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도소에 흑인 수감자가 많아진 소름돋는 이유
미국 수정헌법 제 13조.
어떠한 노예 제도나 강제 노역도, 해당자가 정식으로 기소되어 판결로서 확정된 형벌이 아닌 이상, 미합중국과 그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
1865년, 흑인 노예 해방의 법적 근거가 되는 미국 수정헌법 제13조가 채택됐다.
미국 남부의 400만 명의 아프리카계 노예들은 미국 시민이 됐고, 이는 이들이 자유인이 됐다는 걸 의미했다.
이 말의 다른 의미는 남부 경제를 지탱하던 400만 명의 값싼 노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남부인들은 노예 해방을 가능케한 이 법의 단서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기소되어 판결로서 확정된 형벌이 아닌 이상'이라는 조건이다.
그 말인 즉, 범죄자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는 것.
수많은 남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대거 체포됐다. 배회, 부랑죄 등 아주 사소하고 비상식적인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된 흑인들은 남부 경제 재건을 위한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다시 노예로 전락한 셈이다.
흑인 남자는 전부 강간범이라는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백인인 정치 지배층과 사업가들에게 흑인 일꾼이 필요했다는 현실 때문에요."
(카릴 무하마드 교수)
지금의 인구 분포가 그 시대에 만들어졌어요. LA, 오클랜드, 시카고,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보스턴, 뉴욕에 흑인들이 살고 있는데 그곳에 사는 흑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게 아니라 위협을 피해 도망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변호사 겸 작가 브라이언 스티븐슨)
남부의 사정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남부 11개 주에서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 차별하도록 하는 짐 크로법이 통과됐고,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똑같이 고객으로 대우받을 수 없었고, 같은 버스나 기차에서도 가장 뒷자리에 앉아야 했다. 시민이지만 '동등한' 시민은 아니었던 것.
이에 반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흑인 인권운동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마약 관련 범죄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흑인들이 이 당시 마약사범으로 체포돼 수감됐다. 인권운동을 하던 이들도 물론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후, 닉슨 전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이었던 존 에릭먼은 '범죄와의 전쟁'은 반전 좌파와 흑인을 감옥에 가두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녹음이 공개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과 교묘한 차별, 옛날 얘기가 아니다. 2020년에도 유사한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5일,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려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가 끝내 사망했다. 경찰이 자신의 차에 있던 그를 끌어내 진압했던 이유는 '그가 낸 돈이 위조지폐인 것 같다'는 점원의 신고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 흑인을 '가둬'왔을까. 노예 해방 이후에서도 줄곧 이어져 온 과잉진압, 과잉체포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 볼 타이밍이다.
흑인 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잘 몰랐던 흑인 차별의 근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미국 수정헌법 제 13조'를 검색해보자. 지금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