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끝판왕 엄태구가 출연하고 싶다는 의외의 예능
(영화에 많이 나오니) 민망했습니다(웃음).
'낙원의 밤'을 보면서 일단 다른 배우분들의 연기에 진짜 많이 놀랐습니다. 대본 느낌보다 더 처절하거나 더 통쾌하거나, 대본으로 봤을 때 이렇게 웃겼나 싶은 장면도 있었고요. 화면에 차가운 느낌 같은 것들이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의 이름은 태구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남자. 거친 삶을 살아왔고, 그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남자,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인 누나와 조카를 지키는 삶을 살고 싶은 남자.
박훈정 감독은 그가 걸어오는 단 한 장면에서도 그의 고단함과 서사가 화면에 온전히 담기길 바랐다. 엄태구도 그걸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았다.
감독님께서 태구가 복도에 처음 등장할 때 얼굴 만으로도 어떤 서사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었어요. 삶의 찌듦과 지침, 누나의 병,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하는 고민, 조카에 대한 걱정... 그런 것들을 품 안에 담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외적으로는 피부도 스킨, 로션만 바르고 거칠게 하고,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어요."
영화에서는 대체로 거친 역할들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밀정'에서는 강렬한 따귀 신을 남긴 하시모토로, '차이나타운'에서는 '엄마' 아래서 불법적인 일을 해온 우곤으로, '택시운전사'에서는 말수 없고 위압감마저 느껴지지만,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중사로 열연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남자다. 예능이나 인터뷰에서 본 그의 조심스럽고 종종 소녀같기도 한(?) 면모와는 완전히 반대의 모습같기도 하다.
평소에 이토록 조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정반대의 캐릭터를 어떻게 이리도 잘 살리나 싶은데, 그는 이 또한 자신 안의 모습이라 말한다.
저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웃음). 외적인 것이나 내적인 것이나 연기 하다보면 (캐릭터와 실제 제가)부딪히는 지점이 있는데 선한 모습이든 악한 모습이든 다 제 안에 있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정해진 답이 없어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 할 때 이것저것 되는 대로, 해볼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가려고 해요.
제가 연기하는 것이니까 일상 생활에서의 모습과 겹치는 지점도 있고, 일상에서는 꺼내지 않는 모습도 현장에서는 꺼낼 수 있는 게 이 직업이 가지는 묘미인 것 같아요."
'낙원의 밤'에서는 특히 거친 액션도 많았다. 모기 한 마리 잡는 것도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 같은 엄태구지만 액션 신을 찍을 때는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간다. 차승원이 걱정했을 정도다.
그 덕분에 '낙원의 밤'에서도 액션 명장면이 탄생했다. 엄태구가 가장 애정하는 액션신은 사우나 신과 자동차 신이다. 그렇게 극한의 액션을 소화해낸 엄태구, 솔직한 심정으로는 맞는 것이 더 편하단다.
맞는 게 편합니다. 맞는 게 잠깐, 순간은 아플 때도 있는데 정말 때리는 것보다는 저는 항상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무술팀 분들께서 프로이시기 때문에 절대 저를 실제로 때리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제가 부딪히는 경우가 있었지 제가 무술팀 분들에게 맞은 적은 없어요. 무술팀 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고, 저는 맞는 액션이 더 편합니다(웃음)."
'동물농장' 애청자인데, '동물농장'에서 불러주시면 나가보고 싶습니다. 동물들과 함께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모습인데, 동물들을 보며 행복해 하는 엄태구. 알면 알수록 반전 매력이 있다. 집에서 딱히 하는 일도, 거창한 취미도 없다는 그의 '소소한 행복'도 바로 반려견 엄지를 보는 것이다.
정말 재미없게 집에 있습니다. 취미도 없고, 그냥 집에서... 별 볼 일 없습니다(웃음). 촬영이 없을ㄷ 때는 심심할 때가 많아요.
(소확행이 있다면) 아무래도 가끔 보는 엄지? 저희집 강아지가 엄지인데, 부모님이 엄지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주신 걸 보면서 웃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