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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카레이서 강병휘가 직접타본 제네시스 GV80 시승기

조회수 2020. 1. 31. 17: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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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 이 차의 진정한 가치는?

지난 90년대부터 다양한 SUV 기종을 출시해 라인업을 구축해오고 있지만 사실 현대차 그룹에서 이런 종류의 자동차는 처음 만들어 봤습니다. 단순히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만든 첫 SUV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GV80은 모노코크 타입의 차체에 세로배치식 파워트레인을 결합한 첫 번째 SUV입니다. 

그래서 출시 전부터 개인적으로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세로배치 엔진은 차를 마주하고 후드를 열었을 때, 엔진의 배치 방향이 좌우가 아니라 차체의 길이 방향과 나란히 세로로 놓입니다. 전후 및 좌우 무게 배분에 유리하고 효율적 접지력을 구현하는 구조죠. 참고로 과거 갤로퍼나 테라칸은 세로배치 엔진이나 프레임 바디를 사용했고, 현행 베뉴부터 팰리세이드에 이르는 라인업은 모두 가로배치 엔진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별성은 측면 디자인에서부터 대담하게 드러납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선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하면서도 도발적인 자태를 그려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차가 앞쪽으로 발진해 나가는 순간을 캡처한 듯, 후방으로 웅크리고 있는 자세가 독특하죠. 뒤쪽으로 가면서 점점 아래로 휘어가는 측면 캐릭터 라인,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호를 그리며 떨어지는 루프 라인에 더해 세로배치식 파워트레인 고유의 기다란 펜더가 팽팽한 긴장감을 더합니다. 전륜 휠 중심부터 앞도어까지 넉넉한 길이를 자랑하듯 그 공간에 측면 방향 지시등과 크롬 장식을 덧대어 더 기다란 후드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만듭니다. 또한 스포츠카처럼 휠 아치도 굉장히 큰 직경으로 시원스레 파고 올라와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강인하고 높은 SUV의 선입견과 달리 스포티하고 납작한 SUV를 빚어낸 셈이죠. 여타 SUV와 확연히 다른, GV80만의 고유한 실루엣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두 줄기 LED로 차체 네 구석을 모두 휘감는 조명도 새로운 제네시스의 특징입니다. 두 줄로 얇게 나뉜 헤드램프도 독특하지만 옵션으로 마련한 지능형 LED 헤드램프도 흥미롭습니다. 아우디의 매트릭스 LED처럼 상향등을 사용 중일 때 다른 운전자가 나타나면 해당 위치에만 LED 조광 범위를 차단해 상대의 눈부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구현합니다. 실제 야간에 이 기능을 써보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이빔 패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브레이크 캘리퍼의 색상 및 표면 처리도 흔히 보던 것과 약간 다릅니다. 아연 니켈 합금 도금 처리가 되어 통상적인 아연도금 캘리퍼 대비 부식 내구성이 4-5배 가량 향상됩니다.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은 칭찬할 만합니다. 

실내도 주요 스위치 부위에는 G-매트릭스라 불리는 패턴을 세공해 놓은 디테일이 눈에 띕니다. 색감이나 마감 등을 보면 적지 않게 공을 들인 노력이 느껴지지만 딱 한 곳, 운전대 상단의 딱딱한 플라스틱 마감이 마음에 걸립니다. 독특한 2 스포크 형태의 새로운 스티어링 디자인은 지름이 크지 않아 쥐었을 때 의외로 스포티한 느낌입니다. 크기와 무게감을 고려하면 여성 운전자들도 반길 만한 세팅입니다. 네티즌들의 우려와 달리 돌아간 방향이 헷갈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계기판은 8인치 TFT LCD가 기본 사양으로 GV80에서는 더 이상 바늘로 된 아날로그 계기판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럭셔리를 추구하기에는 아름답게 조각해 놓은 아날로그 게이지만한 것도 없지만, 자동차 업계의 최신 유행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겠죠. 변속기 레버는 투명한 원형 다이얼로 색다른 감각을 줍니다. 두 단계의 클릭 반발력을 설정해두어 시선을 옮기지 않고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14.5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그래픽과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진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동급 수입 브랜드와 비교해도 크고 예쁜 그래픽입니다. 하지만 운전석에 자리 잡고 화면을 터치하기에는 그 위치가 약간 멀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손 글씨를 인식하는 원형 컨트롤러 사용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2열 좌석은 활용도가 뛰어납니다. 등받이 조절 각도가 크고 슬라이드 기능을 통해 트렁크 공간과 레그룸 확보 사이의 최적점을 찾을 수 있죠. 3열은 낮은 지붕 형상 때문에 성인이 장거리 이동하기에는 조금 불편해서 주로 아이들 차지가 될 것 같네요. 아무래도 5인승 시트 구성이 GV80이 추구하는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은 제네시스가 완전히 새로 개발한 유닛입니다. 저회전에서 부드럽게 찰랑거리고 고회전에서 고운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독일산 6기통 디젤과 비교하면 진동 수준도 인상적입니다. 디젤과 고급차량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잠재울 수 있을 실력입니다. 실용 영역부터 꾸준하게 60kg∙m의 높은 토크를 발휘해 여유 있는 추진력을 제공합니다. 가속이 날카롭지는 않아도 꽤나 묵직하게 밀어주는 느낌이죠. 8단 오토매틱도 탑승객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럽게 변속을 마칩니다. 원하는 속도까지 올라서는 과정에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운전을 하면 할수록 차의 성격은 명확합니다. 동력계의 성격은 스포티함보다는 진중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스릴 대신 평온함이 맴돕니다. 철저하게 고급 SUV 상품군을 지향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죠. 향후 체구가 작은 GV70을 더욱 스포티한 감각으로 조율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한편 세로배치식 동력계 덕분인지 GV80의 하체 감각은 제 기대치를 뛰어 넘었습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상하 움직임이 여유로운 편입니다. 전륜보다 후륜에서 진폭이 살짝 크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2열에 앉았을 때 1열보다 더 나긋한 승차감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뒤뚱거리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바퀴가 노면 굴곡을 신속히 추종하는 포용력을 보여줍니다. 


도로 이음매나 노면 함몰 구간에서도 덜컥대는 충격이 전달되는 모습도 찾기 어렵습니다. 잠든 가족들을 태우고 달리더라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우수한 차체 강성과 무게 배분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면이 불안정한 코너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 보여준 궤적 안정성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외유내강. 부드러운 하체 감각으로 기분 좋은 핸들링을 만들어 내는 건 2톤 넘는 SUV 세그먼트에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자칫 비싸고 화려한 옵션 패키지에 눈길이 팔려 이 차의 가치가 곡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념을 넣지 않아도 기본기가 좋은 맛을 내는 자동차이니까요. 기본 제공되는 편의 장비 리스트도 풍부합니다. 모든 옵션을 다 선택하면 9천만 원이 넘어가지만, 꼭 필요한 옵션을 2~3개 추가해 7천만 원 전후로 출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하면 특별하게 한 부문에서 압도할 수 있는 필살기를 갖춘 건 아닙니다. 대신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평균 이상을 보여주고 있음에 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반응은 제조사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고 하는데, 해외 시장에서도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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