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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들이 절 찾아와 가장 많이 하는 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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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줄이려 남의 이름으로 지분 등록

걸리면 거액 증여세, 15년 지나면 면제

부자들 '15년 버텨라', 법조계 '주식 실명제 도입해야'

부자들의 삶은 어떨까요. 우리는 모르는 그들의 은밀한 세계. 부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에게서 들어 본 ‘부자는 머니’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첫회로 요즘 부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상속 문제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명의신탁’을 소개합니다.

◇명의신탁 백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78세 김성문(가명)씨는 요즘 상속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회사 지분 일부를 서류상 친구 명의로 해 놨는데 이를 다시 본인이나 자녀 이름으로 바꿀지 여부를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꾸면 되지. 뭐가 문제냐’ 할 수 있지만 본인이나 자식 명의로 바꾸는 순간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 해서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도움말 : CEO클리닉 곽종철 세무사


김성문씨가 과거 한 게 명의신탁입니다. 내 지분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올려 놓는 것이죠. 내 회사나 주식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요? 어두운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가족에게 지분이 쏠려 있으면 세제 상 불리한 부분이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우리 세법은 가급적 지분이 여러명에게 흩어져 있는 기업에게 여러 세 혜택을 줍니다. 이를 받기 위해 지분 일부를 지인들 명의로 해놓는 거죠. 조세 회피 목적이 분명한 명의신탁입니다.

출처돈다발 모습(왼쪽)과 한 증권사 투자설명회 / 머니코드

또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버지가 갖고 있던 지분 일부를 지인이 매입한 것처럼 꾸미거나, 여성 기업 혜택을 받기 위해 아는 여성 명의로 기업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원이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투잡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신용불량자가 사업을 하기 위해 친지의 명의를 빌리거나, 입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사람 이름으로 여러 개 회사를 만들어 동시에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

CEO클리닉 관계자는 “매출이 커져서 각종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 지위를 잃을까 염려돼 다른 사람 명의로 회사를 만들어 사업 일부를 이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세금을 회피하거나 국가 보조를 받을 목적으로 내 회사나 주식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1인 창업이 많은데 주식 회사 설립을 위해 여러 명의 주주 발기인을 둬야 한다는 과거 규제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규제를 맞추기 위해 명의신탁을 하는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이보다는 어두운 목적의 명의신탁이 많습니다.

출처CEO클리닉 곽종철 세무사가 명의신탁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머니코드

◇걸리면 거액 증여세

명의신탁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합법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게 법상 금지하는 규정이 없을 뿐입니다. 한 마디로 법의 테두리 밖에 있죠. 즉 주식은 아직 실명제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부동산이나 예금은 법상 실명제 대상인데, 주식은 예외인 거죠.


현재로선 과세가 유일한 벌칙입니다. 과세당국은 명의신탁이 포착되는대로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식을 준 건 아니고 이름만 빌려 그대로 내가 갖고 있는 것이지만, 이름을 빌린 사람에게 주식을 줬던 것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죠.

세금 회피나 국가 보조를 받기 위해 명의신탁을 해서 재정에 손실을 끼쳤으니, 과세당국 차원에서라도 세금 부과로 응징하는 것입니다. 곽종철 세무사는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본인 명의로 주식을 환원하란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세금 회피 등 목적이 없었다는 걸 입증하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지만, 입증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출처한 재테크박람회 모습 / 머니코드

◇지분 둘러싼 분쟁 크게 늘어

최근들어 명의신탁과 관련해 두려움에 떠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인이 나와는 친분이 있어서 명의를 빌려주고 있지만, 내가 죽은 후 내 자식들에겐 본인 명의 지분을 내놓으라고 할까’ 걱정이 드는 거죠. 어쨌든 지인 명의로 지분이 돼 있으니 내놓으라고 우기면 고스란히 뺏길 위험이 있습니다.


