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중매 서는 시한부 여자친구, 비정상인가요?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만약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동안 무엇을 하겠는가.
여기 남자친구에게 새 짝을 찾아주기 위해 직접 중매에 나선 여자가 있다.
에디터N 앞으로 도착한 시한부 여성의 사연. 한 번 만나볼까?
안녕하세요. 저는 31살 애비라고 합니다.
시작부터 유쾌하지 않은 말을 전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시한부 환자입니다. 최근에 암 4기 판정을 받았거든요.
임신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그게 암 덩어리일 줄은 몰랐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꼭 저여야 했을까요?
하늘이라도 원망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제가 떠난 후를 상상해 보니, 평생 저만 보고 살아온 남자친구 샘 걱정이 제일 먼저 듭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남자친구와 저는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거든요.
완전 애기였을 때부터 친구였고,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고, 곧 부부가 될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제가 걱정하는 포인트인 거예요. 샘의 여자 경험이 저 말곤 없는 거잖아요. 게다가 얘는 공부만 했던 애예요. 뉴런 밖에 모르는 바보란 말이에요.
이래서는 제가 떠난 뒤에 제대로 된 연애,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남자친구의 짝을 제가 찾아주겠다고요. 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아무래도 저이지 않겠어요?
요즘엔 이런 앱도 있더라고요. 데이팅 앱이요. 여기서 여성분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직접 리스트도 꾸렸습니다.
아, 면접도 봤어요. 한 분씩 불러서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죠.
그때 딱 이 사람이다! 싶은 분을 만났어요. 진짜 괜찮은 분 같았거든요. 샘이랑도 딱 맞을 것 같았죠.
근데 같은 또래인 제가 대신 인터뷰를 하니, 좀 이상하게 생각하셨나 봐요. 무슨 사이길래 이렇게 직접 나서냐고 물으시는 거 있죠?
나중에 밝혀지는 것보다야 먼저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진심을 전했어요.
나는 시한부이고, 남자친구가 혼자 남을 것이 걱정돼 직접 중매를 서기로 했다고요. 결과요?
완전 망했죠, 뭐. 여성분께 된통 욕만 먹었답니다. 역시 이 방법은 무리수였던 걸까요?
그래서 저는 또 요즘 대세라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매칭에 나섰답니다. 파티에 남자친구 혼자 보내는 거죠.
제 순둥이 남자친구는 영문도 모르고 제가 입혀주는 대로 파티에 갔어요. 멀리서 지켜보는데 샘한테 한 여성분이 말을 거시더라고요.
역시 제 남친, 인기 쩔죠?
너무 쿨한 거 아니냐고요? 그래요, 솔직하게 시인할게요. 솔직히 그걸 지켜보는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어요.
그래도 제가 원했던 게 이런 거니까, 이상한 기분도 제가 감수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남자친구가 빨리 새 인연 찾으면 좋은 일이잖아요.
저에겐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요. 떠날 준비를 마저 해 나가야 하죠.
웨딩 반지도 미리 준비했어요. 나중 일을 대비한 거죠. 얘가 센스가 없어서 여성분이 마음에 안 드는 걸 고르면 어떡해요.
최대한 의연한 척 샘에게 반지 케이스를 건넸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화를 냅니다. 죽은 전 애인이 골라준 반지라고 하면서 프러포즈를 하는 게 말이 되겠냐고요.
지금까지 알면서도 장단 맞춰준 건데, 이건 좀 심하지 않냐는 거죠.
하지만 혼자가 될 샘을 위해 지금 해줄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는걸요.
남자친구를 위해 뭐든지 준비해 놓고 떠나고 싶은 제 마음이 너무 이기적인 건가요?
제가 떠난 뒤 샘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에요.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과연 애비는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샘과는 화해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체불가 당신'에서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