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주근접의 삶을 실현한 집

조회수 2020. 3. 29. 0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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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릿하우스

슬릿하우스

28평의 협소한 삼각형 땅. 대지의 형태와 적용되는 법규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탄생한 집은 부부를 위한 작업실 위로 단독주택의 조건을 모두 담은 가족의 생활공간을 가진다.

더불어 정북방향 일조권 한계선의 상징인 사선을 모티브로 한 건물의 틈은 자연스레 시선과 움직임을 이끌며, 대지 내 소통과 채광이 단절되지 않도록 했다.
(ⓒ사진. 김성철)

의류 디자인과 판매, 그리고 두 아이의 양육까지 함께 하고 있던 부부는 꽤 먼 거리에 각각 위치했던 삶터와 일터를 한 곳에 모아, 소위 직주근접의 삶을 실현하고자 집 짓기를 선택했다.


경기도 구리시의 야트막한 언덕 위 마을. 95제곱미터(28평)란 숫자로만 가늠했던 삼각형 땅은 인접한 공터 덕에 꽤 넓어 보였고, 중개인에게 전해 들었던 최대 용적률 확보 시의 면적이라면 가족의 집과 사무실, 그리고 임대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여긴 부부는 바삐 토지계약을 체결한 후 건축가를 찾아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정북방향 일조권 높이제한과 대지 안의 공지(건축선 1M 이상 이격) 규정이 상층부 확보와 대지 활용을 강하게 제약하고 있었고, 필수 조건이었던 별도의 지하층 출입구, 법정 조건인 2대의 주차공간, 밀착해 있는 옆집과의 심리적 거리까지 고려하고 나니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는 면적과 가용한 토지는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결국 임대부를 포기하고도 빠듯하였던 거주공간의 최대 면적과 최적 조건을 찾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지하1층, 지상1층 근린생활시설


부부의 작업실 겸 전시장, 그리고 회의실과 창고를 포함하는 근린생활시설(지하1층, 지상1층)은 지하공간의 면적과 환경을 최적화함과 동시에 세장한 필지가 대지 내 소통을 단절시키지 않도록 계획했다.  


1층 공간을 둘로 쪼개어 배면의 필로티 주차장과 정면 도로 사이 숨통을 틔웠고, 이로 인해 분리된 공간 중 삼각형의 좁은 부분에 위치한 공간을 간이 화장실과 보일러실 등 기능실로, 넓은 부분을 작업실과 사무실로, 통로를 필로티 포치로 설정함으로써 공간활용을 최대화했다. 

또한 별도의 지하층 출입을 위해 주택으로 오르는 주 계단실 하부 사선을 그대로 열어, 땅 밑으로 향하는 또 다른 틈을 통해 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주거 공간으로 올라가는 메인 계단실의 난간 옹벽이 하부로 자라나, 마치 천장에서 내려진 난간의 역할을 해 오픈부의 안전을 확보하고 난간을 위한 철물이 부가되는 것을 생략했다.

△ 지상1층 작업실 겸 사무실 (ⓒ사진. 김성철)
△ 지상1층 작업실 겸 사무실 (ⓒ사진. 김성철)
△ 지하1층 작업실 (ⓒ사진. 김성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정면에 작은 선큰이 맞이하고, 선큰을 우측에 낀 채 지하실로 진입하면 작업실, 회의실로 이어지는 지하의 모든 공간에서 선큰을 통한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게 했다.

△ 회의실 (ⓒ사진. 김성철)

2 ~ 4층 주거공간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은 여느 단독주택의 조건을 빠짐없이 담으면서도 대지에 걸맞은 형태적 컨셉을 찾고자 했다. 따라서 정북방향 일조권 한계선이 가리키는 제한의 '사선'을 오히려 디자인 모티프로 삼아, 법적 경계선에 건축의 상부 형태를 오롯이 맡기고 그 사선이 주는 긴장감을 건축의 각 부분에 적용했다.  


테라스를 즐길 수 있는 4층 부의 볼륨, 주택부의 현관인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의 찢긴 틈, 그 아래 지하층으로 인도하는 계단실까지, 건축가는 영역의 한계점을 형태의 시작점으로 전환했다. 

△ 지상2층 주거공간으로 올라가는 외부계단과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작은 필로티 공간 (우측)

대지의 장변에 접근하면 사선의 틈과 캔틸레버 계단 몇 단이 자연스레 시선과 움직임을 2층으로 이끈다.

△ 2층 현관에서 바라본 모습
△ 주방 및 거실 (ⓒ사진. 김성철)
△ 주방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 김성철)
△ 내부계단

△ 3층

3층은 온 가족이 사용하는 드레스룸과 2개의 침실로 구성되며, 4층에는 옥상으로 통하는 여분의 방과 천창을 가진 욕실이 있다. 

△ 3층 드레스룸
△ 3층 포켓에서 바라본 침실
△ 4층 옥상테라스 (ⓒ사진. 김성철)

뚜렷한 선의 컨셉을 유지하고 담백한 텍스처를 원했던 건축주의 바람을 담아 선이 둘러싼 모든 부분은 노출콘크리트와 창호만이 포함되도록 했다. 특히 창호의 경우 넓은 도로와 밀착된 인접 건축물을 고려해, 중요한 몇몇 창호만을 최대화하여 채광과 환기를 확보하고 나머지 창호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소형화함과 동시에 동선의 리듬에 맞추어 배치하였다.


△ 1층 필로티 주차장

대지의 다양한 조건들은 타고나는 성질과도 같고, 건축 프로젝트에서 어떠한 제약조건도 없이 무결한 땅은 존재치 않는다. '슬릿 하우스'는 대지의 형태, 대지에 적용되는 법규, 대지를 바라보는 건축주의 희망을 담담하게 수용해 건축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집으로, 이는 이 집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형태가 사실 대지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솟아난 것임을 보여준다.

①사무실 ②회의실 ③주차장 ④현관 ⑤거실 ⑥주방 ⑦침실 ⑧포켓 ⑨드레스룸 ⑩옥상테라스
①사무실 ②회의실 ③주차장 ④현관 ⑤거실 ⑥주방 ⑦침실 ⑧포켓 ⑨드레스룸 ⑩옥상테라스


건축개요  


위치: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용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규모: 지하1층, 지상4층  

대지면적: 95.00㎡ (28.74py) 

건축면적: 51.96㎡ (15.72py) 

연면적: 213.06㎡ (64.45py)

건폐율: 54.69 %   

용적률: 170.11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주차대수: 2대

사진: 정우철, 김성철(별도표기)  

시공: Builder and Builders

설계: Architects H2L / 02.46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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