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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생존자들은 '한국군 증오비'를 세웠다

"하늘을 찌를 죄악, 만대에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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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작성일자2018.03.14. | 27,44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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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따이한’, 베트남전쟁 중 한국군의 성폭력으로 인해 태어난 한국계 혼혈인을 부르는 말이다. 전쟁 50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적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산다.

라이따이한,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가요?

응우옌티 낌. ⓒ길바닥저널리스트

한국군 성폭력 피해자의 자녀, 응우옌티 낌(47). 그의 어머니 흐엉은 미군 부대에서 청소 일을 했다. 어느 날, 한국군이 건넨 주스를 마신 후, 기억을 잃었고 성폭행을 당했다. 그렇게 해서 낌이 태어났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늘 ‘따이한’이라며 손가락질했다.


낌이 사는 마을에는 미국계 혼혈인도 많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미국계 혼혈아를 한 명도 이 땅에 두지 않고 데려갔다. 마을 사람들은 흐엉과 낌에게 물었다. “라이미(미국계 혼혈인)은 다 미국으로 갔잖아. 너희 한국군은 왜 안 데려가니? 왜 한국은 너를 이렇게 내버려 두니?”


‘라이따이한’에 대한 차별은 컸다.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공산주의 사회였지만 쌀 배급조차 차별받았다. 흐엉과 낌은 ‘죽조차 먹지 못한 날’을 기억한다. 성폭력 피해자의 가난은 3대로 이어졌다. 낌의 딸 투이응언(26)은 ‘마을에서 가장 가난했던’ 순간을 안다. 낌은 베트남 정부가 극빈층에게 제공하는 복권을 팔러 다닌다. 이마저도 복권을 팔던 중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유치원 식당보조로 일을 옮겼다. 그가 한국 정부에 바라는 바람은 하나다.

응우옌티 낌. ⓒ길바닥저널리스트

“저도 한국의 딸입니다. 제 안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저는 전쟁통에 버려진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정부가 라이따이한의 숙명을 안고 사는 내 가족, 그리고 더 많은 라이따이한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베트남 라이따이한의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부산대 조흥국 교수의 2000년대 초반에 조사한 최소 5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전부다.

"학살 후 탱크는 시체들을 짓뭉갰다”

'한국인 증오비' ⓒ길바닥저널리스트

그리고 양민을 학살했다. 베트남 꽝남, 꽝응아이, 빈딘, 푸옌에는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지역이 있다. 이 지역마다 ‘증오비’와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학살 이유?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누군가는 “갑자기 마을에서 총알이 날아왔고 베트콩이 있나 해서 들이닥쳤다”고 하고 어떤 이는 “원래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사람들이 도망치니 총을 쏜 것”이라고 한다. “한국군이 부상을 당하자 화가 나서 보복하겠다며 희생양 삼은 것”이라는 미군 조사 결과도 있다.


1966년 12월 베트남 중부 빈 호아 마을에서는 430명이 죽었다. 이 중 268명이 여성이고, 182명이 어린이다. 여성 중 7명은 임산부였다. 누군가는 강간당한 후 목이 잘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강간당한 후 배가 갈라져 죽었다. 가족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 몰살의 기록은 모두 ‘증오비’에 쓰여 있다.

학살 생존자. ⓒ길바닥저널리스트

다음은 하미마을이다. 해병대 청룡부대는 1968년 1월 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당시 학살이 일어난 그 날 아침, 한국군은 난데없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그때 팜 티 호아는 다리가 잘렸다. 쯔엉티투도.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죽었고, 불태워졌고, 배가 갈렸다. 한국군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탱크나 불도저를 끌고 와서 현장을 깔아뭉개서 시체의 형체를 알 수 없도록 했다.

9천여 명 학살, 그것은 '하늘을 찌를 죄악'이었다

빈 호아 마을 학살 위령비. ⓒ길바닥저널리스트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은 약 80건이다. 2000년 조사에서 희생자는 모두 9천여 명이었지만, 그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살 지역에 세워진 증오비에는 유독 이런 문구가 많다.


“하늘을 찌를 죄악, 만대에 기억하리라.”

* 외부 필진 '길바닥저널리스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길바닥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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