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대신 써주다 내가 사랑에 빠졌다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저는 아주 작은 마을에 살아요. 기차도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곳이죠.
그냥 그렇게 소소하게 돈을 벌고 있었는데, 좀 이상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숙제가 아니라 편지를 대필해달라는 겁니다.
편지의 대상은 애스터라는 여자애예요. 누가봐도 예쁘고, 돈 많고 잘생기고 머리 빈 남자친구가 있고, 성격까지 상냥해서 어딜가나 주목받는 그런 애요.
대필을 요청한 애는 폴이에요. 풋볼팀 선수고, 그냥 보기엔 덩치 큰 멍청이처럼 보이는 애예요. 부모님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당연히 못하겠다고 했는데. 러브레터는 제 전문분야가 아닌데...
저에겐 50달러가 너무 중요했어요. 전기세를 내야 했거든요.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했는데요.
폴의 이름으로 애스터와 대화를 나누나 보니 많은 걸 알게 됐어요.
애스터는 그냥 예쁘고 상냥하기만 한 아이가 아니었어요.
책을 좋아하고, 생각이 많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해요. 어떤 철학적인 화두를 던져도 생각하지 못한 답이 돌아오죠.
아무도 모르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 같아도 종종 텅 빈 것 같은 표정을 지어요. 물론 단순한 걔들은 절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포기했다고 했어요. 완벽한 네 개의 선을 그려놓고 마지막 하나의 선 때문에 모든 걸 망치고 싶지 않은 거죠.
애스터의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남자친구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외모에, 잘 노는 친구들. 잘 그어진 네 개의 선에 다른 선을 그리기는 힘들다는 걸 저도 알아요. 저도 그래서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애스터와 대화하면서 애스터의 새로운 면 뿐만 아니라 제 자신의 새로운 부분까지 알게 돼요. 저도 대담한 선을 그을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게 사랑일까요? 저는 애스터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요?
전 한 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존재를 밝힐 수 없는 상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엘리, 편지를 쓴 사람의 정체를 모르고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애스터,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필을 부탁한 폴.
삼관관계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는 사랑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을 알아가는 미숙한 아이들의 사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반쪽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