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표절 기업들이 맨날 내놓는 변명들의 특징

조회수 2017. 10. 16. 11:4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변명까지 표절하는 듯 ㄷㄷㄷ

원피스를 감쪽같이 표절하며 일본을 호되게 혼내준 ‘와피스’를 기억하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허니버터칩을 필두로 생겨난 허니 어쩌고- 카피캣들과, 순하리를 추격하던 수많은 과일소주들, 짜왕의 성공과 함께 몰려온 굵은 면발의 짜장들. 그리고 뭐가 먼저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취방을 구해준다는 다방 직방 뭔방들까지... 표절계의 대부는 대륙의 중화표절공화국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동방의 표절강국이다.


그 밥에 그 나물들이 베끼고 베껴지는 품앗이형 표절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대기업처럼 큰 집단에서 작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낼름 훔쳐가는 도적질이다. 특히 얘네는 들킨 뒤 하는 변명마저도 표절하는건지 해명글도 죄다 비슷비슷하다. 지금부터 직업의식과 윤리, 프로의 자존심 따위는 집앞 분리수거통에 던져놓고 나온 스타트업 표절 사례들을 알아보자.

다른그림찾기 1. 구닥 - 스냅킼

출처: 구닥 페이스북 페이지
난이도 ★★★☆

위쪽은 올해 7월에 출시된 필름카메라 앱 구닥, 아래쪽은 그냥 좀 네모낳게 펴놓은 구닥인 줄 알았는데 9월 30일에 출시된 스냅킼이다. 딱 봐도 헷갈릴 만큼 비슷하게 생겼다. 아마 멀미로 울렁거리는 사람한테 보여주면 분간하지 못할 것이다. 참고로 스냅킼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1)24장 모두 촬영해야 현상 가능
2)날짜를 새길 수 있는 기능
3)뷰파인더, 플래시 등 기본 기능

위 항목들에서 모두 ‘사용자가 헷갈릴 만큼’ 구닥을 닮았다. 참고로 스냅킼을 만든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쓰고 있는 카메라 앱 ‘캔디카메라’를 만든 제이피브라더스다.


제이피브라더스는 우연히 매우 비슷한 필름카메라 앱을, 게다가 우연히도 구닥이 안드로이드 출시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대응하기 힘든 황금연휴에 등록해 캔디카메라 푸쉬광고로 홍보까지 해주는 고품격 선의의 경쟁을 선보였다. 당연히 구닥과 헷갈렸던 사람들은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스냅킼은 해명에 나섰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표절 해명 번역기를 돌려보았다.

표절 해명 번역기

스냅킼 : “구닥은 일회용 카메라 컨셉을 적용한 최초의 앱이 아니다.  구닥도 'Kodak'의 '펀세이버'의 디자인을 오마주하여 설계한 것이다.”
번역 -> 우리는 너희가 일회용 카메라 컨셉으로 잘나가는게 눈꼴시렸고,
스냅킼 : “우리도 일회용 카메라를 실제로 사용하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기존 제품의 디자인 요소를 일부 참고했다.”
번역 -> 그래서 너네 디자인을 복사 붙여넣기 했다.
스냅킼 :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보편적인 앱의 형태입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조치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번역 -> 그게 티가 안 날 줄 알았지만 티가 났나 본데, 고소는 하지 말자.

지적재산권따위는 공동소유 텃밭에 묻어버린 공산주의 스타일 해명이다. 표절이 아니라 참고일 뿐이라는 헛소리에 화가 난 사용자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고, 결국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던 제이피브라더스는 눈물의 사과문을 다시 한 번 내놓고 앱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그림찾기2. 랩노쉬 - 식사에 반하다

출처: 이그니스 홈페이지
난이도 ★★★★☆

위는 물에 타먹는 아침식사대용인 랩노쉬. 아래는 물에 타먹는 아침식사대용식 랩노쉬...가 아니라 식사에 반하다라는 또 다른 아침식사대용식이다. 이제 난이도가 꽤나 올라가서 매직아이를 써야만 다른 부분을 알아챌 수 있다. 디자인은 거의 앞부분 라벨만 포토샵으로 바꾼 수준이고 홍보 문구, 제품 맛 종류, 먹는 방법 표기 방식까지 섬세하게 한땀한땀 표절한 표절계의 마스터피스다.

그런데 제품을 표절한 것도 모자라 아예 시장에서 지워버리려고 생각했는지, 표절제품을 대형마트에서 ‘랩노쉬’의 절반 가격에 팔아버린다. 결국 두 제품을 혼동한 수많은 소비자들은 표절제품을 구매하게 되고 랩노쉬는 큰 타격을 입는다. 결국 ‘식사에 반하다’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랩노쉬. ‘식사에 반하다’ 측에서는 이런 해명을 내놓는다.

