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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6억개 팔리는 면도기, 100원 배송으로 시장 뒤집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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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정기배송 시스템

디자인 프린팅 티셔츠 사업 접고 재창업 

가성비로 급성장

신청하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정기배송 서비스.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서 일상에 자리잡고 있다. 면도기 등 남성용품을 정기배송하는 ‘레이지 소사이어티’의 김정환 대표를 만났다.

◇귀찮고 비싼 면도날 교체

매일 면도를 하면서도 깜빡하거나 귀찮아서 면도날을 제대로 교체하지 않는 남성이 많다. 가격 문제도 작용한다. 한 개 몇천원 하는 면도날을 며칠 쓰고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레이지 소사이어티는 이런 남성을 위해 면도기 등 다양한 남성용품 정기배송 서비스한다. “괜찮은 물건을, 괜찮은 가격으로, 때가 되면 자동으로 리필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회사 이름 Lazy Sciety는 ‘we support your laziness’를 축약한 말이다. 바쁜 일상 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엔 게을러도 괜찮을 수 있게 돕겠다는 뜻이다. “자잘한 데 신경 쓰는 걸 줄이면 자기 일에 보다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 동반자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출처김정환 레이지소사이어티 대표 / 큐텐츠컴퍼니

◇유학 중단하고 귀국해 창업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 만나면 사업 아이템 얘기만 했고요. 비즈니스 콘테스트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습니다.”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모두가 말렸지만 당장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더라고요. 바로 한국에 들어와 사업자 등록증을 냈습니다. 제가 원래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앞뒤 안가리는 막무가내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새로운 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이후로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출처5중 면도날 / 큐텐츠컴퍼니

디자인 프린팅 티셔츠와 디자인 굿즈를 판매하는 회사를 차렸다. “디자인 콘테스트을 열어 디자이너들이 출품하면, 대중이 투표해 우승작을 선정하도록 했어요. 그 디자인으로 티셔츠 등 제품을 제작 판매해 작가와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일러스트 작품과 작가를 발굴한 뒤 저작권 계약을 맺어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꽤 자리 잡았습니다.”

4년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갈수록 재미가 없어졌다. “심적으로 힘들고 흥미를 점점 잃어 가더라구요. 사업이 어려운 건 당연한데, 단순히 힘듦 이상으로 왜 이렇게 흥미를 잃어가나 생각해보니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이더라고요. 일러스트와 티셔츠 모두 제 영역이 아니었던 거죠.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사업모델 자체만 보고 뛰어들었던 터라, 해를 거듭할수록 힘들어졌던 것 같아요.”

출처레이지소사이어티 제품 / 레이지소사이어티 제공

관심있고 애정 쏟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 “제가 더러운 걸 못참아요. 초등학교 땐 학교 화장실에서 일 보는게 싫어서 점심시간에 집을 다녀왔고, 수학여행 때면 베개와 이불을 따로 가져갔어요. 친구들에게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한다, 설거지는 이렇게 해야 한다, 또 샤워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화장품 보관은 어떻게 하라 등등.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붙은 제 별명이 ‘정환맘’입니다. 엄마처럼 잔소리 한다고요. 대부분 남성이 제 친구들과 비슷합니다. 일이나 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귀찮다고 칫솔이나 면도기는 교체없이 1년까지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바꿔 줄텐데. 혼자 사는 남성은 불가능하죠. 엄마의 잔소리를 사업화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을만 하면 바꿔 쓰라고 각종 생활용품을 보내주는 서비스요. 그때 지금의 서비스(https://bit.ly/36dXlcu)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출처김정환 대표 / 레이지소사이어티 제공

◇무작정 BIC 찾아가 국내 런칭 권리 확보

남성들이 위생용품 중에서 가장 귀찮아하면서 부담스러워 하는 게 면도날이다. 굳이 내가 쓰는 면도기에 맞는 면도날을 검색까지 해가며, 돈 주고 사서 정기적으로 교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면도날보다 싸게 배송까지 해주면 호응이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함께할 사람이 필요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함께 다니다가 한국에 들어온 친구 3명을 불렀다. “다 멀쩡한 직장 다니고 있었어요.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친구는 CFO로, 광고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던 친구는 CMO로, 무역회사 다니던 친구는 COO로 합류했습니다. 여기에 브랜딩 총괄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광고기획자도 추가 영입해 라인업을 꾸렸습니다.”

