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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에 빠진 브라질 민주주의

조회수 2021. 1. 21.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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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통령의 탄핵과 전임 대통령의 구속 과정

브라질. 나무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나라. 정확히는 이름만 남고 멸종한 나무의 이름을 가진 나라. 


브라질은 군벌에 의해 공화국이 선포됐다. 그리고 기나긴 독재의 시기를 지나 21년 만에 민주 정부를 세웠다. 


브라질의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에서 시작됐다. 그 선봉에는 금속노동자이자 노조지도자였던 33세의 룰라가 있었다. 


민주화의 상징이었지만 감옥에 투옥되는 결말을 맞이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말이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룰라의 취임부터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많은 이들이 브라질은 어렵게 되찾은 민주주의에 위기를 맞이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의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이것은 아슬아슬한 브라질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록이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던 룰라는 대선에서 여러차례 고배를 마신 후 2002년 선거에서 61%의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룰라가 취임하며 시민들은 브라질의 고질적인 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룰라 정부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정책을 펼쳤다. 극빈층 가정에 매달 30달러의 지원금을 주는 복지책이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보우사 파밀리아 도입 후 브라질에서는 대학에 다니는 아프리카계 국민의 수가 세 배로 늘었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세계 13위에서 8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물론 비판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의 복지정책으로 인해 국가 재정이 파탄날것이라 우려했다. 또 일각에서는 취임 후 중도적 노선을 취한 룰라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경제 양극화 해결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과는 달리 브라질 정치,경제계에 만연한 부패를 청산하지는 못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룰라는 8년의 임기를 끝으로 퇴임했다. 퇴임 당시에도 그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룰라에 이어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못지 않은 급진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2013년 대대적인 시위가 시작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우마 호세프는 반부패 법안들을 발표했고, 그 중에는 대형 수사를 가능하게 한 자백 감형 제도 개선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혼란의 와중에 연방법원 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세차작전'이라 불리는 이 수사를 통해 건설회사와 주요 정당 의원들의 결탁이 드러났다. 


정치인들이 줄줄이 체포됐고, 설상가상으로 경제위기까지 덮치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자릿수까지 하락했다. 언론은 연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뉴스를 쏟아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세차작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부터 모루는 룰라를 구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룰라가 심문을 거부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 시기에 지지율 하락 등으로 고전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를 장관으로 임명했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대화의 내용은 이러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제가 도움이 될 만한 문건을 보내드릴게요. 필요할 때만 쓰세요. 임명장 사본이에요." (지우마 호세프)
모루 판사는 도청한 전화 통화 내용을 프라임 타임 뉴스에 내보냈고, 언론은 이를 두고 룰라의 기소를 막기 위해 불체포권을 이용한 것이라 보도했다. 

이후 세르지우 모루는 룰라의 정무 장관 지명에 대해 정지 명령을 내렸다.  
출처: '민주주의의 위기: 룰라부터 탄핵까지'
룰라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분열됐다. 이는 브라질의 국민 분열을 의미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각기 다른 말을 외쳤다. 한쪽에서는 모루의 수사가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하며 민주주의 사수를 외쳤고, 다른 진영은 부패 척결 영웅으로 추앙받던 모루를 지지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군사 정권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극단적 목소리도 있었다. 

나라가 완전히 분열된 상황에서 하원은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 사유로 지적한 것은 사실 부정부패가 아닌 정부 회계법 위반 혐의였다. 회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탄핵 절차를 밟을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에 대해 비판했다. 


그럼에도 9개월 후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가결됐다. 물론 그 순간까지 지우마 호세프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지우마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동안 국정을 운영할 테메르 부통령의 새 내각이 꾸려졌다. 모두 백인 남성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내각이 꾸려진지 얼마 후, 한 의원과 석유회사 임원의 충격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내용은 세차 작전을 중지시키려면 지우마 대통령을 쫓아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원은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지우마 대통령이 탄핵된 후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게 됐지만, 머지 않아 비리로 퇴임하게 됐다. 


다시 시작된 대선에서 보수파의 후보로 나온 사람은 현 브라질 대통령인 자이르 메시아스 보르소나루. 육군 대위 출신으로, 과거 독재 정권을 옹호하는 인물이다. 


이에 맞서 룰라가 다시 한 번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후, 검찰은 룰라를 세차 작전으로 밝혀진 부패의 주동자로 지목하며 기소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언론을 불러모아 검찰이 브리핑한 기소 이유는 룰라가 건설사로부터 아파트를 받았다는 것. 

검찰은 자신들이 조사에서 이 아파트의 실제 소유주가 룰라인지, 실제 거래가 오간 정황이 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룰라가 아파트 소유자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바로 그가 완벽하게 자신의 범죄를 숨겼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검찰의 심리에 참석한 룰라는 결국 격분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저는 이 재판이 불법이고 기소 자체가 웃음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률과 헌법을 존중해서 이 자리에 나오긴 했으나 '세차작전' 검사들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있습니다."

"저는 거짓에 근거한 파워포인트 한 장 때문에 재판 받고 있어요. 이런 심리에서는 검찰청이 좀 제대로 올바르게 행동할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요. '룰라는 자기 소유가 아니라고 하지만 돈을 지불했다는 법적 서류가 있으니까 사실이야!'

제가 원하는 건 빈정거림은 그만두고 내가 저지른 범죄가 뭔지 알려달라는 겁니다!"

두 달 후, 잘 알려진 대로 법원은 룰라에게 9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2심에서 그의 형량은 12년 1개월로 늘어났다. 


결국 브라질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룰라는 무너졌다. 물론 혐의가 사실이라면 벌을 받는 것이 합당하지만, 수많은 정황들이 이것이 표적수사라는 의심을 접을 수 없게 만들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룰라에 대한 기소 건은 영국이나 유럽에서라면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브라질의 사법 시스템이 특이한 건 검사가 판결까지 한다는 거죠. 모루 판사 같은 수사 판사는 용의자를 지목해 도청을 지시할 수도 있고 가택 수사를 할 수도 있어요. 그 다음 용의자를 기소해서 공판 판사에게 넘기죠. 피고인이 가장 중요한 권리는 공정한 판사에게 재판 받는 겁니다." (제프리 로버슨, 룰라의 변호사)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이후 세르지우 모루는 새 정권에서 법무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지난 해 사임했다. 

룰라는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지난 2019년 580일 만에 풀려났다. 

지금 브라질에서는 자이루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출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부터 탄핵까지'

한 대통령의 탄핵과 또 다른 전임 대통령의 구속 과정에 대한 언론이 말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에 담겨있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브라질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전임 대통령이 무너지는 과정이 시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치관에 따라 수많은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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