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 강병휘가 타본 제네시스 G80 리얼시승기

조회수 2020. 4. 14. 16: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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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정의하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초 GV80으로 새로운 SUV 부문에 출사표를 내던지고 불과 몇 달 후 G80의 차세대 신형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G70에서 G90까지 세그먼트에 포진한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가장 중추적인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이 G80입니다. 플래그십은 G90이나 소비층이 제한적인 시장이고, G70은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로서 브랜드의 방향성을 100% 대변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준중형보다 준대형 세단의 인기가 뜨거운 국내 시장 상황에 비추어 봐도 G80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할 핵심 모델로 자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5 시리즈나 E 클래스의 세그먼트에 대응해야 하는 역할도 G80의 어깨에 달려있습니다. 디자인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강렬한 인상은 GV80을 무색케 할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하게 흐르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물로 만나 봐도 심미적 평가를 부정하기 힘들 정도의 우수한 실내외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해치백 테일게이트가 없는 모델임에도 5도어 쿠페 스타일의 언어를 그 어느 브랜드보다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죠. 궁금증이 더욱 커집니다. 보이는 것처럼 날렵한 스포츠카의 느낌을 주며 달릴 것인가 말이죠. 

출처: 현대자동차

3.5L 트윈터보 엔진은 강력한 스펙을 갖췄습니다. 이 V6 엔진의 제조사 발표 수치는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인 V8 5.0L와 비교해도 약 10% 정도 마력이 뒤질 뿐 최대 토크는 오히려 더 높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도로에 전해지는 느낌은 '강력하다'는 단어보다 '여유롭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이전 세대 G80의 스포츠 버전과 비교하면 제법 가뿐하게 움직이는 느낌이지만, G70에 탑재되는 3.3 트윈터보 엔진과 비교해서 배기량의 증가나 수치적 출력의 증가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대신 저회전부터 선명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이어지는 토크 감각이 엔진 회전수를 높일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풍요로움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잔잔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내달릴 때 진가가 드러난다는 뜻이지요. 스타일링은 스포티하지만, 운전자에게 스포티한 운전을 유혹하는 파워트레인은 아닙니다. 덩치와 배기량을 감안하면 실 연비는 평균 수준입니다. 가득 채운 탱크라면 도심에서는 대략 400km,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는 약 600km 내외 정도를 달릴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특별히 치우치지 않은 일반적 흐름을 따르는 운전 기준입니다. 8단 변속기는 각 단의 담당 영역의 배분이 훌륭해 전반적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100km/h를 유지할 때 엔진회전수는 1300rpm 부근에 불과할 정도로 낮습니다. 다만, 시승차만의 문제인지 아주 간헐적으로 저단 기어에서 변속 충격이 한 번씩 크게 전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외 패들 시프터에 대한 반응 시간도 우수했고, 적극적인 다운시프팅도 가능해서 수동 모드로 스포티하게 몰아 부칠 때에도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G80이 운전하는 동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승차감입니다. 최근 만나 본 신차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관절 구조를 갖고 있는 듯합니다. 아울러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단서이기도 했죠. 대형 보트로 잔잔한 수면을 가르는 기분입니다. 좋지 않은 노면 구간을 통과할 때에도 스트레스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전방 카메라로 스캔하는 실시간 노면 정보와 내비게이션 기록 정보를 바탕으로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서스펜션은 노면 예측 적중률이 (적어도 국내 노면에서는) 메르세데스 S63의 매직 바디 컨트롤을 능가하는 수준처럼 보입니다. 100% 완벽한 예측이 가능하진 않았으나 발군의 실력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평균적 승차감은 에어 서스펜션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몸의 긴장이 풀립니다. 하지만 시승차의 20인치 타이어를 19인치로 변경한다면 더 뛰어난 노면 대응력을 보일 것이란 생각은 들었죠. 19인치와 20인치 타이어는 접지 면적도 동일합니다. 하체 설정 자체가 스포티한 감각을 전혀 지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20인치 타이어는 어디까지나 장식적 요소에 불과합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커스텀 등 네 가지를 마련해 뒀습니다. 

각자 모드별로 파워트레인의 성향, 운전대 무게, 승차감 등이 달라집니다. 엔진의 진공 대신 모터로 작동하는 브레이크 배력 장치 덕분에 페달 감각도 소폭 달라집니다. 통합 모듈형 브레이크는 G80이 전기차 버전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예상하게 합니다. 기존 현대차에서 보이던 스마트 모드가 빠졌는데, 이는 커스텀 모드에서 엔진 반응 설정에 고를 수 있는 형태로 통합되었습니다. 실내는 몇 달 앞선 GV80과 비교해도 한층 더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입니다. 특히 옵션으로 마련된 2열 전동 시트 패키지는 해당 클래스의 뒷좌석에서 누려볼 수 있는 최고의 호사죠. A7이나 CLS처럼 세단 기반에서 파생된 대형 쿠페형 세단 모델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장비입니다. 쿠페형 루프라인에서 2열 리클라이닝을 제공하려면 내공 있는 패키징 실력이 필요합니다.  

기계적 관점에서 3.5T보다 2.5T 엔진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AWD 시스템이 필수 아이템은 아니라고 봅니다. 엔진 출력에 비해 후륜 타이어가 주는 접지력의 한계가 모자란 느낌이 없습니다. 겨울이 걱정된다면 윈터타이어를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니까요. AR 내비게이션은 보다 그래픽을 고급스럽게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메뉴와 내비게이션 그래픽은 차분한 톤으로 구성했는데 AR은 너무 화려하게 치장해 통일된 느낌이 아쉽습니다. 부드러운 하체로 인해 바디의 움직임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착석 위치를 조금 더 낮추는 것도 안정감을 더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G80은 고객 뿐 아니라 제조사의 이목까지 사로잡을 상품성을 잘 갖췄습니다. 독일 3사가 그간 G80을 진지한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3세대 신형은 그들의 벤치마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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