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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남성의 어버이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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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대행소 왱 작성일자2018.05.08. | 25,542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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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입니다. 부모님께 진심 어린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30대 중반 남성이 올 어버이날에 쓴 편지 한 통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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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막내아들 상용(가명)이에요. 맨날 속만 썩이다가 어버이날 핑계로 이렇게 편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벌써 37살이네요. 아직 장가도 못 간(X) 안 간(못 간 건 진짜 아니에요..) 37살 막내아들 보면 한숨만 나오시죠ㅎㅎㅎ. 어느 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지만 부모님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느껴지시겠죠.

얼마 전 어린이날에도 아버지가 카톡으로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는 어린이! 행복한 하루되라”라고 하셨었잖아요ㅎㅎㅎ.

본의아니게 상처를 드려서 죄송해요

출처 : PxHere

어린아이처럼 부모님 웃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무슨 말만 하면 짜증내고 틱틱거릴 때가 많죠. 걱정해서 하시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이가 들어도 잔소리는 듣기 싫은가 봐요ㅎㅎㅎ.

예전에 제가 제발 그만하시라고 차갑게 쏘아붙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용상아, 엄마 미워하지 마”라고 하셨던 거 기억나세요?

아휴, 절대! 절대! 미워하지 않아요.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사람관계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을(乙)’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가 저에게 ‘을’처럼 지내시나 싶었어요. 죄송해요. 세상에서 저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고, 저도 아버지 어머니를 너무 많이 사랑한답니다.


이건 정말 진심인데요, 이기승씨가 제 아버지고 심순호씨가 제 어머니여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재작년에 아버지랑 같이 제주도에 같이 갔을 때가 기억나요. 숲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상용아 고맙다”라고 하셨었어요.

아버지와의 제주도 여행 중에...

출처 : Pixabay

뭐가 고맙냐고 물으니까 “그냥, 그냥” 이렇게만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게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살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못했었나봐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직업이면서도 정작 아버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예전이랑 달라진 건 없지만 말이죠. 조만간 또 같이 여행가요.


정성이 담긴 엄마의 집밥

출처 : Flickr
어머니는 요리 방송이 나오면 펜이랑 노트를 꺼내서 레시피를 적으셨었어요. 가족들한테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였겠죠.

자식들이 밖에서 끼니는 챙겨 먹고 다니는지 항상 걱정하시는데 너무 잘 먹고 다녀요. 좀 덜 잘 먹고 다녀야 해요.


앞으론 밖에 있다가도 가족들 밥해준다고 일찍 집에 들어오거나 그러지 마세요ㅎㅎㅎ.


그리고 가끔 저한테 “착해 빠져 가지고 언젠가 한 번 사기당할 것 같다”고 하셨었는데 저 그렇게 안 착해요ㅎㅎㅎ. 사실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 생각하느라 정작 본인이 손해 보실 때 많으셨잖아요. 다른 사람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것보단 어머니처럼 조금은 손해 보면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엔 많이 해요.


가장 큰 행복, 가족

출처 : Pixabay

저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신앙, 결혼, 직장생활, 사람 관계 등등 제 앞에 놓인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있고요. 지난주 휴가 때 혼자 제주도에 가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에게 행복을 주는 건 뭐가 있을까 쭉 적어봤는데 막상 적어보니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가족이었어요.

아마 아버지 어머니도 저와 형이 가장 큰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존재일거라고 생각해요. 행복하게 해드리려고 좀 더 노력할게요.


물론 제 삶을 꾸려나가는데 있어서 부모님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을 거예요. 자식이 “제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말도 없겠지만, 다만 부모님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땐 저를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어버이날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기셨네요

출처 : PxHere
앞 부분에 벌써 37살이나 됐다고 적었었는데 부모님은 벌써 환갑을 훌쩍 넘으셨군요.

“앞으로 잘 할게요”라는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서 이젠 편지에 그런 말을 적기도 민망하네요.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자식 걱정은 조금만 하시고 두 분 건강에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아버지 자전거 타실 때도 미세먼지 많은 날은 피하세요. 건강에 해로워요. 어머니도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고요. 잠을 잘 자야 다음날 활력이 생기거든요.


어버이날인데 그동안 저랑 형이랑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이렇게 힘들게 키워놓고도 오히려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또 다시 지키지 못 할 거짓말을 한다면 “더 잘할게요. 건강하세요!!”

배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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