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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여자들이 99% 듣기 싫어한다는 이 질문

조회수 2020. 7. 15.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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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면 행복하고, 못 하면 불행한가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공부하던 시절. 버스 안에서 연락을 안 한지 오래된 친구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신입생 OT를 갔을 때, 동아리 MT를 갔을 때, 교양 수업 조별 모임을 할 때, 아르바이트에서,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첫 출근을 한 날 낯선 사람들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오래간만에 재회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친구의 메시지를 보니, 그간 인사치레랍시고 빈번하게 들어온 '연애 질문'이 갑자기 생생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남친의 여부를 대답하면 되돌아오는 질문도 항상 정해져 있었다.

곰이 한겨울 동면에 들어가기 전 여름・가을철에 미리 체지방을 비축하는 것처럼, 연애 동면기에 접어들 때마다 ‘그럴싸한 명목’을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상기됐다. 


조금 전 친구의 까똑 질문에도 ‘없어’라는 한 마디로 끝내지 못하고 여유가 없어 ‘못 한다’는 식의 사족을 덧붙이며 내 상황을 변호하지 않았던가? 의문은 계속 꼬리의 꼬리를 물고 번져가기 시작했다. 

“연애하지 않는 상태가
왜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걸까?
혼자인 게 둘인 것보다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사랑의 특별함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마법 소녀물 광팬이었다.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웨딩피치」… 숱한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웨딩피치」의 마지막 회일 것이다. 이름하여 ‘마지막 결혼식(Last Wedding)’.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죽어라!”라고 외치는 마녀 앞에 힘없이 쓰러졌던 여주인공. 마지막 순간, 상처투성이 피치는 칠전팔기 정신으로 몸을 일으켜 남자 주인공과 함께 희대의 명대사를 날리며 함께 아비규환의 적진 한가운데서 대범한 키스 장면을 연출한다.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열도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북태평양 건너 천조국 땅에서 탄생한 여성 캐릭터들의 운명도 피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젤」, 「뮬란」, 「미녀와 야수」…. 


남성 주인공 서사에서 여성은 트로피 같은 존재나 부수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로 등장할 뿐이지만, 반대로 여성 주인공 서사에서 남성은 역경 극복 단계에서 절대적인 도움을 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등장한다.


매스미디어가 주입한 ‘사랑’ 모르핀 주사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장치로 인해 유발되는 상대적 박탈감과 공허감을 다른 누군가의 존재로 잊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내 귓가에 속삭이는 연인의 목소리, 왁자지껄한 친구들의 웃음소리, 쉬지 않고 울리는 메시지 창…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마비시키는 방법은 휘발성 강한 자극적 콘텐츠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미디어를 통해 학습한 탓이다. 


드라마와 영화, 웹툰을 통해 사랑과 로맨스, 심지어 가족애와 우정까지 학습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그와 비슷하게 흉내 낸다. 가난에 찌들고 우울했던 여자 주인공도 사랑에 빠지니 로맨틱 코미디로 인생이 변한 것처럼, 나의 멜랑꼴리한 현실도 드라마처럼 바뀌리라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연애해야 행복, 못하면 불행이라는 장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홀로 생을 영위하는 것은 비주류가 되는 것, 언해피엔딩을 맺는 것, 불행한 삶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학습하며 자란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 가족이란 바운더리 밖에 ‘남겨질’ 경우 신변뿐만 아니라 사회적 여성성—엄마, 아내 등의 역할—을 상실한다는 메시지도 주입받으며 사회화된다. 


이런 사회에서 ‘비혼 하기 좋은 날씨다’라며 여자 혼자 1인 가구를 꾸리겠다고 선포하는 것은 곧, ‘자발적 사회 비주류가 되어 모든 사회적 혜택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겠습니다’라고 공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감정과 사고에 주도권을 잃게 만드는 구닥다리 서사에 우리의 인생을 투영하지 말자.


타인이 나의 행복을 하드캐리 해야 하는 구조에 ‘언제적 이야기’냐며 식상하다고 코웃음을 치자.


스스로 위대한 인물의 성공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이라고 가정해보자. 청중이 기대하는 것은 일개 백마 탄 왕자님 스토리가 아닐 것이다.


“삶의 목표를 로맨스로 한정 짓고 살아가기엔, 우리의 꿈과 욕망이 너무 버라이어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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