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과 화장으로 잘생김 감춰야했던 배우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은둔형 외톨이에서 아파트 주민들을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인물로 변모하는 현수를 연기한 송강.
22일 인터뷰를 통해 '스위트홈'의 현수가 되기 위해 거친 과정을 직접 들어봤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송강을 처음 본 사람들은 '스위트홈' 속 그의 비주얼을 보고 다름을 느꼈을 것이다.
항상 완벽하게 세팅된 헤어스타일에 몸에 딱 떨어지는 옷을 입고 있던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와 달리 '스위트홈'의 현수는 덥수룩한 긴 머리에 푸석한 피부, 대충 걸쳐입은 듯한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그의 타고난 잘생김을 오히려 감추기 위해 이응복 감독과 분장팀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는데...
저는 몰랐었는데 테스트 촬영 때 갑자기 가발을 붙이시더라고요. 알고보니 감독님께서 최대한 가릴거라고 하셨었대요. 다크서클도 진하게 그리고 피부 화장도 한 톤 더 어둡게 했어요.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왜소해보이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어깨를 굽히고 다니고 목을 빼고... 후드를 입으면 좀 더 왜소해보여서 후드를 많이 입었어요."
비주얼만큼이나 달라진 건 송강이 소화하는 감정 연기의 폭이다.
과거의 리더십 있고 밝았던 현수, 가족을 잃은 후 어두워진 현수, 괴물과 싸워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점점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는 현수까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변모하는 감정을 많지 않은 대사와 눈빛, 표정으로 표현해야 했다.
어두운 면과 사악한 면, 밝았을 때의 모습까지 연구를 많이 하다보니 촬영이 끝났을 때 감정의 폭이 전보다 굉장히 다양해졌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 상태에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를 찍었을 때 대본을 연기로 표현함에 있어서 폭이 커졌구나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현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도 과제였지만 가장 큰 차이를 두고 연기해야 했던 모습은 환영 속에서 현수에게 말을 거는 또 다른 현수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송강은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어떻게 차별점을 둘까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머리가 아플 정도로요. 그 상태로 연기를 하면 표현이 더 안될 것 같았어요.
간단하게 현수를 연기 할 때는 제 안에서 가장 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환영 현수는 가장 사악한 존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환영 현수는 입꼬리에 포인트를 주려고 했어요. 영화 속 조커를 보면 입꼬리가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입꼬리를 최대한 많이 찢으려 했어요."
사람 송강으로서의 욕망은 헬스장을 오래 못갔기 때문에 운동이 너무 하고 싶어요. 아령괴물이나 턱걸이 괴물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배우 송강으로서는 감정을 눈으로 표현하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눈알괴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기 때문인지 송강은 인터뷰 내내 '눈빛'에 대한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스위트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편상욱 역의 이진욱에게 놀랐던 점도 바로 그의 눈빛 연기였단다.
테스트 촬영 때부터 느낀건데 이진욱 선배님은 정말 눈에서 빛이 나시더라고요. 그 정도로 카리스마있고, 저에게는 너무 충격적이고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 다음부터 연기하실 때마다 계속 모니터를 했어요. 어떻게, 어떤 눈빛으로 연기하시나. 어떻게 해야 저런 눈빛이 나올까, 계속 연구했던 것 같아요. 진짜 멋지고 대단하세요."
이번 작품을 통해 감정 표현이 더 깊어지고 넓어진 송강,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느와르다.
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는 학생 역할도 소중하지만 이제는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송강의 포부다.
학생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좋은 점도 물론 있지만 풀어나가야할 숙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소년 같은 이미지를 벗고 성숙해진 배우 송강의 모습을 만들어서 느와르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스위트홈'을 촬영하면서 감정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단순히 희로애락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표현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