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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11.15. 작성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고대생의 주장

고려대학교 대나무 숲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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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일에 치러지는 수능을 얼마 앞두지 않은 지금, 평화롭던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갑자기 이건 무슨 수능날 엿먹으라고 중지손가락 올리는 소리일까?


먼저 얼마 전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게시물을 살펴보자.

글은 난데없이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며 명료한 두괄식으로 시작한다. 과연 명문대생다운 구성이다. 글쓴이는 ‘아직도 학벌로 사람 따지냐’는 댓글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학벌주의 심화를 다시 한 번 부르짖으며 ‘sky출신’으로 묶고 들어간다. 작성자의 논리대로라면 연대는 몰라도 서울대생 입장에서는 조금 기분이 상할 듯하다. 어쨌든 기업 입사도 대학 순으로 자르고, 연봉도 대학 순서로 정하자고 한다. (여기서 글쓴이의 학점을 추측해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자신이 노력을 해서 고려대학교에 왔으니, 학벌주의가 심해져서 아예 조선시대 스타일 계급 사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어이가 없는 주장에 웃기기도 하지만 학벌에 따라 아예 계급을 구분해 버리자는 사고방식은 섬뜩할 정도다.


물론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이 글을 올린 고대생의 학벌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 6,510개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다음과 같다.

기회의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다 댓글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댓글이 게시물을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비난했다.

누군가는 논란이 된 글을 오만한 고대생의 헛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게시물의 뒤에 있는 중요한 배경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기형적인 학벌주의다. 사실 이 글처럼 ‘대학으로 직업군을 나눠야 한다’, ‘연봉도 대학 순서로 정해야 한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학벌로 사람을 나누는 풍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참고로 본문에 달린 ‘화나요’, ‘웃겨요’ 등을 뺀 ‘좋아요’의 개수는 1600개가 넘는다. 물론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다 본문의 내용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그 중 내심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실례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매년 대학을 계급별로 나눠 최상위 명문대, 인서울, 지잡대 등으로 구분하고, 지방대에서 시국선언을 하면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이 외에도 결혼정보회사의 등급 나누기부터 명문대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앱, 명절날 친척들이 보내는 시선들까지,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잣대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고 계급을 나누는 풍조는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있었다.

ⓒ모 소개팅앱 소개글

즉, 고대생이 쓴 글은 위 사례들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학벌주의의 또 다른 변형일 뿐이다.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있는 사회에서, 어쩌면 글쓴이는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과격하고 조금 더 솔직했던 것 뿐인지도 모른다.


한국교육 엘리트 끝판왕.jpg

찾아보니 대학교육의 목표는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응용방법을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소한 말들이다. 아마 지금의 대학교육과 입시를 보고 저 아름답고 고상한 목표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수능이 벌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학벌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여전히 한국을 헬조선으로 퇴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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