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의 진실

조회수 2018. 1. 8. 1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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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한자리 숫자밖에 없었다는데..

문재인 대통령 수행 평가에 대한 ‘이상한’ 설문조사가 등장했다.


대한언론회가 지난 12월 대한언론인 회원 및 언론인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설문조사다. 출범 8개월째인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6.5%로 과반수 이상이다. 이어 ‘불안하다’(37%)가 나왔고, ‘잘하고 있다’는 한 자리 숫자다.


한국갤럽이 1월 첫째 주 조사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과는 상반된 수치다. 일반 국민 여론과 정반대인 설문조사, 어떻게 나온 걸까?

대한언론회가 조사한 문재인 정부 국정 평가 설문조사 결과. ⓒ월간대한언론 갈무리

설문조사 과정을 살펴보자. 대한언론회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20일까지 대한언론인회 회원, 언론인 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방식은 설문지 직접 배포, 이메일 등이며, 대상 연령은 20대에서 90대다. 참고로 대한언론인회 회원은 85세 이상이 101명으로 굉장히 고령화된 조직이다.


다음은 응답자 수다.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실제 응답 수는 75명이다. 응답률 25%다. 일반 여론조사와 차이가 큰 응답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범위를 전, 현직 언론인으로 한정한 특수한 조사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편향적인 조사 방식과 낮은 표본과 응답률은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다른 설문조사 문항도 살펴보자. ‘문 정부의 정치를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51.6%), ‘신뢰하지 않는다(33.9%), ‘보통이다’(9.7%), ‘신뢰한다’(4.8%) 순이었다. 부정적인 응답이 85.5%에 달한다.


‘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77.7%가 ‘과거 정부 위법과 부패척결이란 미명하의 정치보복’이라고 답했고, 나머지는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위법, 부패척결을 위한 목적이 혼재돼 있다’고 응답했다.


다음은 언론에 관한 질문이다. ‘문 정부 하에서 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보는지?’라는 질문에 ‘방송 매체가 정권에 대한 감시보다는 정권 코드에 맞춰 편을 들고 공존을 꾀할 것이다’(60.9%)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26.6%) 순이라고 한다. ‘언론자유가 최대한 보장될 것’이라는 응답은 소수였다고 한다.

ⓒ대한언론회 홈페이지

이제 궁금해지는 건 대한언론회 단체다. ‘대한’ ‘어버이’ 같은 이름이 붙은 단체들에게 데인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괜히 더 조심스러워진다. 원로 언론인들이 모였다는 이 단체는 ‘한국언론사의 올바른 조명을 위한 출판사업’, ‘언론 당면 현안 토론회 및 세미나’, ‘언론 발전에 이바지한 개인, 단체에 대한 대한언론상 시상’ 등을 하고 있다.


매달 발행하는 ‘월간 대한언론’을 보면 그 성향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공로자”가 아니라고 발언하는 등 극우적인 역사 사상과 인식으로 논란이었던 이인호 KBS 이사장을 비롯해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등이 글을 기고했다. 매체에 실리는 글의 주제도 보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한다. “국정교과서로 이념전쟁 끝낼 때다”(2015년 12월호), “광화문 광장은 ‘시위백화점’”(2015년 7월호), “인터넷-SNS 종북 추방 절실”(2015년 4월호) 등등이다.

ⓒ월간대한언론 갈무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촛불 사이에 체제 전복을 꿈꾸는 자가 있다’는 논리를 거듭 주장했다. “언론은 체제전복기도 세력에 왜 눈을 감나”(2017년 1월호), “촛불언론아! 어쩌자는 거냐”(2017년 2월호), “’체제전복’ 검은 손을 막아라”(2017년 3월) 관통하는 주제는 촛불혁명의 시민 중 대다수는 ‘공산주의자’ 또는 ‘종북 세력’으로 규정한 후, 이들의 정치는 정의(justice)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전체주의적 전복이라고 설명한다.

ⓒ월간대한언론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대한언론회의 논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17년 7월호에서 남미 차베스 정권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도 10여 년 전 노 전 대통령이 재미를 봤던 그 포퓰리즘 유산에 다시 빠져드는 게 아닌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정권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든 중, 고등학생들. ⓒ민중의소리

대한언론인 설문조사를 보고 있자니,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사태가 겹쳐온다. 국민 10명 중 9명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고등학생까지 국정교과서 반대 선언을 했지만 이념적으로 편향된 뉴라이트 계열 집단은 ‘대부분 국민이 국정교과서에 찬성한다’며 교과서 집필을 강행하지 않았나. 이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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