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시니어, IT기업에 취업하다!

조회수 2017. 10. 26. 10: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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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고용의 새 지표를 제시하는 기업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에버영코리아가 그 주인공인데요. ‘언제나 젊은 한국’이라는 회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니어의 사회적 역할 확산 기반을 마련하는 게 에버영코리아의 비전입니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권선옥 씨(72세)를 위클리 공감이 만나보았습니다.

지난 8월 2일, 경기도 소재 에버영코리아(EVER YOUNG KOREA) 성남센터에 들어서자 수십 대의 컴퓨터가 일렬로 배치된 공간이 보였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무실 풍경이라지만 좀 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는데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는 이들 모두 시니어라는 점이었습니다.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공무원 생활을 접고 전업주부로만 살았어요. 40년 넘게 주부로 지내다가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된 거죠.

이곳에서 또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권선옥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3년 전 입사한 권 씨는 줄곧 네이버 지도 블러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블러링은 네이버가 촬영한 거리뷰 사진에서 개인 정보와 연관된 부분을 지우는 일입니다. 에버영코리아 근로자들의 주요 업무는 권 씨가 맡은 역할을 비롯해 온라인 게시판에 욕설은 없는지 허위·과장 정보가 게재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사진=에버영코리아 성남센터에서 직원들이 오전 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제공

근로자들의 연령대는 55~84세. IT 기업 이미지와는 이질감마저 들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권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고용시장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길잡이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설립된 지 4년 차에 접어든 에버영코리아는 은평·성남·춘천 센터 3곳으로 나누어져 총 438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성별·경력과 관계없이 55~84세면 누구든지 서류 지원이 가능하고 심사를 거친 뒤 입사할 수 있습니다.


권 씨는 동네 고령친화체험관에서 취미생활을 하던 중 에버영코리아 채용 소식을 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고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 섞인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뒤로는 이제는 앞장서서 응원한다고 해요. 며칠 전에는 손녀딸이 회사 앞까지 찾아와 “할머니가 자랑스럽다”고 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전부터 컴퓨터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게임을 해봐선지 입사 후 두 달 간 교육을 받으면 업무를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더라고요. 교육 난이도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어요.

회사 측은 처음부터 시니어들의 IT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회사 설립에 앞서 송파 시니어 클럽 소속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네이버 지도 블러링을 진행한 바 있는데, 생각 이상의 결과가 나왔던 것이지요. 결과는 시니어도 근로자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걸 보여준 것입니다. 이에 은평센터를 필두로 에버영코리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업무 성격부터 근무 환경까지 에버영코리아의 운영 방식 자체가 시니어 중심으로 센터마다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인 근무 시간은 하루 네 시간입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봐야 하는 작업인 만큼 근로자들은 회사가 지정한 안과에서 검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팀별 회식비와 경조사비, 동료 생일을 챙길 수 있는 소정의 금액도 지원됩니다.  

사진=권선옥 씨, 조선DB 제공

센터 내부에 마련된 혈압 측정기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러자 권 씨는 “시니어들은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좋지 못하다고 느끼면 혈압부터 잰다”“아주 유용한 기기”라고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인터뷰를 하던 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근무자들이 휴게실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50분 근무한 뒤 갖는 10분의 휴식 시간이었던 것인데요. 시니어들은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권 씨는 “이곳에서 느끼는 행복은 여기서 일하는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부 동료들이 퇴직 이후 느꼈던 고독감을 센터에서 일하며 모두 내던지게 됐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는 이 센터에서 지내는 생활이 본인에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직장을 다닐 수 있다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시간을 쪼개 근무하고 새 경험으로 삶을 채움으로써 자신감을 얻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에게 에버영코리아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부탁하자,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즉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시니어들의 정원이에요. 제가 지금 여기 입사하려고 한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몰라요. 경쟁률이 꾸준히 올라 지금은 평균 20대 1이라고 들었어요. 할 수 있다면 가능할 때까지 일하고 싶어요.

권 씨가 건넨 명함 뒷면에는 그가, 그리고 에버영코리아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듯한 문구가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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