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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4관왕에 충격받은 일본 반응

조회수 2020. 2. 11. 06: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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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ew York Times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습니다.
출처: CNN
'기생충'의 쾌거에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CNN이 “‘Parasite’ Makes History(‘기생충’이 오스카의 역사를 만들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는 등 엄청난 찬사가 쏟아지고 있죠.
출처: 아사히 온라인
그렇다면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요? 아사히 등 현지 주요 언론들도 발 빠르게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곳을 비추며 '물타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10일 자 연예 부문 인기 뉴스에는 배우 마츠 타카코 관련 기사가 1위 등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2'의 일본어판에서 엘사 목소리를 연기한 여배우 마츠 타카코가 일본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열창했다는 내용이었죠.
다른 가수 9명과 함께 불렀고 단독 등장씬은 겨우 5초 정도에 불과했지만 '압권의 목소리', '세계 최고의 미성'이라며 극찬했습니다.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에 마츠 타카코가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했다는 내용도 인기 기사로 올라왔습니다.

아무리 자국 배우라지만 '기생충'의 4관왕 수상보다 무게감이 훨씬 떨어지는 마츠 다카코를 띄워주는 일본 언론의 태도에서 질투심마저 느껴집니다. 

사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일본인도 상을 받았습니다. 영화 ‘스캔들’에서 특수 분장을 맡은 일본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카즈 히로'가 분장상을 수상한 것이죠. 하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카즈히로가 일본을 디스했기 때문이죠. 본명이 츠지 카즈히로(辻一弘)인 그는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2019년 3월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습니다. 이름도 카즈 히로(Kazu Hiro)로 개명했죠. 

카즈 히로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의 경험이 수상에 도움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되었다. (일본) 문화가 싫어져서 꿈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여기에 살고 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문화가 싫었다는 충격적인 그의 발언에 대해 일본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누리꾼은 “기자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살아있다고 대답해주길 바랐을 것이다. 일본 찬양적인 것을 요구하는 매스컴에 쐐기를 박아줘서 좋았다”라고 했고, 다른 누리꾼은 “뭔지 알겠어. 츠지 씨, 진심을 이야기했네요. 근데 좀 섭섭하네”와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자국 띄우기'에 나선 일본 언론과 달리 '기생충'을 관람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출처: '기생충' 일본 포스터
일본의 영화평론가인 히구치 나오후미는 “반지하에 사는 가족마저 전율시키는 완전 지하의 존재가 오늘날 사회의 구원이 없음을 알린다"며 "중층적인 쓴맛이 우러난 걸작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참으로 쾌거다”라고 썼습니다.
출처: 기생충 스틸 /CJ ENM
또 다른 영화평론가 키요후지 히데토는 "이제 '한국 영화'라는 카테고리는 이번 기회에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며 "왜냐하면 영화는 제작 국가나 언어에 상관없이 재미있으면 쉽게 국경을 넘어 세계를 누빌 수 있다는 걸 '기생충'이 증명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누리꾼들 역시 좋은 평가를 주고 있습니다. 야후 재팬에서 진행 중인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납득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는 약 5100명이 참가했고 응답자의 74%가 ‘납득한다’고 답했습니다.
출처: 기생충 스틸 /CJ ENM
'기생충' 수상 관련 베스트 댓글에는 ‘일본 영화가 시시한 작품만 만드는 동안 한국과는 점점 차이가 벌어지네’,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으니 아시아인으로서 기뻐해야겠다’, ‘돈 들이고 힘쓰는 중국이 아니라 (수상국이) 한국이라는 게 재미있다’, ‘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화적인 측면은 별도로 생각하자’ 등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출처: 기생충 스틸 /CJ ENM
일본 영화의 현실을 짚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누리꾼은 “고레에다 감독은 ‘기생충’의 호우 장면에 대해 ‘그토록 비를 내리게 하는 장면을 만들면 예산이 순식간에 날아간다’고 했다. 일본은 영화뿐 아니라 국가 예술에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만화 '진격의 거인'
또 다른 누리꾼은 “‘진격의 거인’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고 인정받고 있는 작품인데, 영화가 엉망이 됐다. 일본 영화의 낮은 수준에 흑역사를 쌓아올리는 일본 만화계가 딱하다”고도 썼습니다.

사실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 일찍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출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대표적으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1950년 '라쇼몽'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죠.
하지만 일본 영화는 아직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 영화의 눈부신 성장에 더해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자 부러움과 질투 섞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출처: 기생충 스틸 /CJ ENM
기생충은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영화입니다. 반지하라는 한국적인 공간을 통해 세계가 고민하는 계층 불평등을 다루며 모두의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출처: 타비아니 형제
‘굿모닝 바빌론’ 등을 만든 이탈리아의 명장 타비아니 형제는 “로컬한 테마야말로 세계에 통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옳음을 세기를 거슬러 명확한 형태로 증명한 것이 ‘기생충’이다”라며 격찬했습니다.

이제 한류는 한국과 아시아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요즘인데요, 일본의 질투 섞인 반응이 싫지만은 않네요. 봉준호 감독의 뒤를 이어 더욱더 많은 한국 영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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