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이상한 걸 남기고 죽었어요
이 콘텐츠는 '나를 차버린 스파이'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미국에 사는 오드리입니다.
너무 엄청난 일이 생겨버려서 사연 보내요.
사실 여러분이 달아주는 댓글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혹시 제가 이미 세상에 없으면 어쩌죠?! 왓더...
진정하고 다시 글 쓸게요.
다름이 아니라, 제 남자친구 얘깁니다. 아니, 이제는 제 얘기예요.
제 남자친구는 진짜 괜찮은 사람이었거든요? 안 믿으실까봐 사진 첨부해요.
다른 날도 아니고 제 생일에! 저한테 헤어지자는 겁니다. 그것도 문자로요!
문자통보라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경우냐고요!!!
더 열받는 건 그렇게 연락을 해도 다 씹던 그 남자가, 자기 물건을 태우겠다는 문자에는 바로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물건 그냥 두라고요. 자기가 다 설명하겠대요. 뭐가 터지는 소리도 좀 들렸던 것 같고요.
아주 거지같은 경험이었지만, 어쨌든 다음 날 출근을 했어요.
똥차가고 벤츠 온다더니, 웬 핸섬한 영국 남자가 말을 거는 거예요.
차까지 배달해줄 수 있느냐는데, 이건 누가 봐도 그린라이트 아니겠어요?
네. 아니더라고요. 납치 당한거였어요.
이 사람들이 말하길, 제 남자친구...아니 전 남자친구 드루가 CIA고, 스파이라는 겁니다.
스파이요. 스파이!
영화에서만 보던 그거요. 그거!
생판 남의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절대 그 사람들에게 드루에게 전화가 왔었다는 사실을 말하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가 거짓말에 좀 서툽니다. 들켜버렸어요.
근데 뭐, 대단한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어요. 설마 진짜 드루가 요원 그런거겠어요?
순순히 말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집에 왔는데...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데, 여하간 저희 집이 쑥대밭이 됐다는 건 확실해요.
그리고 드루가 폭탄 선언을 했죠.
나쁜 놈들이 날 쫓고 있어.
이젠 너를 쫓을 거야.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거야.
너를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이걸 가지고 빈으로 갈거야.
그리고 카페 실레로 가야 해.
거기서 베른이라는 사람을 만날거야.
내일 오전 11시에."
그리고는...
방금까지 제 친구와 재미 보려고 홀딱 벗고 있던 남자에게 총을 맞고 죽어버렸습니다.
저에게 이 트로피를 남기고요. 오전 11시 베른에게 꼭 전달해야한다는 이 트로피를요!
전 정말 이걸 배달할 용기 같은 건 없는 사람입니다.
근데 모건은 자꾸 그걸 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모건의 논리는 이랬어요.
1. 남자친구의 유언이다.
2. 어차피 죽을 거라면 유럽은 가 보고 죽자.
정말 말도 안되죠?
...그 말도 안되는 짓을 해버린 게 잘못이었어요.
저는 빈에 와버렸습니다. 트로피를 들고요.
제가 미쳤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 왜 왔냐고!!!
절 속여먹었던 그 영국놈은 제가 있는 곳마다 나타나서 드루가 스파이라고, 트로피를 달라고 하고...
가는 곳 마다 총알이 날아다니고, 피 튀기고 전쟁통입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우기며 트로피 내놓으라고 따라다니는 영국 놈,
지금까지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주제에, 아무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남자친구.
누구 말을 믿어야하는 건가요?
모건하고 다니면서 국제법을 수십가지는 어겼는데, 전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거죠?!
혹시 스파이시거나, CIA시거나, MI6거나... 뭐 비슷한 아무 곳이나 일하시는 분들 없나요?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평범한 시민에서 졸지에 전세계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된 오드리. 그리고 범상치 않은 친구 모건. 두 여자의 뒷이야기 '나를 차버린 스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