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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껍질로 가방 만들어 1년 만에 6억 번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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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가죽보다 5배 강한 코르크 가죽

가방, 지갑 등 200가지 제품 생산

일본·캐나다 수출도 성공


‘이 지갑이 정말 코르크로 만든 거라고요?’


잡화업체 엘앤제이의 이성민(44) 대표는 하루에도 몇 변 씩 이 질문을 듣는다. 엘앤제이는 코르크로 물건을 만든다. 와인 병 마개로 쓰는 바로 그 코르크다. 지갑, 휴대폰 케이스, 우산 등 200가지 넘는 제품을 만든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제품이 어색하지는 않을까. 이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동물 가죽과 느낌 똑같은 ‘코르크 가죽’


포르투갈에서 많이 자라는 코르크는 코르크 나무의 껍질에서 얻는다. 나무 속은 그대로 남겨두고, 껍질을 통으로 벗겨 낸 뒤 말려서 만든 것이다. 펼치면 거대한 장판이나 원단 같다.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둥글게 다듬으면 와인 병 마개가 될 정도로 껍질이 두껍다

이성민 엘앤제이 대표

출처엘앤제이


엘앤제이는 이 코르크 원단을 얇게 여러 장으로 가공해서, 종이·패브릭 등을 접착시킨 후 압축해서 ‘코르크 가죽’을 만든다. “코르크 원단이라고 표현하면 그냥 나무 껍질 아니냐고들 하세요. 와인 마개로나 쓰는 나무 조각으로 어떻게 가방 같은 걸 만드느냐는 거죠. 그래서 저는 ‘식물성 가죽’이라고 설명합니다. 동물이 아니라 식물일 뿐 그 피부를 쓰는 건 같으니 ‘가죽’의 정의에 맞는 거죠.”


코르크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있고 부드럽다. 부러질 것 같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없고, 촉감도 웬만한 동물 가죽 못지 않다. 원래 탄성 있는 소재를 2차 가공까지 한 결과다. “그래도 쉽게 부서지거나 물에 취약한 거 아니냐고 묻는 분이 많은데요. 탄성이 좋아서 부서지지 않고요. 물에 오래 넣어 놔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코르크로 만든 클러치백(왼쪽)과 포르투칼 코르크숲에 원단을 구하러 간 이 대표

출처엘앤제이


동물 가죽과 비교해 이점도 많다. 일단 가볍다. 에코백으로 만들면 무게가 140그램에 불과하다. 또 붙어 있던 나무의 질감에 따라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다. “붙어 있던 나무가 다 다르잖아요. 같은 선을 그려도 어떤 건 두껍게 또 어떤 건 얇게 나옵니다. 같은 색으로 염색해도 구현되는 색깔이 원단마다 다르죠. 의도하지 않은 다양함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감성 제품’이 나오는 거죠.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코르크 소재 표면을 샌딩하는 모습

출처엘앤제이


◇2년간 원단 개발, 일본·캐나다 수출


수입업체 회사원으로 일했다. 어느날 서울 명동에서 모피 반대 캠페인을 우연히 봤다. 동물 가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연 형태로 표현한 퍼포먼스였다. 가방이나 옷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동물이 비윤리적으로 도살된다는 걸 알게 됐다. “매년 10억마리 넘는 동물이 가죽 생산을 위해 죽어간다고 해요. 송아지 가죽을 얻기 위해 생후 1년도 안된 송아지를 도살한다더군요.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는 윤리적 소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코르크 가죽으로 만든 백팩

출처엘앤제이


회사 업무차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에 갔다가 코르크로 만든 제품을 봤다. 벽지, 가방 등이 전시돼 있었다. 만져 보니 일반 가죽처럼 튼튼했다. “처음에는 저도 코르크로 만들었다는 말을 믿지 못했어요. 그런데 계속 만져 보니 일반 가죽과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곧 회사를 나와 코르크 가공업에 도전했다. 동물 가죽 이상의 탄성과 강도를 지니면서, 느낌도 부드러운 원단 개발이 필요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지갑이나 가방으로 만들면 조직이 깨지는 문제가 계속됐죠.” 계속 실험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동물 가죽과 코르크의 인장 강도와 내마모성을 비교하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2년만에 동물 가죽보다 5배 정도 강한 코르크 가죽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여한 이 대표(맨 왼쪽)

출처엘앤제이


완성품을 들고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소에 찾아갔다. 원적외선 방출, 탈취, 항균 등 기능을 검증받았다. “오랜 노력이 입증된 거라 정말 기뻤습니다.”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서 ‘동물 가죽 못지 않으면서 좋은 기능도 있다’고 홍보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계속 늘고 있다. 작년 6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출도 한다. 2014년부터 일본에 ODM 형식으로 공급하고 있고, 리브랜딩(Rebranding) 형태로 캐나다 수출도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는대로 중국 수출도 할 예정이다.

코르크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우산. 코르크 가죽이 물에 강해서 우산으로도 만들 수 있다.

출처엘앤제이


◇디자인 강조, 체험형 공방 계획


신제품을 계속 내고 있다. 최근엔 인바이 클러치와 헤이즐백팩을 내놨다. “디자인에 신경 쓴 제품들이에요. 계원예술대와 콜라보하는 등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뜻만 좋아선 안되고, 예뻐야 손이 가니까요.”

이성민 엘앤제이 대표

출처엘앤제이


-어떤 손님들이 찾나요.

“판매 초창기에는 ‘비건’ 손님 비중이 높았어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실천하는 분들이죠. 지금은 일반인도 많이 찾습니다. 특이하다면서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분이 많으세요.”


보다 많은 사람이 코르크를 접하면 좋겠다. “직영매장을 계속 열어서 공방 역할도 할 계획입니다. 친환경 소재를 직접 체험해 보는 거죠.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면 식물성 가죽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코르크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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