남은 건 면도기 수급. 당장 면도기를 생산할 능력은 없다. 좋은 면도기와 면도날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BIC’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BIC 면도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일회용 라이터나 볼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알고 보면 세계 3대 면도기 회사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볼펜보다 면도기로 유명하죠. 그만큼 품질이 보증됐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접촉했나요.


“처음엔 연락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당장은 실체 없는 회사라 관심을 두지 않은 거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차례 연락한 끝에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제안했습니다. 이후 1주일만에 긍정적인 답이 왔고, 동아시아 지부와 아시아 지부를 거쳐 본사와의 6개월간 릴레이 미팅 끝에 제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런칭 권리를 받은 거죠.”

출처레이지소사이어티 제품으로 면도하는 모습 / 레이지소사이어티 제공

-초반 순탄하던가요.


“아뇨. BIC은 처음 우리에게 ‘3중날’ 면도기를 제안했습니다. 서양인들과 비교해 수염이 많지 않은 아시안들에게 5중날까지는 필요 없다는 것이었죠. 할 수 없이 3중날로 베타 서비스를 했습니다. 싼 가격 때문이었는지 서비스 첫날부터 가입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루 1000명 이상 정기 배송 신청이 들어왔죠. 

그런데 2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반품과 해지 신청이 줄을 이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불만으로 환불하겠다는 거죠. 사실 타사에 5중날이 있는데 저희 3중날을 쓴다는 것은 스마트폰이 있는데 피처폰을 쓰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결국 서비스 런칭 2주만에 마케팅을 접어야 했습니다. 이 피드백을 모아서 BIC에 전달했고, 이후에야 ‘5중날’ 면도기를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출처김정환 대표 / 레이지소사이어티 제공

 ◇서비스 10달 만에 매출 15배로 성장

6개월 간 5중날 베타 서비스를 거쳐 지난 1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사전 공개 등을 통해 홍보를 열심히 했습니다. 무척 공을 들였죠.” 서비스 런칭 10달 만에 첫 달의 15배로 매출이 커졌다. 사이트에 들어온 소비자 중 실제 구매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구매전환율은 11%로, 이커머스 평균의 5배에 이른다. 경쟁사 대비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은 가격이 최고 비결이다.

-배송 서비스를 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면도날 제조원가는 판매가의 5%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케팅비, 유통비, 이윤 비중이 크기 때문에 비싸게 팔리는 거죠. 우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 중간 유통비도 줄여서 보다 싼 값에 면도기와 면도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첫 달 요금으로 100원만 받는 서비스(https://bit.ly/36dXlcu)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면도기에 머물지 않는다. 판테놀 성분을 함유한 쉐이빙 젤, 로션 등 다양한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쉐이빙젤은 1만개 한정 판매 테스트를 했는데 20일만에 완판됐다.

출처김정환 대표 / 레이지소사이어티 제공

-앞으로 비전이 뭔가요.


“미국에 달러쉐이브 클럽이 있습니다. 미국의 면도기 배송 서비스 회사인데요. 회사 가치가 급성장하면서 유니레버에 10억달러에 매각됐습니다. 편리와 가격을 모두 잡은 배송 서비스에 모두가 공감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은 거죠. 미국은 달러쉐이브 클럽이 나온 뒤로 면도날 가격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우리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면도날 뿐 아니라 다양한 남성 제품에서 가격과 편리 모두 좋은 가치를 드리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면도 잘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따뜻한 물로 얼굴을 충분히 예열한 뒤 면도하는 게 좋습니다. 마른 얼굴에 비누칠만 하고, 면도를 하면 건조하고 수축된 피부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면도기라도 상처가 날 수 있죠. 가장 좋은 건 샤워 중 면도하는 것입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다 보면 스팀 타월 효과가 생기면서 수염이 부드러워져 쉽게 깎을 수 있습니다. 쉐이빙 제품은 원을 그리듯 바르는 게 좋습니다. 누워 있던 수염이 세워지면서 면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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