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임대용 사무실이지만 주위에 옛 것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에서 건축이 낮선 이방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기를 바랐다.
전벽돌을 듬성 쌓아 만든 파사드는 낮에는 햇빛을 흡수하고, 밤에는 내부조명을 쪼개며 한적한 골목길 풍경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경운동 근린생활시설
전망(Brick Mesh)
종로라는 지역적 특성과 운현궁이라는 고궁이 인접해 있는 곳. 한적한 골목길 끝, 40평 남짓의 대지는 일반상업지역이라는 땅의 호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가 필요하며,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제한된 층수(5층 이하, 높이 20미터 이하)와 건축면적만이 가능한 이곳에서 임대면적 확보와 수익률 극대화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임대용 사무실을 짓고자한 의뢰인은 수익성이라는 건물 본연의 용도에 충실하면서도 지역성을 갖는 의미 있는 건축을 짓고자 하였다.
지역 속으로 스며든 건축
옛 흔적을 지닌 지역에서의 건축활동은 도시의 컨텍스트를 거스르기 쉽다. 없던 것이 새로 생겨서 그러하고 현대의 건축적인 요소가 그러할 수 있다. 따라서 사무용 건물이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주위의 전망을 쉽게 바라볼 수 있으면서도 외부에서는 지어진 건물이 낮선 이방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기를 바랐다.
대지여건상 형태 자체보다는 재료와 입면구성을 통해 너무 예스럽지도 않으면서 현대와 잘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랬고, 결국 가장 친숙한 전통재료인 전벽돌을 사용하여 건물을 엮어 나갔다.
건물의 입구에서부터 건물의 이미지를 반영한 대문은 투박하지 않으며 작은 홀까지 이어진 바닥의 전벽돌 마감은 건물의 이미지와 어우러진다.
전벽돌 영롱쌍기로 건물을 감싸는 외벽은 낮에는 자연광을 한껏 받아들이고 밤에는 내부인공조명의 빛을 쪼개 골목으로 쏟아내며,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자연스레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건물옥상에는 사용자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두어 종로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심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