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도 낭만적일 수 있구나
[N's view]
보통 '누아르'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거친 남자들의 목숨을 건 싸움이라던가,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핏빛 화면 이라던가 등등.
그런데 누아르와 쉽게 연결 짓지 못했던 낭만이라는 단어를 이 누아르 영화에선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이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태구(엄태구)가 제주도로 잠시 몸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
영화 '신세계' 등을 통해 누아르의 대가로 불리는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만큼 정통 누아르의 행보를 잘 따라가는 작품이다.
특이한 건 박훈정 감독이 넣어 놓은 하나의 요소 덕분에 전혀 다른 느낌의 누아르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제주도다. 제목인 '낙원의 밤'에서 '낙원'의 배경이 되어 주고 있는 제주도.
그 아름다운 풍경이 '낙원의 밤'이라는 누아르를 낭만적으로 보이게 한다.
대부분의 누아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지만 사실 제주도가 '낙원의 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 주는 건 주인공들의 삶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태구, 상대 조직의 회장을 제거하고 잠시 몸을 숨기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그러나 그를 쫓는 상대 조직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 오는 상황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휴가를 즐기는 곳, 잠시 쉬어가는 곳이 제주라면 태구에게는 삶의 끝에 내몰린 곳이 바로 제주다.
재연(전여빈) 역시 마찬가지. 재연은 제주도에서 유일한 가족인 삼촌과 함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하나 남은 삼촌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비극도 떠안는다.
태구가 삶의 끝에 내몰렸다면 재연 역시 점차 벼랑 앞으로 다가가고 있는 중인 셈이다.
이 둘의 비극적인 사연이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과 맞물리며 더욱 쓸쓸함을 자아낸다.
소주를 나눠 마시며 별이 쏟아지는 제주도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두 사람, 기존 누아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성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런 두 사람이 제주에서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준다는 것 역시 '낙원의 밤'을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태구는 과거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사람을 재연에게서 본다.
그래서일까. '내성적인 갱스터'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내성적인 인물이지만 재연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그의 곁을 지켜준다.
아마 '낙원의 밤'을 보고 난 이후엔 소주 한 잔이 당길지도 모른다.
분명 핏빛 가득한 누아르인데 잔인하다기보다는 괜히 쓸쓸해지는 이 마음. 태구와 재연이 나눠 마시던 그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이 마음.
'낙원의 밤'이 주는 그 여운을 제대로 즐겨보시길 바란다.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