표절 해명 번역기

식사에 반하다 : "랩노쉬 타입의 보틀은 이미 타회사에서도 사용돼 왔고,"
번역 -> 너네 회사랑 똑같은 병을 쓰긴 했는데,
식사에 반하다 : “그라데이션 기법와 물 붓는 선의 표현 방법도 랩노쉬만의 특허가 아니다"
번역 -> 아직 특허를 안 냈길래 기분좋게 베꼈다.
식사에 반하다 : "랩노쉬의 (표절)주장으로 인해 엄마사랑 '식사에 반하다' 론칭이 지연돼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번역 -> 근데 너네 때문에 따라한 거 들켜서 조금씩 바꾸느라 짜증난다.
식사에 반하다 : “앞으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악의적이고 무분별할 댓글 시 강력한 법적 대응 하겠다"
번역 -> 또 짜증나게 하면 적반하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방귀 뀐 놈이 성내고 똥까지 싸버리는 선빵식 해명. 특허 안 냈으면 다 내꺼라는 대륙의 기상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랩노쉬는 특허 출원을 하지 못해서 디자인 관련 소송은 진행할 수 없는 실정. 아직까지 이 사건은 진행중이며 대형마트 측에서는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

다른그림찾기 3. 라마마 - 타로냥

출처: 페이스북 캡쳐
난이도 ★★★★

왼쪽은 타로챗봇 라마마, 오른쪽은 연애챗봇 타로냥이다. 생긴 것도 헷갈리는데 이름은 더 헷갈린다. 타로챗봇 라마냥? 연애챗봇...타마마? 뭐 어쨌든 소규모 스타트업 회사에서 개발한 서비스인 ‘타로챗봇 라마마’는 라마마라는 귀엽고 하얀 동물 친구가 타로 점을 봐주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유명 소셜미디어 ‘봉봉(vonvon)’이 ‘연애챗봇 타로냥’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눈에 보이는 외형 뿐만 아니라 타로점을 쳐주는 동물, 채팅 방식, 인터페이스, 챗봇이 말하는 문구, 제일 헷갈리는 서비스 이름까지 안 똑같은 걸 찾는게 더 빠를 정도로 비슷했다.

출처: 페이스북 캡쳐

참고로 페이스북 페이지도 똑같다. 이쯤이면 사장님 속옷 디자인까지 베끼지 않았나 의심해 봐야 할 시점이다. 어쨌든 유명 소셜미디어 봉봉이 소규모 스타트업 업체의 서비스를 그대로 모방했다는 의혹 제기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봉봉 대표는 페이스북 댓글로 아래와 같은 해명을 내놓는다.

표절 해명 번역기 

봉봉 : "저희는 바이럴로 먹고 사는 회사다보니 뭔가 바이럴한 게 있으면 항상 연구하고 테스트해본다.”
번역 -> 뭐가 잘 나가면 베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봉봉 : “마침 챗봇도 관심있게 지켜보던 분야라서 라마마를 보고 테스트로 타로냥을 만들어봤다”
번역 -> 니네가 만든거도 잘나가길래 베껴봤다 
봉봉 : "(타로냥은)연구개발 차원에서 테스트한 프로젝트이고 라마마와 직접적인 경쟁을 생각한 게 아니다
번역 -> ㅎㅎ그냥 한번 해본거니까 너무 열내지들 마라
띠용? 테스트 느낌이 아닌데...

베낀거 들키면 뭐라고 변명할 지 열심히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해명이다. 어린시절 친구들이 화내면 장난이었는데 왜 이렇게 정색하냐고 입을 삐죽이던 동네 친구가 하나 생각난다. 계속 그러다 입에 주먹을 맞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봉봉은 사과한 뒤 타로냥 페이지와 챗봇을 내렸다.

다른그림찾기 4. 플리토 - 참여번역 Q

난이도 ★★★

왼쪽은 네이버의 번역 앱 ‘참여번역 Q’, 그리고 오른쪽은 ‘플리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참여형 번역 서비스다. 사실 색 때문에 외형적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서비스에서 디자인보다 중요한 컨셉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서비스 과정이 매우 유사했다.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들의 참여 방식으로 외국어 번역을 해주며, 번역 요청 문장을 사진이나 음성으로 업로드할 수 있다.


대표적인 IT기업 네이버가 컨셉을 따라한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있는데, 알고보니 네이버 사전팀은 플리토와 협력 관계에 있었다. 쉽게 말해 플리토의 번역 데이터를 네이버 사전의 예문 형식으로 적용해왔던 네이버가 플리토를 복제하며 통수를 쳐버린 것. 플리토 대표에게 ‘네이버는 자동번역 개발에 집중하고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는 네이버가 진출할 분야가 아니다’ 라고 했던게 소름돋는 부분이다. 


논란이 되자 네이버가 내놓은 해명은 다음과 같다.

표절 해명 번역기

네이버 : "사용자 참여형 서비스는 '네이버 지식인'등 유사 서비스들이 그전에도 이미 있었듯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번역 -> 그게 뭐 그리 특별하다고 좀 베낀 거 가지고 인심없게 구느냐
네이버 : "플리토 서비스와 참여번역Q의 구체적인 유사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번역 -> 사람들이 눈치채고 욕하면 삭제할거고 아니면 그냥 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네이버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눈치가 있던 사용자들은 표절 비판을 하기 시작했고, 논란이 커지자 다시 사과문을 내고 서비스를 종료한다.

점이 생겼죠? 표절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작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낼름 훔쳐가버리는 대기업의 표절 사례와 변명 스타일을 살펴보았다. [문제제기 -> 연락 안됨 -> 사용자들의 비판 -> 발뺌/적반하장 해명문 -> 더 커진 비판 -> 사과하고 꼬리내리기] 식의 패턴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지금,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용자들이 바보가 아니라서 표절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1.도둑질은 나쁜 것이다.
2.상대방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표절도 도둑질이다.
3.표절은 나쁜 것이다.

간단한 삼단논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우리나라가 공산주의인 줄 착각하고 있는 표절 기업들이 다음에는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원작을 알면 재미있는 것은 패러디, 원작을 알리고 싶은 것은 오마주, 원작을 감추고 싶은 것은 표절.


- 신경숙 표절 사건 당시 관련 기사의 댓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