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흑인이라 생각하는 백인 여성
흑인인권 단체 NAACP의 워싱턴 스포캔 지부장 레이철 돌레잘.
그는 수많은 흑인 인권과 관련된 캠페인을 이끌었고, 흑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레이철은 단기간에 저명한 인권운동가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했다.
2015년, 레이철 돌레잘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는 사건이 터진다.
그의 '백인' 부모가 레이철이 사실은 백인이라며 흑인인 척 하고 있는 것이라 폭로한 것이다.
부모의 폭로와 함께 공개된 사진 속 레이철의 모습은 누가 봐도 백인임이 분명했다.
거리에서, 방송에서 보던 레이철의 구리빛 피부와 곱슬의 머리카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누구보다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레이철이 실은 백인이라니.
사람들이 놀란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레이철에게는 두 흑인 아들이 있었고, 레이철이 '아빠'라 칭하는 흑인 아버지가 있었으며, 레이철 자신은 누구보다 흑인의 문화를 따르고 있는 사람이었다.
레이철은 이 논란에 자신은 스스로가 흑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강렬하게 흑인임을 느끼고 있었고, 흑인의 역사와 문화 등 모든 것을 공부하고, 마음 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고 말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제가 흑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점차 신체적 특징도 나타났죠. 1998년쯤엔 다른 사람들도 저를 혼혈로 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06년부터 공개적으로 제가 흑인임을 밝혔어요." (레이철 돌레잘)
사람들은 레이철 돌레잘을 두고 '인종전환(Transracia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레이철은 존재 자체가 논쟁거리였다. 사람들은 레이철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흑인이 평생 겪어온 차별을 알지도 못하는 백인이 어떻게 흑인일 수 있느냐는 비난과 모든 인종이 평등하다면 흑인의 문화대로 사는 백인이 왜 존재할 수 없느냐는 논리가 공존했다.
레이철은 백인임을 속이고 흑인 행세를 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흑인 커뮤니티의 비난이 거셌다.
일부 흑인들은 누구보다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레이철의 그간의 행적을 높이 평가하며 레이철과 같은 사람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레이철을 이해하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다.
레이철은 결국 NAACP 스포캔 지부장에서 물러났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도 모두 취소됐다.
레이철은 수많은 단체외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면접 조차 볼 수 없었다.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레이철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은 흑인이라고 말했다.
대중에게 재판받는 기분이에요. 제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정은 끝나지 않았고요. 착한지 나쁜지 백인인지 흑인인지요. 다 필요 없고 백인이라 말하라 이거죠." (레이철 돌레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