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내가 딸린다' 느꼈다는 후배 연기자

조회수 2021. 2. 20.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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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그의 리듬
출처: '제3의 매력'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 윤여정은 양동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연기가 딸려. 대본이 나중에 늦게 쪽지로 나왔을 적에, 내가 아주 결정적인 씬에서 딱 내가 얘보다 연기를 못하는구나 알았어." (딴지일보 인터뷰 중)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양동근과 모자로 출연했던 윤여정은 대본에 있는 "엄마, 어디 있었어?"라는 대사를 "이씨이... 어디 있었어"라고 바꿔 말하는 양동근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단다. 

'얘는 완전히 고복수가 되어있구나'  

솔직함이 매력인 윤여정의 칭찬이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으리라. 
양동근은 무려 9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1987년 '탑리'로 데뷔해 '서울뚝배기', '관촌수필' 등에 출연했다. 

타고난 연기천재가 있다면 양동근이 아닐까 싶었다. 성인 연기자들 틈에서 양동근은 그저 귀여운 아이가 아닌 등장인물로서 제몫을 하는 배우였다. 
아역 배우로 출발한 양동근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젊음을 대변했다.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청춘과 애환을 담은 '광끼'에서, 대학 로망의 대명사가 된 청춘 시트콤 '뉴 논스톱'에서, 그는 힙합 바지를 입고 튀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어른들 표현으로 '껄렁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젊은 시청자들은 그 '껄렁임'에 매료됐다. 
출처: 양동근 인스타그램
그에게 '구리구리'라는 잊지 못할 별명을 가져다 준 '뉴 논스톱' 이후 양동근이 진지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청춘물에서 보여준 양동근의 캐릭터는 대체로 가볍고 자유분방했으니 말이다. 

양동근은 '닥터 깽'과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시원하게 선입견을 깨버렸다. '닥터 깽'의 강달고는 의사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답이 없는 인생이었고,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는 전과가 있는 소매치기범이다. 

양동근이 그리는 '삶이 팍팍한 존재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데 어딘가 찡한 구석이 있었다. 고복수가, 강달고가 그냥 툭툭 내뱉는 말들에 신기하게도 마음이 아릴 때가 있었다. 

'네 멋대로 해라'를 찍었을 때 양동근의 나이는 겨우 스물네살이었다. 
20대의 양동근은 화려했다. 출연하는 드라마는 모두 호평을 받았고,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심지어 음반도 잘 됐다. 힙합에 빠져 래퍼로 데뷔한 그는 귀에 박히는, 딱 떨어지는 빠른 랩이 아닌 읊조리는 듯 느릿느릿한 랩을 선보였다. 마치 연기를 할 때의 말투 같았다. 

겨우 20대에 양동근은 두 분야에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양동근 하면 '뉴 논스톱'의 구리구리를 떠올리고, 대표곡으로 '골목길'을 떠올린다. 20대의 양동근은 워낙 강렬했다. 

양동근은 한 인터뷰에서 20대의 자신을 불이라고 표현했다. 휘발유를 마구 뿌려대는 상태였다고. 하고 싶은 것들을 거침없이 모두 도전했고, 모두 다 이뤘다. 

불 같았다는 것은 '다 타버린 느낌'이라는 의미었을 것이다. 그는 모든 걸 다 해버린 20대에 이미 꿈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출처: '제3의 매력'
불 같았던 20대를 보내고 보내고 30대를 지나 40대에 접어든 양동근은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해오고 있다. 더욱 다양한 캐릭터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음원을 발매하고, 무대에서 랩을 한다. 

'제3의 매력'에서는 울음을 삼키고 웃어서 더 슬픈 이수재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울렸다.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양동근 식 멜로 연기도 반가웠다. 그의 예측 불가한 리듬의 '쪼'도 여전했다. 
출처: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지난 해에는 B무비의 감성이 느껴지는 골 때리는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으로 코미디를 선보였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이후 정말 오랜만에 출연한 코미디 영화다. 


사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양동근은 억지스러운 코믹연기를 하지 않는다. 그가 연기한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인 닥터 장은 신념을 가지고 '진지하게' 자신의 일에 임하는 중이다. 


양동근도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했다고.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왜 이게 웃긴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40대가 되어 더욱 농익은 배우 양동근. 그의 최신작을 보면 '역시' 하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오랜만에 양동근 만의 느낌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과 '제3의 매력', 이번 주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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