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 보니 심바 너 진짜 짱 나빠
문득 추억 속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보다가 그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동심이 바사삭 됐거나, 현실을 너무 알았거나, 때가 좀 묻은 어른이 되니 문득 달리 보이는 것들, 예를 들자면...
금수정 중 금수저 물고 태어난 심바. 아버지가 동물의 왕이고, 심지어 형제도 없음. 유일한 적자. 캬.
어릴 때부터 어왕심(어차피 왕은 심바)이란 걸 매우 잘 알고 있었던 심바는...
평생 큰 형에게 밀려 왕좌에 엉덩이도 못 걸쳐본 비운의 삼촌 스카에게 아주 해맑게 염장을 지른다.
심바 너 이...
와... 표정...
그리고 결정타.
호기롭게 입성하고, 그 결과는...
왕자에게 호올딱 첫눈에 반해버린 에리얼. 인간을 구해줬다는 말에 극대노하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사람이 되어 왕자를 만나겠다며 찾아간 곳이...
라고 하더니
누가봐도 수상한 곳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에리얼.
이건 마치 당신이 힘들 때 힘이 되는 친구라는 사채 광고를 순진하게 믿고 냅다 사무실 들어가는 사람을 보는 느낌.
목소리를 받고 사흘 간 사람이 되게 해주고, 그 안에 왕자의 키스를 받지 못하면 영원히 마녀의 소유가 된다는 누가봐도 불공정한 거래인데...
냅다 사인을 해버린다.
어릴 때는 분명 마녀만 세상 극악무도하게 느껴졌거늘,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마녀는 분명 아주아주 말도 안되는 계약 조건을 정확히 고지했다.
다 알면서 냅다 사인을 한 것이 에리얼이었다. 허헛.
그리고 그 뒷수습은 결국...
딸을 너-무 사랑한 아버지가. ㅠㅠ
말 안듣는 딸 때문에 바다 생물 다 죽일 뻔 하고 본인도 죽을 뻔 했음에도 결국 딸에게 인간의 다리를 주는 아버지의 맘이 왜 이리도 짠하게 느껴지는지...
어른이 되어 느낀 '인어공주'의 교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어린시절과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도 여전히 재미있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과 '인어공주'. 어른이 된 나의 감상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넷플릭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