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SNS에 정치 얘기하면 안 돼요?

조회수 2017. 11. 13. 11:0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신문사가 기자의 SNS를 통제하려 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 공간입니다. 요즘 사회에서 뉴스 발행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기자(혹은 편집자)들이 그곳에다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죠.

이달 초 뉴욕타임스는 기존의 “소셜미디어 사용 수칙”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자사 기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지침을 포함시켰죠. 또한 기자들이 본인의 계정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개인 계정으로 올리는 게시물도 회사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에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번 주 새로운 소셜미디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전부터 자사 기자들의 (소셜미디어에서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해왔습니다. 그들은 금지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몇몇 기자들과 편집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트위터에 쓰고 있다는 경영진의 우려를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침들이 진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자들의 소셜미디어를 언론사가 직접 통제한다고 독자들이 기자를 “치우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할까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침들이 오히려 소셜미디어가 주는 여러 혜택을 얻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트럼프의 아이큐나 외모와 관련된 트윗들을 막는 것 치곤 값비싼 대가입니다.

기자 SNS 통제한다고 독자 신뢰가 생길까?


왜 이런 지침들이 생겨났는지, 원인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배타적이라고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죠. 뉴욕타임스의 편집장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에 적대적인 기자들의 트윗을 금지하면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겁니다. 월스트리트는 그 반대겠죠. 


결국 ‘소셜미디어 통제 정책’은 이러한 피해(비난)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가이드라인은 사견을 더한 뉴스들이 전체 보도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정책 역시 개인의 정치적 행동은 “독자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객관성을 유지하고, 적어도 그렇게 보이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객관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 사람은 이미 여러 가지 이유로 두 미디어 회사가 편향적이라고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언론사의 편향성을 판단하는 데 기자들이 올린 트윗이 대단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단 말입니다.


무엇보다 대체 ‘정치적인’ 게 뭘까요? 대통령이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믿음? 모호한 기준으로 정치적 견해를 통제한다는 정책들은 여성이나 유색인종과 같이 미디어가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억누를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객관성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역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뉴스 편집자들이 되돌리고 싶어 하지만, 이미 이와 관련된 소셜미디어 훈련은 미디어 회사의 손을 떠났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뉴욕타임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라고 믿는 사람들, 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그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적습니다. 기자와 편집자들이 철저한 팩트만 트윗한다고, 독자 수 확보를 위한 링크만 건조하게, 로봇처럼 올린다고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바뀔까요? 


소셜미디어의 플랫폼은 사회적입니다. 사회적이라는 뜻은 사람 같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때에 따라서 잘못된 의견이라도 말이죠.

보도국이 ‘사실 보도’와 ‘의견’을 구분하려는 점은 이해가 갑니다. 그 둘 사이의 경계는 최근 굉장히 불명확해졌죠. 하지만 기자들이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없고,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으며, 완벽하게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가 거짓말쟁이거나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겠죠.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한 소셜미디어 정책은 우리에게 그런 주장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회사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신뢰는 독자가 당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혹은 적어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데서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런 관계는 아무런 의견도 없는 척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솔직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요청하고, 실수하면 인정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사람처럼 말입니다. 


기자들이 사람이 아닌 척 보이기 위해 노력하다가는 오히려 독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더 신뢰하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이는 생각보다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원분보기 :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