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 전 여친에게 복수했는데 뭔가 찝찝해요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안녕하세요. 오대오라고 합니다.
제 이야기를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최대한 침착하게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에게는 대학 시절 목숨을 다 바쳐 사랑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노애정. 과 선배이자 84년 쥐띠. 저랑 동갑인 노애정을 저는 짝사랑했습니다.
물론 고백도 했습니다. 제 마음을 표현했고 노애정은 받아주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은 눈치도 아녔죠.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희는 연인이 됐죠.
저희는 데이트를 즐기며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땐 정말 세상이 온통 제 것 같았죠. 더 바랄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애정이가 절 버렸습니다. 제 앞에 나타나지도 않고 헤어진 이유조차도 말해주지 않았죠.
항간에는 그런 말도 있더군요.
"오대오가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미래도 없어서 버림받았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매일을 밥도 안 먹고 미친 듯이 운동장만 뛰었죠.
차라리 이렇게 뛰다 죽으면 애정이가 절 보러 와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실연의 상처는 꽤나 오래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처는 분노로 바뀌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반드시 성공해서 노애정이 내 앞에 나타나도록 만들겠다고.
전 '천억만'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에 재능이 있던 저는 '사랑은 없다'라는 작품으로 소설가 등단에 성공했고 이후 승승장구했죠.
각종 문학상 수상은 물론이거니와 영화화 러브콜도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노애정에게도 연락이 왔죠. 드디어.
엄지 필름이라는 영화사의 PD로 일하고 있더군요. 제 데뷔작 '사랑은 없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나 뭐라나.
Hㅏ... 14년에 걸친 제 기나긴 복수가 드디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너랑 일 못하겠어. 급이 맞아야 같이 일을 하지."
뻥 차 줬습니다. 14년 전 그때 노애정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저도 노애정을 거절한 거죠.
제 복수가 성공한 겁니다, 여러분. (ㅠㅠㅠㅠㅠㅠ)
분명 복수는 성공했는데, 그런데 왜 찝찝함이 남아있는 걸까요?
제 북콘서트에 왔던 노애정이 저한테 한 의미심장한 말 때문일까요?
아까 그러셨죠, 그 여자가 작가님의 전부를 가져갔다고. 제가 생각하기엔 좀 다르거든요. 어쩌면 작가님이 빼앗은 건지도 모르죠. 그 여자의 전부를요."
(노애정)
이거 뭐죠? 이 의미심장한 말은 뭐죠?
우리의 이별에 관해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분명 저는 차였는데, 그래서 복수한 건데. 복수에 성공했으니 제 갈 길 가면 되는데.
왜 찜찜한 거죠?
지금이라도 노애정을 찾아가 헤어진 이유를 정확하게 물어봐야 할까요?
그런데 정작 아무것도 없으면요. 진짜 내가 뭣도 없어서 차인 거라면요.
정말 고민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