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찍어준 사진으로 첫 오디션을 본 배우
인생이란 참 신기하다. 그토록 오래 바라던 꿈이 한 순간 사라지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않은 길에서 새로운 꿈을 만나기도 한다.
'멜로가 체질'에 이어 '빈센조'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여빈도 그랬다. 하나의 꿈이 좌절됐지만 또 다른 꿈을 다가왔고,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카리스마 있게, 또 어느 순간에는 처연하게 변신하는 전여빈의 변화무쌍함이 좋아서 올린다.
에디터N의 사심 픽 좋아하면 올리는, 전여빈 편이다.
이름 전여빈. 1989년 생, 올해 33살이다.
강릉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할머니가 병상에 계셨고, 그때 '할머니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에서 시작된 의대에 대한 열망이 학창시절 내내 있었다.
의대를 목표로 했던 만큼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성적도 꾸준히 좋은 편이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입시에 한 번 좌절한 후 책과 영화를 보며 다음 입시를 준비하던 전여빈에게 배우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전여빈에게 영화인의 꿈을 꾸게 한 작품은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 콕 집어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 보다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여빈의 새로운 꿈을 누구보다 응원했던 건 가족들이다. 전여빈의 말을 들은 오빠는 지지하며 어머니에게 나서서 말을 해줬고, 빠듯한 살림에도 지원해준 어머니 덕분에 전여빈은 연기학원을 한 달 동안 다니게 됐다.
새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어려웠을 법도 한데 전여빈은 연기학원이 '천국'이었다고 표현했다.
연기학원은 천국이었다. 그동안 감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는데, 거기서는 내 감정껏 울어도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 받고, 기뻐서 웃어도 잘한다고 칭찬해줬다. 그렇게 감정의 해소를 느꼈고 연기가 너무 잘하고 싶었다." (스타뉴스 인터뷰 중)
첫 오디션의 기회도 친오빠와 함께 만들었다. 프로필 사진 촬영 비용을 아끼기 위해 원래 사진을 찍고 있었던 오빠에게 촬영을 부탁했고, 그 사진을 SNS에서 본 영화 관계자가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했다고.
지금도 전여빈의 오빠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배우의 길로 들어선 전여빈은 단역부터 차근차근 필모를 다져나갔다.
영화 '관상', '밀정', '여자들', '여배우는 오늘도' 등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전여빈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은 단연 '죄 많은 소녀'다.
누아르인 '낙원의 밤'에서 전여빈이 맡은 역할은 유일한 혈육인 삼촌과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재연이다.
삶에 대한 의지도, 두려울 것도 없는 재연을 통해 전여빈은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낙원의 밤'에 이어 또 한 번 넷플릭스와 인연을 이어간다는 소식도 있다. '인간수업'의 진한새 작가와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이 의기투합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에 캐스팅 된 것.
'글리치'는 정체불명의 불빛과 함께 사라진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던 홍지효가 UFO 커뮤니티 회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 전여빈은 주인공 홍지표 역을 맡는다.
꿈이 좌절된 시점에 운명처럼 또 다른 꿈을 만나 꾸준한 노력으로 점점 선명하게 그 꿈을 실현하고 있는 전여빈. 올해는 그 결실이 더욱 풍성하게 열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전여빈의 미친 연기력이 빛났던 '죄많은 소녀'부터 '여배우는 오늘도', '멜로가 체질', '해치지 않아', '빈센조'까지,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