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곤지암 단독주택

조회수 2020. 7. 9.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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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집짓기를 통해 상처를 보듬다

곤지암 단독주택 '품'

노후를 위해 집짓기를 시작한 부부.

불량업체에게 입은 금전적 손해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아늑한 자연의 품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 이름을 '품'이라 지었다.

두 팔 벌려 마당을 감싸 안은 집. 내부의 모든 창을 통해 집은 마당을 품고, 건너편 야산은 다시 마당과 집을 품는다.

두 아들이 출가한 이후 서울 근교에 집을 짓고 노후를 즐기고 싶었던 부부. 그러나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맡아서 공사를 해준다는 업자는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도면들을 짜깁기한 채 제대로 설계협의조차 하지 않았고, 급기야 토목공사를 하던 중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었다.

금전적 손해와 마음의 상처로 집짓기를 포기하고 싶었다는 건축주는 마음을 다잡고 설계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기 위해 건축가를 찾아왔다.

도로를 따라 오르면서 보이는 집은 쉽사리 마당을 보여주지 않는다. 얼굴이 궁금하면 안으로 들어와서 보라는 것 같다.

▲ 현관과 주차장 나무의자

대지 이야기

경기도 광주 곤지암. 산기슭을 굽이 올라가면 비로소 닿는 곳. 이곳에 집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달리 대지는 넓게 펼쳐진 마당을 저 멀리 야트막한 야산이 둘러싸며 적절한 개방감과 함께 부부만을 위한 사적인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이러한 땅과 풍경이 메만지는 형상을 따라 자연스레 집이 배치되었다.

집은 두 팔 벌려 마당과 부부를 감싸 안는다.

단차를 활용한 공간구성

곤지암 주택은 2개의 마당을 가진다.

경사도로를 거쳐 주차장, 툇마루와 이어진 첫 번째 마당, 그리고 주방, 거실과 연결되어 실내를 확장하고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조금은 더 사적이고 아늑한 두 번째 마당.

그리고 두 마당을 나누는 단차는 자연스레 집 내부로 흘러가 공간의 변화와 개방감을 선사하며, 벽이 없어라도 공간의 영역과 성격을 구분한다.

▲ 바비큐장을 위해 마련된 서브주방

부부와 자연 모두를 품다

집안의 모든 창들을 통해 보이는 마당과 그 너머 풍경은 마치 자연이 집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집 내부에 길게 이어진 복도는 일종의 산책로가 된다.

▲ 현관입구와 신발장

▲ 현관 중문을 지나면 그 옆으로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이 마련되어 있다.

▲ 주방에서 보이는 다이닝 풍경

▲ 복도 옆 욕실 및 화장실

▲ 안방입구에 있는 파우더공간

▲ 안방

▲ 드레스룸

▲ 안방욕실

마음을 치유하는 집

건축가는 부부에게 즐거운 숙제를 주었다.

내부 마감자재에 대한 가이드를 주고 본인들이 직접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과정에서 부부는 집이 지어지는 내내 기대감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집을 짓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상처를 받은 부부. 그 상처를 치유하려면 오히려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건축가와 소통하며 집을 짓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품'이라는 집의 이름처럼 따뜻하게 이들을 보듬고 마음을 치유하며,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담아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