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못생기면 안되는 남자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안녕하세요. 성우로 일하고 있는 구동건 입니다. 어떤 캐릭터 목소리를 했냐고요?
대사보다는 '크아아아', '쿠우오오오우오우우어어옹어어엌' 이런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네, 괴물 전담입니다.
저에게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외모도 외모인데 성격마저 너무나 착한 천사같은 사람입니다.
시각장애가 있어서 이것저것 챙겨줘야할 것들이 많지만 저는 그냥 다 행복하고 좋았어요. 제가 우리 애인의 세상을 열어주는 것 같아서 뿌듯했고요.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눈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한거죠.
그게 왜 큰일이냐고요? 맞아요. 진짜 기쁘고 행복한 일이죠. 그렇긴 한데...
제가...아주 작고 사소한 거짓말을 좀 쳤습니다.
여자친구는 제가 정말 잘생긴 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제 외모를 기가 막히게 묘사했었거든요.
... 제 친구 준하의 얼굴을 떠올리면서요.
지금까지 여자친구가 상상한 저와의 기억은 이렇게 아름다울 텐데...
현실은 이랬습니다.
전 이렇게 생겼고, 얼굴에 큰 흉터도 있고, 모든 걸 잘하는 멋진 사람도 아니예요.
제 외모를 여자친구가 본 적 없냐고요? 아뇨, 있습니다.
병원에 갔는데... 갔는데...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동건이 친구라고요.
내가 동건인데 ㅠㅠㅠㅠ 내가 동건인데 ㅠㅠㅠㅠ
여자친구는 저를 만나는 순간을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이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어요?
성형이요? 당연히 고민해봤죠.
그런데요.
제가 저를 하와이로 보내버렸습니다.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미쳐버리겠는데 더 돌아버리겠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제 외모라고 묘사했던 제 친구 있죠? 진하게 잘생긴 준하요.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는데, 걔랑 제 여자친구가 만나게 된겁니다.
진짜 슬픈 게 뭔지 아세요?
함께 있는 준하와 제 여자친구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제가 옆에 있을 때는 누가 봐도 '미녀와 야수'였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