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집'이 아닌 '사는 집'으로서의 배려를 담은 집

조회수 2020. 1. 10. 0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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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동 다세대주택 '하얀집'

방화동 다세대주택 ‘하얀집’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약속들이 형태를 결정하는 땅. 보이지 않는 선이 면을 제단하고 그 면들이 모여 건물의 형태를 만든다. 그렇게 드러난 건물의 얼굴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그 익숙하고 지루한, 개성 없는 얼굴에 건축가는 표정을 갖게 하고 싶었다. 화장이 아닌 그 안의 표정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중요한 목표점이 되었다.

'사는 집'과 '버는 집' 그리고 '상가주택'

 

겨우겨우 집 한 채를 마련한 대다수의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 방법이란 본인이 거주하는 집을 미래가치가 담보될 수 있을 만한 곳에 매입하고 적당한 시기에 갈아타거나 아님 어느 정도의 여유자금 또는 은행에 힘을 빌려 갭 투자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선 ‘사는 집’의 가치는 말 그대로 ‘사는’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버는’ 쪽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는 집’이 곧 ‘버는 집’이 되어 왔고, 사는 데에 맞지 않고 불편함이 있더라도 ‘버는 집’의 가치가 높다면 좋은 집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많은 건축주들이 ‘집’의 가치를 ‘자산’보다는 ‘가족의 삶’에 위치시키는 등 ‘사는 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어 ‘상가주택’이 새로운 주거형태로 등장하였다. ‘상가주택’의 기본 거주형태는 건축주 본인이 거주하며, 나머지 주거와 상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는 집’과 ‘버는 집’이 합일이 된 상태이다. 

△ '버는 집'으로서의 수익을 위한 1층 근린생활시설 (무인 카페)

‘버는 집’ 대신 ‘사는 집’을 제안하다.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버는 집’ 짓기를 계획한 건축주에게 건축가는 얼마만큼의 양으로 이 땅을 채워야 더 많이 벌 수 있는지 ‘버는 집’의 노골적인 자세보다 ‘사는 집’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기를 제안했다. 이는 ‘사는 집’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에 ‘버는 집’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버는 집’의 노골적 자세가 아닌 ‘사는 집’으로서 배려를 담기 위해 고민한 건축가와 건축주는 아파트가 가지는 편리성, 쾌적성의 장점을 따라가기 어렵다면 그 그늘인 익명성과 무표정만큼은 벗어나 집에 표정을 담고자 했다. 


표정은 주체에 대해 객체가 느끼는 감정의 모습으로, 집이 표정을 갖는다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이 단순히 그 공간을 점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집과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이고 ‘사는 집’이 되기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 필로티 주차장 및 주출입구
△ 알루미늄 루버의 형태

표정을 만들기 위해 건축가는 한쪽이 사선으로 접힌 ㄷ자 형태의 알루미늄 루버를 사용하였다. 이는 단순히 면과 선의 다층적 구성을 통해 외부에서 보이는 표정의 변화만을 의도했다기보다는 비록 작은 원룸이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창을 통해 밖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집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표정을 내부에서도 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 필로티 주차장
원룸세대
빌트인 가구를 사용해 컴팩트하게 구성된 원룸세대는 작은 면적이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의 편리성과 쾌적성을 고려하였다.
△ 거실 겸 침실의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욕실은 샤워공간 및 양변기와 별도로 세면대를 분리하여 배치했다.
△ 알루미늄 루버가 설치된 창은 집의 다양한 표정을 내부 침실에서도 다채로운 풍경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복층세대
4층 - 5층 복층으로 구성된 세대는 실면적은 크지 않지만, 테라스를 통해 넓은 공간감을 제공한다.
△ 4층 거실 겸 주방
△ 정북일조사선 제한으로 생긴 4층 테라스
△ 5층
△ 5층
△ 5층 욕실
△ 5층 침실은 벽면에 수납장을 계획하고 내부에 단차를 두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세대수를 늘리고 1층 상가를 계획하여 임대 '수익'은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되 편리성, 쾌적성과 함께 집에 표정을 담음으로써 ‘사는 집’에 살며 '버는 집'을 원하는 건축주와 ‘버는 집’에 살며 ‘사는 집’에 살고 싶은 임차인 모두의 욕망을 실현시켜주기를 기대해본다.


건축개요     


위치: 서울 강서구 방화동

용도: 다세대주택, 근린생활시설(무인카페)

규모: 지상5층

대지면적: 174.00㎡ (52.64py)

건축면적: 104.04㎡ (31.47py)

연면적: 336.94㎡ (101.92py)

건폐율: 59.79%

용적률: 193.6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사진: 최진보

시공: 쓰리스퀘어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 02.6959.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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