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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부터의 자유

조회수 2018. 6. 15. 14: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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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은 노동자들이 세금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을 뜻합니다. 내야 하는 모든 세금을 충당하는 데 걸리는 근
무일 수를 계산하는 방식이죠. 

1월 1일부터 세금해방일까지 버는 돈은 온전히 나라에 세금을 바
치기 위한 것이고, 이후에 버는 돈부터 내 지갑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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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세금해방일은 언제일까요? 자유경제원이 계산한 바
에 따르면 2017년 세금해방일은 3월 26일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들은 365일 중 84일은 오로지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뜻 이죠. 

이는 3월 20일이었던 2016년보다는 4일(휴일 제외)이나 길어진 수
치입니다. 이전 5년간의 세금해방일은 2015년은 3월 23일, 2014년 3월 22일, 2013년 3월 27일, 2012년 3월 25일, 2011년 3월 21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금해방일이 가장 짧았던 2016년에 국민들이 가장 행복
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정점이기도 했고요. 실제로 세금해방일이 짧아진 것은 세금이 감소한 덕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징수하는 근로소득세 규모가 최근
 5년 새 5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2011년 18조 8,002억 원에서 매년 약 2조 원씩 꾸준히 늘어 2015년에는 28조 1,095억 원에 달했죠. 

이후도 비슷한 추세로 추정됩니다. 같은 기간 국민순소득은1,082조 9,393억 원에서 1,254조 8,198억 원으로 약 172조 원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이 16%에 그치죠. 소득 증가율보다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세금해방일이 크게 길어져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 변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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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요? 세금의 누진율이 무력화됐기 때문입니다. 좀 더 명확히 이야기하면 근로소득세 이외의 재산세, 자동차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다른 세금 증가율이 그만큼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진율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소득이 늘면 각종 세금도 더 늘어나 세금해방일이 길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누진율이 약화돼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세금을 덜 내고 저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니 세금해방일이 짧아질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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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피디: 그렇다면 세금해방일은 선진국일수록 더 늦어지게 되나요? 
이 피디: 역시 똑똑하군요. 맞습니다. 세금해방일은 누진율을 철저하게적용하는 선진국일수록 늦고 후진국일수록 빠른 게 일반적이 죠. 2013년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7월 3일, 독일은 7월 8일, 프랑스는 7월 26일이고, 벨기에는 8월 8일로 엄청 늦어요. 
박 피디: 우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길군요. 이 피디: 그렇죠. 반면 키프로스(3월 13일), 인도(3월 14일), 알바니아(3월 25일) 등은 우리와 비슷해요. 세금해방일이 짧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죠. 복지사회를 지향하고 국민들 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진국일수록 세금해방일이 길기 때문에 ‘세금해방일의 역설’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박 피디: 재밌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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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디: 더 재미난 것도 있어요. 우리나라 역대 정부별 세금해방일은 어 땠을까요? 
박 피디: 아까 역설이라고 했으니 박근혜 정부가 가장 짧겠네요? 
이 피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김영삼 정부 마지막 해인 1997년엔 3월 15일이었는데 김대중 정부였던 2002년에는 3월 20일, 노 무현 정부였던 2007년에는 3월 30일로 갈수록 길어지죠. 하지 만 이명박 정부였던 2012년에는 3월 25일이었어요. 박근혜 정 부 마지막 해인 2016년에는 3월 20일이니 더 줄어든 셈이죠. 
박 피디: 보수 정부일 때는 줄어들었다가 진보 정부일 때는 늘어났군요. 
이 피디: 보수 정부일 때 세금해방일은 짧아졌죠.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졌잖아요? 이것만 보더라도 세금해방일이 앞당겨졌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죠. 
박 피디: 정말 그렇군요. 세금해방일이 길어지더라도 누진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면 서민들에게는 더 좋은 일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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