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유아침대로 대상 수상! 비결은 엉뚱함

조회수 2017. 12. 27.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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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디자인도 ‘보기 좋은 제품이 쓰기에는 더 좋다’

요즘 산업 디자인의 흐름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당한 말이 아닐까요?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에 그쳤던 디자인은 실용성을 더해 인간이 한층 더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여기 실용 디자인의 세계에 막 첫발을 내딛은 당찬 20대가 있는데요,

조금 더 편안하고 더 나은 디자인으로 세상에 편리를 가져다주고픈 ‘디자인 꿈나무’ 김미선 씨를 위클리 공감이 만나 보았습니다.


앙 다문 입술이 야무져 보였던 김미선(23) 씨. 그런데 웬걸. 입을 열자마자 엉뚱 발랄한 말들이 톡!톡! 튀어나왔습니다. 김 씨는 지난 11월 9일 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데 이어 11월 30일에는 D2B 디자인페어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D2B 디자인페어는 기업에 필요한 디자인을 문제 형태로 출제해 기업이 심사부터 수상작의 상품화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디자인 공모전입니다.


김 씨는 여기서 기업 출제 부문이 아닌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자유 출품 부문에 과감히 도전장을 냈는데요. 연달아 큰 상을 받은 비결이 뭐냐고 묻자 “아마 제가 동기들 중에 제일 엉뚱할걸요? 그게 비결인 것 같아요”라는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2017년은 김 씨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고 합니다. 스스로 만든 디자인으로 큰 대회에서 두 번이나 상을 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통과 못하면 학교 1년 더 다닐 줄 알라”는 교수의 엄포에 벌벌 떨며 나머지 작업을 하던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랬던 그가 이제는 학교를 대표하는 디자인학도가 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사진=2017 D2B 디자인페어에서 대상을 받은 김미선 씨. 김 씨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구를 디자인하는 게 꿈이다. l C영상미디어

◇대학창의발명대회 국무총리상 수상한 '차단막으로 변형 가능한 지하철 벤치'

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안겨준 ‘차단막으로 변형 가능한 지하철 벤치’는 김 씨가 울면서 밤새 준비한 나머지 작업의 결과물이었다고 합니다.


“지하철 벤치는 작년 과제로 냈던 작품이에요. 교수님이 작품을 통과시켜줘야 하는데 제가 가져가는 작업물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았어요. 또 퇴짜를 맞으면 학교를 1년 더 다닐 각오를 하라는 말에 울면서 다시 면밀히 조사하고 다시 디자인해서 겨우 불통을 면했던 작품이에요. 제가 느끼기에도 아쉬운 점이 많아 통과한 다음에도 꾸준히 교수님과 피드백하면서 여러 번 제품의 단점을 찾아 보완했어요. 그랬던 작품으로 상까지 받게 되니 엄청 기뻤어요.”


김 씨는 3학년 때 겪었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 후 작품을 만들 때마다 보완할 점은 없는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버릇이 됐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던지다 보니 동기들 사이에서도 김 씨의 엉뚱함은 알아주는 편. 그런 엉뚱함이 김 씨의 작품이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D2B 디자인페어에서 대상 수상한 'Fun Crib'

이번 D2B 디자인페어에서 대상을 차지한 ‘Fun Crib’ 역시 막 던진 아이디어 중 하나를 발전시킨 것이었는데요, ‘사용 기간이 짧은 유아 침대를 활용할 만한 방안’을 고민하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변신 로봇처럼 침대를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책꽂이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아이들이 읽을 책을 오래도록 보관할 책꽂이는 효용 가치를 잃은 유아 침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습니다. 머리를 대고 누웠던 침대가 머리를 채워주는 책으로 가득한 책꽂이로 변한다는 의미도 괜찮았습니다.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더한 Fun Crib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이제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상품으로 구체화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사진=김미선 씨가 디자인한 ‘Fun Crib’은 유아 침대를 책꽂이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어 자원 절약과 아이디어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l D2B디자인페어 사무국

“상품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꽤 걸렸어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쉽게 조립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여러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죠. 어떻게 해야 이용이 편리한 책꽂이로 쉽게 바뀔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또 쉽게 구부릴 수 없는 나무로 만든 제품이라 효율적인 조립 방법을 고민해야 했어요.


최종적으로 나온 방법이 침대를 하단 부분과 상단 부분으로 나눠서 만드는 거예요. 침대로 쓸 때는 아래에 있는 공간을 유아용품 수납함으로 쓰고 위에는 아기를 눕히는 거죠. 그러다 책꽂이로 변형할 때는 침대 바닥 부분을 두 개로 분리했어요. 침대 몸체를 나란히 세워서 책 높이에 맞도록 바닥 부분을 조절해 끼우면 책꽂이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제품 디자인·디자인 출원까지 직접, 창업 준비 중

Fun Crib을 작업하는 동안 김 씨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가구 디자이너가 돼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자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한층 깊어졌습니다. 김 씨가 추구하는 기능을 더한 가구 디자인을 하려면 취업보다는 창업 쪽이 더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창업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고 하는데요.

 

“D2B 디자인페어에서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열었던 섬머스쿨에서 디자인출원을 내는 법을 배웠어요. 저는 디자인만 신경 쓰느라 제가 만든 작품이 상품화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해서 강의에 관심을 갖고 들었어요. 

섬머스쿨에서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제 힘으로 Fun Crib 디자인권을 따냈어요. 제가 만든 작품에 제가 권리를 갖는 게 당연한 걸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줄 전혀 몰랐죠. 제 디자인을 상품화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꼭 알아야 하겠구나 싶어 열심히 배웠어요. 디자인권을 따고 나니 제가 만든 제품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해지더라고요.”

 

김 씨는 대학생활 막바지를 입사면접 연습으로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김 씨가 꿈꾸는 디자인창업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따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직 확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창업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합니다. 

 

“디자인을 공부할 때는 제가 창업까지 생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막연히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었거든요. 그런데 디자인권을 따면서 나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물론 두려움도 있죠. 하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능을 입은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어요. 차근차근 준비해서 한계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찾아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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