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이론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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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이론은 수조에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으면 미꾸라
지가 더 활발하고 건강해진다는 내용입니다. 환경이 가혹할수록 오히려 살아남으려는 욕구가 강해져 발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실제로 메기이론은 척박한 환경의 북유럽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18세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어민들의 주 수입원은 정어리의 한 종류인 청어였는데, 청어는 차가운 해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육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어장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수조에 넣어 항구로 가져오는 동안 잡힌 청어 대부분이 죽고 말죠. 죽은 청어보다는 살아 있는 청어의 가격이 훨씬 비쌌기 때문에 북유럽 어부들의 관심은 온통 ‘어떻게 하면
청어를 산채로 항구로 운반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런데 한 노르웨이 어부는 매번 살아 있는 청어를 싣고 항구에
도착해 큰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다들 비법을 궁금해했지만, 그 어부는 절대 비법을 공개하지 않았죠.
어부가 사망한 후에야 그 비법이 알려졌습니다. 바로 청어의 천척
인 메기를 수조에 풀어두었던 것입니다. 메기의 위협을 느낀 청어는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꾸준히 움직인다는 것이죠.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진이 두 개의 사육장을 만들어 메뚜기를 관찰했습니다. 하나의 사육장에는 메뚜기만, 다른 사육장에는 메뚜기와 천적인 거미를 함께 넣었습니다. 재미난 것은 거미의 입을 접착제로 붙였기 때문에 메뚜기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이렇게 기른 메뚜기들이 수명을 다해 죽자 사체를 각기 따로 모은 후 낙엽과 함께 땅에 뿌렸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90여 일이 지난 후 살펴봤더
니 거미와 함께 산 메뚜기의 사체에 뿌려진 낙엽이 그렇지 않은 메뚜기의 것에 비해 두 배나 덜 썩었던 것입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거미와 함께 있었던 메뚜기에게 영양물질
인 질소의 체내 함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소 함량이 낮으니 토양 미생물 성장이 억제되고, 결국 토양의 영양순환이 느려졌다는 설명이죠.
거미와 함께 있었던 메뚜기의 체내 질소 함량이 낮은 이유가 뭘까
요?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거미와 함께 있었던 메뚜기는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했죠. 그래서 메뚜기는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질소보다 몸의 에너지 출력을 신속히 높일 수 있는 고탄수화물 먹이를 우선 섭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미의 위협에서 언제든 도망가야 했으니까요.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가 몸의 구성성분까지 바꾸게 만든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