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조회수 2017. 11. 13.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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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웅은 누구인가요?

“어린 시절 엄석대는 내게 영웅과 같았다.

그는 학교에서 절대권력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수갑에 채워지는 그에게서 나는

영웅 같았던 모습이 아닌 일그러진 영웅의 모습을 보게 된다.”


-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

그리고 이건 우리의, 혹은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일그러진 영웅에 관한 이야기다.

(왼쪽부터) 아웅산 수치, 박정희, 반기문, 안철수

미얀마의 일그러진 우상, 아웅산 수치

살아 있는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그는 미얀마의 국부로 불리는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사망 이후 군부 정권의 압제에 대항하여 대를 잇는 국민 영웅이 됐다. 독재 정권은 가택 연금으로 수치의 손발을 묶었지만, 조국의 민주화를 향한 그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군부의 총칼 앞에 굴하지 않는 용기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수치는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다. 그렇게 수치는 미얀마를 넘어 세계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던 ‘영웅’ 수치에게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 거주하는 로힝야족에 대한 대량 학살이 자행되면서 인종청소 의혹이 불거졌다. 불교 국가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소수민족이다. 불교를 믿는 다수민족 라카인족은 끊임없이 로힝야족을 공격하고 그들의 터전을 불태워 미얀마 국경 밖으로 쫓아냈다. 지난 8월 한 달 새 400명이 죽었다. 그 사이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 등 이웃나라로 탈출한 로힝야족의 수는 무려 30만 명.


국제적으로 일고 있는 로힝야족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수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임과 동시에 미얀마 국가원수이자 외무장관이다. 과거 수치를 민주화의 영웅으로 추겨 세웠던 국제사회의 여론은 이제 그에게 맹비난을 가하고 있다.

서슬 퍼런 군부 정권의 총칼 앞에 맞서던 수치와, 로힝야족 학살에 침묵하는 수치.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파이낸셜타임스 “아웅산 수치, 몰락하는 유산을 가진 손상된 우상”


BBC “우리는 수치에 대해 너무 몰랐다.”


(관련 기사: 몰락한 민주화의 영우, 아웅산 수지)

세계의 대통령에서 ‘기름장어’로. 반기문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반기문. 그는 참여정부에서 제7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UN 사무총장에 선출되며 대한민국 외교사의 큰 획을 긋는다. UN 사무총장 재임 시절 국내에서 그의 위상은 놀라웠다. 많은 청소년이 그를 롤 모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가 태어난 충북에선 제2의 반기문을 키워야 한다며 아직 살아있는 그의 동상을 세워 우상화했다. 2013년 반기문은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2번째로 선정된다. 역대 국내 인사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차기 대통령이 될 거라 점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관련 기사: 반기문 찬양가, 우상화의 끝판왕을 보여주다)

하지만 UN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그의 위상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재임시절 국내에서는 반 총장을 국위선양의 선봉장마냥 띄워주기 바빴지만, 해외에서는 그를 역대 가장 무능력한 UN 사무총장이라 비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임기 당시 크고 작은 국제 이슈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우려한다”는 말로 일관했던 반기문. 해외 언론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Nowhere Man)’라는 굴욕의 이름을 선사한다. 문제 해결에 무능력하다는 의미였다. 물론,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공공연한 비밀은 그가 올해 초 한국의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며 만천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자 언론과 국민들은 그의 수상한 행적에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 곤란한 대답은 어물쩍 넘어 가는 바람에 '기름장어'라는 별명도 얻었다. 결국, 그는 기름장어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사무총장 임기 후 자국 선거 출마를 제재하는 UN 방침을 어겨가면서까지 의욕적으로 나선 대선이었지만, 결국 이 선택은 본인이 평생 쌓아온 남다른 명성마저 무너뜨리는 악수로 남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반기문은 UN의 투명인간”


이코노미스트 “반기문은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


(관련 기사: 반기문, 그는 오늘도 우려한다)


(관련 기사: [영상] 반기문의 실패: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반기문에게 배운다! 우리가 쌩까도(!) 되는 유엔 결의안)


새청치의 구세주에서 ‘간철수’로, 안철수

의사,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성공한 사업가, 인기 교수… 2010년 입지전적 인물 안철수가 정치판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인 안철수의 등장은 그야말로 혜성과도 같았다. 구태로 찌든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꼈던 많은 시민들은 ‘새정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정치판에 등장한 그를 구원자쯤으로 여겼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도 긴장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정치판에 달려든 그를 보며 “안철수 바람은 정치권에 올 것이 온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건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고부터. 예능프로에서 ‘이러다 대통령 되는 거 아니냐’는 설레발이 나올 정도였으니 이 기세라면 정말 대통령도 머지않아 보였다.

박근혜, 안철수 후보의 2012년 6~9월 양자 대결 추이

실제로 2012년 대선을 얼마 앞둔 여론조사 양자 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18대 대선 출마를 양보한 뒤 차기를 준비하기로 한다.

2017년의 안철수는 어떨까? 귀국 후 정계복귀, 민주당 입당, 탈당, 국민의당 창당, 대선 출마, 낙선.. 5년의 여정을 거치며 그가 얻은 것은 간철수, MB 아바타라는 별명이다.


아무도 실체를 찾지 못했던 안철수의 ‘새정치’는 사실상 용도폐기 되었고, 안철수 신당이라 불리던 그의 대선 베이스캠프 국민의당은 지지율 5% 안팎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마저도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내년 총선까지 당이 남아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안철수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코리아타임스 “그가 자랑하던 ‘새정치’는 애매모호한 정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체제로는 당이 가기 어렵다.”


(관련 기사: 안철수의 비극, 새것은 항상 옳은가?)


(관련 기사: 안철수가 망해야 하는 6가지 이유)


(관련 기사: 안적안: 안철수의 적은 안철수다)


산업화의 영웅에서 추악한 독재자로, 박정희

쿠데타로 집권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낸 대한민국 산업화의 영웅.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진을 방에 걸어두거나 동상을 세워 절을 한다. 고향 구미시에선 그를 ‘반신반인’의 존재로 추앙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그의 신화를 한 줄로 표현하면 이렇다. “우리는 거지로 살아도 우리 애들한테는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 파독 광부를 모아두고 박정희가 실제로 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정희가 반공/개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수많은 노동자의 인권이 유린되었고, 민주주의는 질식했다.

1961년 5월 16일 민주주의를 짓밟고 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박정희는 3선 개헌도 부족해 유신까지 발동해가며 종신집권을 꿈꾼다.

영원할 것 같던 박정희의 권력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총탄으로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김재규가 밝힌 박정희 ‘총살’의 이유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그리고 2012년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박근혜. 대를 이어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그는 결국 탄핵-구속되며 박정희 신화에 침을 뱉는다.

워싱턴포스트 “박정희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관련 기사: 포주가 된 국가, 그리고 애국자들)


(관련 기사: 박정희는 정말 국가와 민족을 사랑했는가?)


(관련 기사: 1,738억 원 : 박정희 전 대통령 우상화 사업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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