다. 이 계단을 끼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뒷마당을 갖는 응접실 겸 회의실이 나온다.
이토록 녹록지 않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탄생한 집의 겉모습은 오히려 담담하고 담백하게 구현됐다.
대지의 조건과 클라이언트의 의지가 외곽선과 볼륨을 결정짓고, 건축가는 그 안에 적절한 공간구조를 조직한 후 기능에 충실한 개구부를 적절한 리듬으로 배치하였다. 특히 볼륨이 줄어드는 4~5층 부분이 하부와 연속된 덩어리로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기에, 이를 띠창으로 분할해 띄우고 내부에 벽구조를 대신할 작은 기둥 하나를 앉혔다.
건축개요
위치: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용도: 다세대주택 (작업실, 임대주거)
규모: 지상5층
대지면적: 69.00㎡ (20.87py)
건축면적: 34.27㎡ (10.37py)
연면적: 151.57㎡ (45.85py)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사진: 김성철, 정우철
시공: Builder and Builders
설계:Architects H2L / 02.46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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