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2030 남북청년들의 솔직한 속마음

조회수 2018. 4. 23.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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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2018 남북정상회담, 2030 청년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남북 청년들을 한자리에 모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평소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2001년 북한을 떠나 남한에서 청년 사업가로 변신한 김성철(33), 서울로터리위성클럽(SYLE)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민(30), 2010년 남한에 정착해 건국대 국제무역학과를 졸업한 김진미(23),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김선효(23).

평범한 네 명의 청년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사실에 우선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이제껏 그랬듯이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반목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로 모였습니다. 

평소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

김진미│북한에 있을 때는 나이도 어렸고 정치에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도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남북관계 뉴스는 유독 챙겨 보는 편이에요. 북한이 고향이라 그런 것 같아요.


김성철│저도 마찬가지예요. 관련 뉴스들을 최대한 챙겨 보려고 해요.


김선효│평소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대외활동으로 독서모임 ‘남book북 한걸음’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통해 남북·통일문제를 정치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남북의 사람 간 유대를 회복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게 됐어요.


김정민│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지 않을까요. 저도 대외활동을 하다가 탈북민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어요. 대외활동을 하다 보니 의외로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북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런 점은 좀 안타까웠어요. 

우리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어떻게 바라봤나?

김선효│평양공연에 레드벨벳이 참가했잖아요. 우리야 너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북한 사람들도 그럴지 의문이 들었어요. 가사에 영어도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노래잖아요. 오히려 남북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노래가 많았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김정민│이적, 백지영은 북한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잖아요.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더 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김진미│저는 오히려 레드벨벳이 간 게 제일 좋았어요. 엑소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북한에 있을 때 아이돌 춤을 배우고 싶어도 영상을 못 구했거든요. 모든 사람이 보진 못했겠지만 평양공연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레드벨벳으로 난리가 났을 것 같아요. 


김성철│북한 사람들도 남한의 아이돌 그룹을 다 알 거예요.  


2018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 개최되는데?

김선효│처음 소식을 접하고 엄청 놀랐어요. 역사적 사건이 제 눈앞에서 일어날 거란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요. 바로 친구들과 기사를 공유했죠. 남북 정상이 만나는 모습은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일이었거든요. 2007년이면 초등학생 때라 기억이 잘 안 나요. 또 학교에서 배워도 시험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김진미│북한에서는 그런 내용이 교과서에 아예 없어요. 근대사는 잘 안 다루거든요. 다만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TV로 본 모습이 강하게 남아 있어요. 남북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과 사인을 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김성철│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북한에 있었지만 그 모습이 기억나지 않아요. 당시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는데 저는 학교를 못 다녔거든요. 많은 또래 친구들이 그랬어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남한에 와서 봤어요. 뭔가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죠. 정말 진행이 될까? 통일이 될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어린 세대는 10년 전 제가 느낀 감정을 알게 될 것 같아요. 이번 회담이 젊은 친구들이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큰 계기가 될 거예요. 


김정민│제 생각도 그래요. 더욱이 저는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주는 의미보다 판문점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어요. 북한 정상이 판문점 우리 영토에 오는 건 처음이잖아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바라는 점은?

김진미│북한 비핵화에 대해 확실히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핵시설 하나를 포기할 때마다 얼마만큼의 보상을 하겠다는 형태의 구체적 논의가 이뤄져야 해요. 북한이 계속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김선효│전문가들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IAEA 사찰을 받고 단계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면은 동감해요. 거기서 더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북한에 원하는 걸 정확하게 제시하고 북한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봐요.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만 이야기하고 북한의 안보에 대해 보장해주지 않으면 북한이 의심하고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우리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북한도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것 같아요.


김정민│얼마 전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를 봤어요. 2차 세계대전을 일본 관점에서 그려낸 작품인데 전쟁의 참혹함이 느껴지더라고요. 평화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됐고 정상회담도 이러한 측면에서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또 앞으로는 같은 민족끼리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부분이 긴밀하게 논의되면 좋겠어요. 독일이 통일됐을 때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통일이 따르지 않아 마찰이 있었다고 하잖아요. 그런 과정을 줄여야 하니까요. 


김성철│당장에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북한이 점진적으로 문을 열도록 논의하는 과정이 더해졌으면 좋겠어요. 북한에 중국 접경 지역과 가까운 곳부터 특구 지역이 늘어야 해요. 예를 들어 나진·선봉 특구 같은 지역이 늘어나 미국, 한국 등 국제 자본이 투자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도록 세밀하게 접근하면 좋겠어요. 다만 투자에 따른 모니터링도 확실하게 이뤄져야겠죠.

이후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진미│북한이 뭔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평양공연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남측 기자단의 취재를 제한한 것에 대해 사과했잖아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에요. 북한이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선효│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온 것도 충격이었지만 미국의 태도도 정말 의외였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서로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말폭탄’을 주고받았잖아요. 이렇게 180도 바뀔 수 있는 사이라면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어요. 


김정민│북미정상회담이 처음 이뤄진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김진미│우리 정부가 외교를 잘한 것 같아요.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뤘고 북한과 미국을 다시 연결시켰어요.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켰으니 우리 입장에서 손해 본 건 없죠. 이 과정을 묵묵히 이뤄온 우리 정부가 대인배처럼 느껴졌어요.

남북관계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선효│겨울방학에 DMZ에 단체로 견학을 갔어요. 처음에는 왜 가는 건지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느끼는 바가 컸어요. 강원도 지뢰마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가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했거든요. 무엇보다 평화의 중요성을 절감했죠. 북한에서 미사일이 언제 날아올지 모른다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불안한 일이에요. 남북이 자주 만나 신뢰를 쌓으면 좋겠어요. 양측에 신뢰가 쌓이면 미사일을 보내겠어요? 그리고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전략적 가치는 더 있겠지만 지도자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더 믿지 않을까요? 북한과 관계를 이어갈 의지도 그렇고 같은 민족으로서 문 대통령이 말도 더 통할 수 있고요. 정부는 이런 면을 더 활용해서 신뢰를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김성철│한반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큰 움직임에 기대가 돼요.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까지 북한 인권 같은 데 가졌던 관심이 무관심으로 돌아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균형을 맞춰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남북이 화해 모드를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길 기대해요.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과거처럼 화해 모드와 긴장 모드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일은 총리가 바뀌어도 통일 정책은 이어졌다고 해요. 정권이 바뀐다고 정책이 바뀌는 건 아닌 거죠. 남북관계 로드맵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정민│정상회담 후에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남북관계를 이야기하고 그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어요. 최근 서울대공원에 가니 정상회담을 기념해 한반도 지도를 벚꽃으로 장식한 걸 봤어요. 이전에는 못 보던 모습이었는데 이처럼 일상에서도 남북관계를 둘러싼 변화들이 많이 보여졌으면 해요.


김진미│결과가 좋으면 모든 국민이 박수를 보낼 거예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아름다운 모습이 전개됐으면 좋겠어요. 남북교류도 늘어나서 다음에는 평양공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예술단이 다른 지역도 갔으면 좋겠어요. 함흥에도 가고 청진에도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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