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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현실의 경계 속 여행기

소설에 나오는 도시를 가보면 소설 속 문장과 등장인물들이 곁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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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작성일자2018.02.14. | 12,272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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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먹고 자라던 어린 시절, 왠지 모르게 더 애틋하고 마음이 가던 책속 친구들. 이름도 낯설고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도 다른 그 친구들이 다른 나라 어디엔가 살아 있을 것만 같다고 느껴지곤 했을 것이다. 그런 믿음을 안고 ‘어릴 적 그 책’ 속 그녀들을 만나러 독서 여행자 곽아람이 아메리카로 떠났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서 스칼렛의 타라 농장이 있었을 법한 존즈버러와 자전적인 소설 『작은 아씨들』 을 쓴 루이스 메이 올콧 네 자매가 살았던 콩코드의 생가, 『빨강 머리 앤』 의 배경이 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향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 개츠비가 하염없이 바라보던 검은 바닷물 너머 초록 불빛의 이스트에그의 모델이 된 뉴욕주 샌즈포인트를 찾아가는 여행. 곳곳에 배어나는 저자의 단단한 독서력은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알차게 채운 문학의 곳간에서 비롯되었음이 여실히 보인다. 또한 미국 현대사의 유산이기도 한 도시 곳곳의 유적지를 탐방하는 데에는 문화부 기자로서 세계 곳곳을 출장 다니며 쌓은 저자의 안목이 빛난다.

영화나 그림의 배경이 된 공간이 아니라, 허구의 세계인 문학작품 속 배경이 ‘되었음직한’ 곳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작가가 집필 당시 지내던 도시를 찾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여행을 기획하게 되신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여행을 기획하게 된 ‘계기’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답변이 나와야할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건 아닙니다. 회사에서 일정 연차가 되면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데 그 덕에 2016년 8월부터 작년 8월까지 뉴욕에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살아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는데,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 꼭 가고 싶었던 곳이 두 군데 있었습니다. 한 군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배경인 미국 남부였고, 다른 하나는 『빨강 머리 앤』 의 배경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였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애틀랜타나 『빨강 머리 앤』 의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는 사실 문학작품 속 배경이 ‘되었음직한’ 곳이라기보다는 실제 배경이지요. 『위대한 개츠비』 에서는 작품의 배경인 개츠비가 살았던 킹스 포인트를 찾아서 가되 상상력을 발휘해 제 마음대로 저택 하나를 선택해 ‘개츠비의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요. (웃음) 제가 책의 『빨강 머리 앤』 챕터에서 썼듯이 저는 트로이가 실재했다 믿었던 슐리만처럼 소설 속 장소가 실재한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를 찾게 되었을 때, 문학이 말하는 이상과 위안이 당의정이 아니고 사실이라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곤 했지요.

어쨌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배경인 애틀랜타와 레트의 고향인 찰스턴, 타라가 있었을 법한 존즈버러, 그리고 스칼렛의 어머니 엘렌의 고향인 서배너를 꼭 돌아보겠다고 결심했는데, 마침 저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있게 된 친한 친구가 동행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2016년 12월에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고 정말 즐기려고 간 여행이었는데 (그래서 책에 실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기행 사진은 모두 카메라가 아니라 휴대전화로 찍었습니다...) 그 여행이 몹시 즐거워서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에 가기 전에도 저 혼자, 혹은 친구들과 문학 기행을 하게 되었어요.

단순히 작가가 집필 당시 지내던 도시를 찾는 것 이외의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 무척 고마운데요. 소설에 나오는 도시를 가보면 소설 속 문장과 등장인물들이 곁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도 그렇고요. 마거릿 미첼 하우스의 집필실에서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을 무척 좋아해서 배경인 에치고유자와를 겨울에 두 번 갔는데, 그곳에서 이미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 더 생생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았고 여유가 있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 내용 중, “홀로 책 읽는 아이들은 대개 외로움과 슬픔이 많”다는 구절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에 가장 위로가 되었던 책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정신없이 파고들게 되는 몰입감 넘치는 책이었을 것도 같고, 캐릭터가 살아 있는 책이었을 것도 같습니다.

이번 책은 사실 흔히들 출판계에서 ‘진성 독자’라고 하는 책벌레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 언급한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에 소개한 책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책의 자세한 줄거리는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이미 책에 나오는 작품들을 읽어보시고,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영어 원문을 병기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번역이 서툴러서 걱정이긴 하지만... 왠지 오자도 많을 것 같고요)

 그런 분들이라면 저와 마찬가지로 어린 날부터 책을 좋아하셨던 분, 활자 중독에 가깝도록 읽어온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책 읽는 어린아이의 심정을 이해하리라 생각했고요. 어린아이가 다른 즐거운 일이 많다면 무엇 때문에 책에 몰두하겠습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자신의 주위에 일종의 장벽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아무도 들어오지 말 것’이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행위인데요. 게다가 책을 읽는 행위는 부모님이 권장하는 것이라 책을 읽고 있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관련 책
바람과 함께, 스칼렛
바람과 함께, 스칼렛
저자
곽아람
발행일
2018.02.24
출판사
은행나무
가격
정가 16,000원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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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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