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우리 동년배들 이 영화 울면서 봤다
"야-_- 너 내 여친해랏 -_-^"
"0.0??"
...그렇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출생자들에겐 찐광기(?)의 시대가 있었다.
이모티콘 몇 개로 우리네 심장을 찢어버렸던 귀여니의 시대. 대사보다 이모티콘이 더 많았던 그 소설들이 영상으로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니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요즘 하이틴 무비는 그때에 비하면 순한 맛이다. 그때의 영화 속 고딩 라이프는 정말이지 굉장했다.
양쪽으로 쫙 깔리는 시커먼 사내들.
여하간 첫날부터 안 좋은 꼴 보고 이래저래 서울 적응 중인 여주 한경. 서울에 있는 첫사랑이 자신의 친구와 사귀고 있다는 걸 알고 버스에서 우울해하고 있는데...
☆학교 짱 반해원 등장★
싸움으로 학교에서 짱 먹고 여학우들에게 인기 폭발하는 반해원(조한선). 힘껏 띄운 저 바람머리를 보라. 누가 봐도 짱 맞네. 짱 맞아.
버스에 타자마자 디카와 휴대폰까지 꺼내들고 반해원 사진 찍는 여학생들.
그렇다. 인소세계에 초상권 같은 건 없는 것이다.
흥미진진하다는 눈빛을 남기고. 아마도 폴인럽.
개연성 어디갔냐고? 그런거 묻지마. 원래 우리 시대 때는 다 뭐 그렇게 사랑이 싹트고 그랬다고(뻔뻔).
여하간 깨진 첫사랑의 상처를 안고 "남자 싫어. 연하 더 싫어."를 외치던 한경에게 또 다른 훈남이 벌컥 다가온다.
(이 장면 만으로도 '늑대의 유혹'은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얜 내가 찍었는데?"
그리고 힘차게 등장하는 반해원. 각기 다른 학교의 짱이자 지역구(?) 라이벌인 두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어리바리 여주의 운명이 이렇게 시작됨.
뭔 이런 우연이 다 있냐고 하지말아줘. 이거 국룰이었으니까.
그리고 시작된 두 남주의 파워 직진.
한경을 보자마자 '누나'라고 부르며 치근거리던 정태성(강동원)은 남의 학교에 피자 들고 맘대로 등장한다. (정문 어떻게 통과했는지 상상하지 말아줘)
태성은 한경을 '찐따'라고 부르는 타교 여학우들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는데...
누가 찐따라고? 입조심 안 하면 너희들 확! 망가트려버린다?"
이 친구들 반응이 압권이다.
제발 망가트려줘♡"
그리고 쿨하게 2층 창문으로 퇴장하는 타교 학교 짱.
봤냐? 이게 2004년의 멋짐이다.
이 친구의 저돌적 러브도 보통이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내가 찍었음"음 선포한 이후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한경을 찾아낸 반해원.
공중전화 앞을 점거하고 또 살벌하게 경고한다.
정한경. 내 앞에서 웃지마.
내 앞에서 말하지도 말고 서있지도 말고, 그냥 보이지 마."
가만히 있는 한경에게 성질을 버럭 내더니, 갑분 절절한 고백이 이어지는데...
나 어떡하냐. 너...좋아하나 보다."
사랑에 빠진 학교짱은 참지않긔. 각성하자마자 한경을 억지로 차에 태워서 달리는 중.
참고로 이들은 고딩이다. 심지어 반해원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무면허로 서울 시내 질주 중;;
무면허 운전이지만 5분 만에 한경을 집 앞까지 무사히 모셔온 학교짱 반해원.
"운전 조심해. 나 들어간다." (한경)
"너, 지금 나랑 사귀자고 그랬냐?" (해원)
"운전 조심하라고 했는데?" (한경)
"그게 사귀자는거 아냐? 하여간 난 그렇게 알아들었어." (한경)
희대의 논리력으로 그렇게 사귀는 걸로 되어버렸다. 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나 싶겠지만 암튼 둘은 오늘부터 1일.
그렇게 본격적으로 한경을 둔 두 고딩의 경쟁이 시작되는데...
얘네들 다투고 있는 장소가 너무나 술집. 얘들아 사장님 운다. 영업 정지된다.
심지어 고딩들이 술집에 싹다 모여서 파티도 함.
(다들 어디에 디카 숨기고 있다가 바로바로 꺼내는 걸까)
하필 좋아하는 사람이 누나라는 것도, 그 누나가 다른 놈과 사귀고 있다는 것도 견딜 수 없는 태성.
헬멧도 쓰지 않고 도로를 질주하며 한껏 고독을 씹는 중.
남의 속도 모르고 동생이라고 밥도 챙겨주며 누나 노릇을 하는 한경을 보며 태성을 결국 폭발한다.
그럼 누난 내가 누나 친동생이라는 거 죽도록 원망하고 그래?
난 네가 내 누나인 거 짜증나. 너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짜증 나고 지금 네가 내 눈앞에 서 있는 것도 짜증나.
난 하루에도 백 번, 천 번도 넘게 우리 이렇게 만나게 해 준 하늘 저주하고 원망하고 그래!"
누나 사랑하니까."
좋은 건 한 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