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 강병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BMW 530e 시승기

조회수 2020. 6. 19. 16: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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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대로 이해하기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가 되었지만 BMW는 현재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팔고 있지 않습니다. 오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완전 전기차(BEV)만을 판매하고 있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는 530e처럼 모델명 뒤에 전기를 뜻하는 e가 붙습니다. 순수 전기차는 i3처럼 i로 시작하죠. 휘발유 엔진 모델은 530i처럼 i로 이름이 끝납니다. 직관적인 편이 아니라서 다소 헷갈릴 수 있는 작명법이긴 합니다. BMW 5시리즈에는 구동계와 출력에 따라 여러 모델이 존재합니다. 

특히 200마력 중반 정도 힘을 내는 530 급에는 530i, 530d, 530e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530i와 530e는 최고출력이 동일하게 252마력입니다. 530i는 오로지 2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만으로 힘을 뽑아내는데 반해 530e는 520i와 같은 182마력짜리 엔진에 113마력의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탭니다. 엔진과 마력의 수치를 단순 합산하면 295마력이지만, 두 구동계가 최고 출력을 뽑아내는 회전 구간이 다르기 때문에 시스템 합산 출력은 252마력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의 차이가 시작됩니다. 전기 모터의 단독 출력이 100마력을 넘길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530e는 시동을 거는 순간, 아니 전원을 켜는 순간부터 시속 140km까지 도달하는 사이에도 휘발유 엔진을 깨우지 않고 달릴 수 있습니다. 실측 결과, 모터만으로도 15초 내에 100km/h에 도달할 수 있으니 교통 흐름을 빠르게 제치는 페이스까지 대응할 수 있습니다. EV 모드는 조용하면서도 우아합니다. 그렇게 수십 킬로미터를 달릴 수도 있죠.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면 진작 엔진이 깨어나서 연료를 태우며 배기가스를 내뱉고 있을 조건이죠. 분명 같은 디자인의 5시리즈임에도 i나 d로 끝나는 모델과 비교해 가장 정숙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달리는 감각입니다.

전기차의 고요한 주행 느낌에 BMW의 익숙한 하체 감각이 어우러지는 것도 낯설지만 매력적입니다. 아직 5시리즈의 BEV는 없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런 느낌으로 달리니까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이 깨어나며 전기 모터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습니다. 엔진이 꺼질 때는 느낄 수가 없지만, 시동이 걸리는 순간만큼은 엔진의 진동이 살짝 느껴집니다. 계기 표시창에 토크 그래프를 띄울 수가 있는데, 전기 모터로는 약 22kg·m까지 구동력을 낼 수 있고 엔진으로는 30kg·m 남짓 구동력을 부릴 수가 있습니다. 가속 페달을 거의 끝까지 누르면 잠시 쉬고 있던 전기 모터가 다시 힘을 보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순간 토크는 40kg·m을 넘깁니다. 530i와 비교해도 약 20% 가량 높은 수준인데 몸으로 느껴지는 힘은 530d처럼 묵직한 것도 아니고 530i처럼 경쾌한 느낌과도 다릅니다. 바람이 돛을 밀어주듯 여유롭고 사뿐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속력 공식 제원을 보면 530e가 530i보다 0.1초 빠르게 100km/h에 도달합니다. 10.8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 구동 모터의 무게 핸디캡이 합산 토크의 우월성으로 상쇄된 셈이죠.

가속 상황 뿐 아니라 코너링에서도 무게로 인한 불리함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530i 만큼의 생기발랄함은 없었지만 끈끈하게 커브를 물고 버티는 신뢰도는 칭찬할 만합니다. 오히려 275mm나 되는 후륜 타이어를 조금 작게 설정하는 게 운전의 재미나 연비 면에서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배터리 충전에 관해 아무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생 제동 에너지를 이용해 시스템이 스스로 작은 배터리를 충전시켰다가 수시로 방전시키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좀 다릅니다. 운전자가 배터리 운영에 관한 “계획”이 있을 때 더 좋은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PHEV의 시스템 마력과 연비는 결국 충전된 배터리의 전기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주차시 외부 전원을 통해 충전하는 습관과 인프라가 중요하죠. 간혹 PHEV도 충전기 물려주지 않아도 사용에 지장 없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530e를 520i의 파워로 타거나 520i보다 못한 연비를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연료를 태워서 발전기를 돌리는 충전 과정은 예상 외로 부하가 크고 에너지 변환 손실도 많습니다. 저는 주차장에 있는 충전기로 밤마다 전원을 공급해주며 여러 조건의 주행 연비를 테스트 했습니다. 완충하면 EV 모드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36~37km 정도로 뜹니다. 실제 주행 스타일에 따라서 이 거리는 40km 이상으로 늘리는 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를 학교로 데리러 갔다가 장을 보고 외식하고 들어오는 정도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완수할 수 있었으니까요. 여러분 중 하루 주행거리가 40km를 넘지 않는 패턴이라면, 530e는 한 달 내내 주유소 갈 일 없이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 구별되는 차이점이죠. 전기 완충 후 100km 정도 떨어진 촬영 장소로 이동할 때에는 30km/L 수준의 연비를 보여줬습니다. 평균적으로 주행 시간이 한 시간을 지날 즈음이면 충전해 둔 전기가 거의 바닥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감속 상황에서 조금씩 전력을 자체 충전해서 쓰는 일반 하이브리드 모드가 됩니다. 한번에 200km 이상 주행하는 경우에는 약 20km/L 정도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습니다. 배터리 배치를 위해 530e는 연료 탱크도 작습니다. 경고등이 들어오고 한참을 더 달린 후에 가득 채워도 42리터 이상 넣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흘간 800km 정도를 주행한 후에야 비로소 두 번째 주유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점도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조건처럼 내연 기관의 효율이 좋을 때 전기에서 엔진으로 동력을 강제 전환할 수 있는 배터리 홀드 모드 등이 추가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재는 설정 충전량으로 주행 시 충전하는 배터리 충전 모드가 있지만 이는 필요 이상으로 연료를 과다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일반 220V 전원을 이용하면 완전 방전 상태에서 완충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됩니다. 전용 월 패드를 이용하면 그 시간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전기 파워트레인의 효율이 어느 구간에서 유리한지 이해하는 스마트한 오너라면, 530e를 통해 520d의 연비로 530i의 성능을 끌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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