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자원봉사자들이 화난 이유는 무엇일까?

조회수 2017. 11. 12.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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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조직위의 조선식 행정력 대참사.ssul

드디어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화 봉송이 시작됐다.


간만에 보는 피겨여왕 유나 킴이 점화한 성화는 (옆에 트로트가수 느낌 나는 아저씨는 국무총리.) 온 국민의 올림픽 성공 염원을 담은 채 2018km를 달려 2월 9일 평창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런데 차두리가 성화 들고 열심히 뜀박질하는 지금, 갑자기 한 자원봉사자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평창 올림픽이 아주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다?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아니 한국인이라면 제발 평창 좀 응원해야 하는거 아닌가?

시무룩

글쓴이에게 김치 싸대기를 날리기 전에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에 대해 살펴보자.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는 2016년 6월, 정유라가 아직 말타는 이대생이던 시절부터 모집을 시작했다. 16년 공고문을 보면 일곱가지 분야에 22,400명이나 되는 인원을 뽑는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사무지원 인력관리 일반운영 취재 방송 통역 도핑 시상 의료 정보기술 경기 등등 뭐가 많음.

사실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건 앞으로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는 이벤트인데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공식 자원봉사라서 어떻게 보면 꽤 괜찮은 기회다.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전공 관련 분야에 지원해 경험도 쌓고 스펙으로도 쓸 수 있으며 김연아를 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려 9만 1656명이나 지원했다고 함.


덕분에 선발 절차도 오지게 많다. 평창올림픽 총책임자라도 뽑는 줄. 어쨌든 자원봉사자들은 서류심사, 면접심사를 뚫고 3차에 이르는 긴 교육을 받은 후 칼바람이 할퀴는 강원도의 겨울에 무임금으로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원하는 직무에 선발되면 경험도 되고 스펙도 될 테니 보람이 있겠지? ㅎㅎ!

?!

오잉? 그런데 막상 직무를 배정받고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지원한 직무와 아예 다른 곳에 배치가 되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평창이 평양으로 둔갑해버리는 헛소리일까?

띠용?

실제 자원봉사 사이트에 들어가봐도 비슷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원분야와 다른 직무에 항의한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변경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게다가 직무 뿐 아니라 지망 지역이 바뀐 사람들, 합격했지만 순위가 밀려 직무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심지어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원봉사자는 평창올림픽 스케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고, 통역 분야에 지원해 레벨테스트에 교육까지 다 받았지만 최종 직무배치가 교통안내였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일까? 혹시 ‘아저씨 차 좀 빼줘요’까지 통역해버릴만큼 통역인재들이 차고 넘쳤던 것일까?

답은 평창 자원봉사 안내 사이트에 나와있다. 요약하자면
-애초에 수요조사를 잘못했고

-직종별 교육관리도 잘못했으며

-숙박시설이 부족해 자가숙박자를 우선 확보해야 했고 

-남녀 성비를 맞춰야 했고 

-별도로 전문 자원봉사자를 또 뽑았기 때문

에 직무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 그러니까 무슨 내부 비리나 수상한 음모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인력관리를 못해서 직무배치가 꼬여버린 것이었다. 

교통비도 전부 사비 ㅠㅠ

결국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추운 겨울날 급여도, 교통비도 안주는 곳에서 원하는 직무마저 못하게 됐다. 자기 시간과 돈 들여서 서류쓰고 면접보고 교육까지 받았는데 사정이 생겼으니 지원하지도 않은 일을 하라고 한다면 웬만한 보살도 키보드에 샷건을 내려치지 않을까? 


특히 통역 취재 등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경험과 스펙을 쌓고자 했던 사람들은 아예 봉사할 이유가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봉사자들의 항의에 대한 답변을 보면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고 변경은 못해주니까 양해좀 하고 적극적으로 협조 해라’는 식이다. 무슨 자원봉사가 아니라 군대에서 하루종일 제초하다 듣는 말인가 했다. 당연하게도 공지사항에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애초에 강원도와 문체부 등은 평창올림픽으로 생길 경제 효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주장해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하나된 열정을 강조하며 2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쓰면서 이런 사태까지 만들고 있었다.  


참고로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1만 5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대우에 불만을 품고 대탈주를 감행했다고 한다. 


아직 100일 가량 남았지만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평창올림픽. 과연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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