또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 사망 등 신변의 변화가 생겨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상속인들이 ‘아버지 이름으로 돼 있던 주식이니 내가 상속받겠다’고 주장하는 식이죠. 이 경우 보통 합의를 한다고 합니다. 얼마간 보상금을 주고 지분을 가져오는 거죠. 명의를 빌린 사람 입장에선 억울합니다. 이름만 빌렸을 뿐 내 걸 가져오기 위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세월이 흘러 서로 오해가 생기면서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명의를 빌린 사람은 말 그대로 명의만 빌렸다고 생각하는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선의로 주식을 받았다고 여겨 버리는 것이죠. 곽종철 세무사는 “보통 ‘사업 잘되면 내가 잘해줄 테니 일단 당신 이름으로 주식부터 옮겨 놓자’ 식의 애매한 말을 각자 입장에서 해석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다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소송에서 결국 대표가 자기 주식을 찾아 오긴 했습니다. 자본금을 내고 주식을 발행한 건 대표 본인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세청에 포착돼 거액의 증여세에 가산세까지 부여받았다고 합니다.

출처대형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 머니코드

◇15년 지나면 세금 안내도 돼

이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다시 내 이름으로 주식을 돌리는 명의신탁 환원이 요즘 부자들 사이에 큰 관심이라고 합니다. 특히 가업 승계 과정에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자녀에게 본인 지분을 넘기면서 명의신탁 지분까지 정리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세당국에 과거 명의신탁했던 일이 포착돼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거죠.


의외로 부자들도 허술합니다. 어설프게 대처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던 지인이라고 좋게 해결하려다가 내 걸 제대로 못찾는 경우가 나오고요. 반대로 무조건 소송을 해야 찾아올 수 있다고 착각해 거액의 비용을 들여 쓸 데 없는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CEO클리닉 관계자는 “입증할 자료가 없어야 소송을 내는 건데, 자료가 있음에도 막연히 소송을 해야 하는거라 알고 소송을 내는 경우가 있다”며 “법원 승소 판결문이 있으면 증여세가 나오지 않는 줄 알고 소송을 내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착각입니다. 승소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수억원의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는 부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명의신탁 지분을 헐값 매수하도록 주선했다가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명의를 빌려줬던 친구 B에게 부탁해서, 아주 낮은 가격으로 본인 아들에게 B 명의로 된 주식을 팔도록 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시가를 판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죠.

 이렇게 하면 매매로 처리돼 증여세를 안내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값이 싸도 너무 싼 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명의신탁 주식을 환원한 것으로 국세청에서 의심받았고 조사 끝에 15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합니다. 이 회사 1년 순이익에 달하는 거액이었습니다.

출처금융상담 모습 / 게티이미지

국세청은 ‘차명주식 통합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이런 일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주식 저가 매매 같은 거래를 포착해 조사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부과되는 세금이 매년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국세청은 2016년 “최근 5년 간 1702명의 명의신탁 주식을 찾아내 1조123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금융상담 모습 / 게티이미지

국세청은 ‘차명주식 통합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이런 일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주식 저가 매매 같은 거래를 포착해 조사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부과되는 세금이 매년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국세청은 2016년 “최근 5년 간 1702명의 명의신탁 주식을 찾아내 1조123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고 전문가를 찾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핵심은 ‘제척기간’이라고 합니다. 형사법상 공소시효와 비슷한 제도로, 명의신탁으로부터 15년이 경과하면 적발돼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기간이죠. 피플라이프 관계자는 “의뢰가 오면 일단 명의신탁이 언제 있었는지 확인부터 한다”며 “이후 실제 자본금 납입 같은 내 것이라고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등을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15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하고, 그전에 적발될 위험이 있을 경우엔 예상되는 증여세 및 가산세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바로 이 제척기간 때문에 요즘 명의신탁 관련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IT붐을 타고 창업이 늘었고, 명의신탁 문제도 이때부터 많이 생긴 거죠.

곽종철 세무사는 “납세자보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관련 회의에 가보면 명의신탁과 관련한 의제가 부쩍 늘었다”며 “제척기간이 많이 남은 경우라면 일단은 정상적인 방법을 찾는 게 맞는다고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15년이 지났다고 해서 세금을 안내도 된다는 게 불합리해 보입니다. 주식실명제 도입을 통해 법적 규제를 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아직 법적 규정이 없으니 명의신탁 자체는 합법으로 인정하되 해결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취지의 입장이 나온 바 있고, 학계에서도 주식실명제 도입 주장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정치권 논의는 별로 없어서, 법제화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관계 당국의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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