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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에 한 물릴 수 없는 약속

조회수 2021. 6. 10.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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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노비의 어느 특별한 하루

1900년대 초반, 조선에  김법순이라는 한 노비가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또 다른 노비 김푼수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김법순은 사랑하는 여인 김푼수와 결혼하기 위해 김푼수의 주인 양반을 찾아가 그녀를 데려가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주인 양반은 김법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푼수를 데려가려면
300냥은 내야 한다!”

그녀는 어려서 중병이 있어 이 집의 하인으로 팔려간 뒤에도 약치료를 받았는데 약 값이 300냥이였으니 그 가격을 계산해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여자 노비의 가격은 50냥 정도였습니다. 300냥은 여자 노비 6명을 살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김법순은 사랑하는 여인 김푼수를 데려가기 위해  가까스로 300냥을 모아 주인에게 주고 그녀를 데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데려간다는 각서에 김푼수와 김법순의 손바닥을 그립니다.

작자 미상, 법순과 푼수의 수표(手票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제 제가 그녀를 데리고 가려는  금에서 그녀의 약 값을 대신  어 드립니다. 300냥 전액을 정확히   액수대로 지불하면서 차후에  일 옛 질병이 재발하거나   기타의 일이 생기더라도  시 도로 물리거나 후회하지  겠다는 뜻으로 이 문서를  성하고 본인 김푼수와 함께  바닥을 사인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사실을 증빙하고자 합니다.”  (융희 4년 (1910년) 음력 7월 30일,  표주 청도에 사는 김법순)

글을 읽을 줄 몰랐던 그들에게 이 문서는 외부의 힘으로부터 서로를 지켜 주는  지구보다 무거운 증명서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술에게 말을 걸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증명서는 소중한 사람을 결코 잃지 않으려는 사랑과 상대방이 아파도 도로 물리거나 후회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저는 이 증명서를 ‘미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증명서에 불과할 뿐이지만 저에게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화가는 아니지만 평범한 노비 김법순이 특별한 하루를 기념하고자 남겼을 이 기록이 100년 전 로맨틱한 아티스트 김법순의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미술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삶 전체가 미술일 수도 있고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상에 미학이 있다고 믿으면 평범한 풍경도, 흔해 보이는 문서도 명화로, 미술 작품으로 보이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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