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무려 2조 6000억 원이나 쏟아붓는 이유
[지식채널N]
11월 3일(미국기준), 길고 긴 미국 대선 레이스가 마무리 된다.
첫 예비토론이 열린 작년 6월 26일부터 무려 496일이 걸린 기나긴 여정이었다.
496일. 독일의 12배, 프랑스의 24배, 일본의 41배에 달하는 시간이다.
긴 시간 만큼이나 투입되는 비용도 엄청나다. 미국만큼 선거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전체 비용은 인도가 더 크지만, 인구 1인 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미국이 인도를 압도한다.
미국에서 선거는 곧 돈이다.
전당대회에 대략 1억 2000만 달러가 들고 대관료, 교통비, 직원들의 월급, 광고비 등등 모든 것을 합치면 '조'단위의 비용이 든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는 대략 23억 달러가 들어갔다. 한화로 약 2조 6000억 원에 이른다.
돈을 더 많이 쏟아붓는다고 반드시 선거의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힐러리보다 적은 비용을 사용했다.
2020년 경선에서도 마찬가지. 마이클 블룸버그는 지출 기록을 경신했을 만큼 많은 돈을 썼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돈을 많이 쓴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닌데 왜 미국의 선거에서는 점점 더 많은 돈이 쓰이고 있을까? 그 돈으로 누가, 무엇을 사려는 것일까?
미국에도 선거 비용 제한이 있긴 하다.
직접 기부를 통해 쓰이는 공식적인 선거 비용인 '하드머니'는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할 수 없다. 기부자도 물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 때문에 하드머니는 대부분 개인 소액 기부자들의 모금액으로 채워진다.
문제는 규제를 받지 않는 정치 자금인 '소프트 머니'다.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 활동에 쓰이는 자금으로, 모금과 지출에 제한이 없다.
개별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쓰일 수 없는 소프트 머니가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냐고? 바로 '단체'를 통해서다.
예를 들어, 거액의 기부금을 모금한 시민단체,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가 어떠한 정책에 대한 광고를 만들고, 그 광고에 선거의 후보자가 출연한다.
분명 광고에는 분명 후보자가 출연하지만, 이를 '정책 홍보' 광고로 규정하는 식으로 법망을 피한다. 여기에 '후보 등록 전 촬영됐다'는 메시지까지 붙인다.
더 비밀스러운 자금은 '다크머니'다. 정치 지출자가 자기 이름으로 돈을 쓰길 원하지 않을 때 정치적 비영리 단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비영리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다른 이름을 붙인다. '보건 개혁에 찬성하는 미국인'과 같은 이름을 말이다.
이런 간접 홍보 활동에 대한 후보간, 정당간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선거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상승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정당의 후보자 선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지도 정당이 후보자를 평가하는 역량이 되는 것이다.
누가 당선될 지는 돈이 보장하지 않지만, 누가 '출마'할 지는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2016년 기준, 기부액 상위 400명이 전체 정치 기부금의 19%를 차지했다.
기업, 혹은 고액 기부자 개인이 원하는 것은 영향력이다. 많은 돈을 대줄수록 영향력이 커진다. 물론 후보자에게 '직접 기부'가 아닌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2018년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시민 77%가 선거 운동에 쓰이는 금액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여론이 미국의 선거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선거자금 제한에 동의하는 후보자에게는 세금으로 선거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미국 선거에서 '돈' 문제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익스플레인: 투표를 해설하다'에서 25분 만에 알 수 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