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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미인대회 선발과 관련 있다고?

낚시 아니고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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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작성일자2018.01.11. | 66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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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줄여서 코인 시장)은 지켜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시장이다. 버블이라는 뻔한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코인 거래소에 등록된 각 코인들의 움직임을 보면 정말 재미있다. 어느 날은 A라는 코인이 몇십 퍼센트의 상승을 기록해 그 코인을 산 사람을 기쁘게 하는가 하면, 어떤 날은 A 코인은 잠잠하고 C라는 코인이 갑자기 급등해 C 코인 투자자들을 기쁘게 만든다.

비트코인. ⓒpxhere

코인시장의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는 무엇일까? 기대다.


코인과 연계된 기술이란 것은 결국 그 기대를 자극하는 요소일 뿐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다시피 코인은 밸류에이션이 불가능하며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정확한 밸류에이션의 기준점이 없다면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는 앵커는 현재의 가격이며 그 가격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투하한다.


그런데 현재의 가격도 사실은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투하한 결과물임을 고려하면 결국 과거의 기대를 기준으로 현재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 코인 시장의 가격 움직임인 셈이다.


많은 사람이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코인시장에서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기술이 아무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키더라도 그 변화가 장기간이라면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의 실질 가치는 우리의 기대보다 낮게 나온다. 더군다나 그 변화의 규모와 방향이 어떻게 될지도 우린 알지 못한다. 그 점에서 우리는 현재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생각해보라. 당시 경제연구소와 언론에서 경제효과가 20조가 넘고 고용창출 효과는 몇백만 명일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실제로도 과연 그러했던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고 쳐도 문제는 존재한다. 어떤 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추정하려 시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고 특히나 가치에 대한 컨센선스가 전혀 없는 이 시장에서는 이들의 행위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누구나 이 코인시장이 오를 것으로 믿고 있다. 물론 이 오름세가 영원불멸할 것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름대로 이 상황이 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특히나 실제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오름세를 이어왔기에 사실상 오른다는 것은 안정적인 사실이고 장기적으로 하락에 영향을 줄 요인만을 신경 쓰면 된다. 그렇기에 현재에 필요한 것은 탁월한 장기예측이 아닌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서 이러한 상승에서 좀 더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대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사실상 무용한 것이다.


이렇게 기대가 코인의 가격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인 만큼 매일매일의 코인시장은 사실상 그날의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집중되는 코인을 예측하는 시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즉,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많이 오를 거라 생각하는 코인을 고르는 것이다.

ⓒ연합뉴스

이 개념,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다룬 서적에서 무수히 인용되는 케인즈의 일반이론 12장에 있는 미인선발대회 이론이다. 일반이론 12장의 미인선발대회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자면 이렇다.

전문적인 투자는 100장의 얼굴 사진을 제시하고 시합의 참여자들에게 얼굴이 예쁜 순서로 6장씩을 골라내게 한 다음에 참여자들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에 가장 가깝게 부합하는 선택을 한 참여자에게 상금을 주는 시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합에서는 참여자가 자기가 볼 때 가장 예쁜 얼굴을 골라내기보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다른 참여자들의 마음에 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얼굴을 골라내야 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일반이론 12장

지금의 코인 시장과 기가 막히게 매치되지 않는가? 현재 전 세계에 풀린 코인의 종류는 3천여 개가 넘지만 사실상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100여 종이다. 코인투자자들은 매일매일 그중에서 참여자들의 기대가 가장 많이 실릴 코인 6개를 찾는 선택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참여자들은 모두 다 똑같은 관점에서 주어진 문제를 바라본다. 그것은 최선의 판단을 해서 정말로 가장 예쁜 얼굴을 골라내는 상황도 아니고, 평균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진심으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골라내는 상황도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일반이론 12장

진짜 잘 될 것 같은 것을 헤아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평균적인 견해가 어떨지를 예측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케인즈는 이 내용을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관해서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지만 사실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의 코인시장에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인시장을 일컬어 '평범한 자들의 반란'이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기존의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예상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투자를 해야 했다. 밸류에이션이란 것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재무상태표를 들여다보는 것도 고도의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일이며 그것을 해석하고 빈틈을 찾아내는 것은 더 많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장기예상이 아니더라도 차트를 분석하는 것 또한 많은 교육과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장기분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평균적인 견해를 예상하는 일은 고도의 지능이 필요하지도 않고 고도의 동물적 감각을 요하지도 않는다. 평균을 잘 예상하고 그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코인 게시판에서 'XX, 얼마 예상합니다'라는 글이나 리딩방이란 것들도 사실상 사람들의 평균적인 견해를 일정한 방향으로 끌어모으는 자기실현적 성격이 존재한다. 이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평범한 자들의 반란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그 세계. ⓒDC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이렇기에 지금의 코인시장은 참 재미있는 시장이다. 물론 돈을 잃은 사람이나 남보다 덜 벌었다고 배 아픈 사람에게는 재미없겠지만.

* 외부 필진 '김바비'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김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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