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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호갱이 되는 이유

조회수 2018. 5. 18.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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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키워드

정보비대칭이란 경제활동을 할 때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과 상대적으로 정보를 적게 가진 사람이 있을 때 생기는 문제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먼저 정보가 대칭적이라고 하면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게 될 뿐 실제로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과 정보를 적게 가진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을 생각해봅시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자신이 타던 차에 대해 잘 알겁니다. 엔진오일이나 타이어 등 소모품을 제때 잘 갈았는지, 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부품들은 잔고장이 없는지 등을 자동차 주인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차를 사러 온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라면 자동차를 보고 구석구석 어떤 곳에 문제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할 겁니다. 이렇게 파는 사람이 가진 자동차에 대한 정보와 사러온 사람이 가진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것을 정보비대칭이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정보비대칭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합니다. 이때 건강한 사람에게는 낮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아무래도 병이 나거나 사고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를 높게 책정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도 자신의 질병이나 몸 상태를 속이고 건강한 척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들 사이에서 정보비대칭 현상이 발생합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러프는 일찍이 이런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그가 1970년에 내놓은 ‘레몬시장’에 관한 논문은 비대칭정보의 문제를 꿰뚫어본 것이었죠. 정보비대칭 문제는 거래 상대방 가운데 어느 한 쪽이 더 좋고 또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때 생깁니다. 정보비대칭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시장은 이 문제 때문에 아예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정보비대칭이 발생하게 되면 대표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하나는 역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도적적 해이입니다. 두 가지 현상을 같은 걸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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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역선택 문제를 들어보겠습니다. 역선택은 정보비대칭 상황아래서 정보를 적게 가진 사람이 허접스러운 물건을 높은 가격을 주고 사게 되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앞의 중고차 시장의 예를 통해 보면 중고차를 사러 간 사람이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100만원 정도 하는 똥차를 500만원에 사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 중고자동차 판매를 하는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속고 사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역선택 문제만 나오면 중고차 시장을 예를 드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가격이 500만원 하는 시장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양심적인 사람이라 500만원 가치의 차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은 실제로는 300만원 정도하는 물건을 세차하고 외장을 예쁘게 단장해서 500만원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질이 안 좋은 사람은 100만원 가치의 물건을 500만원에 시장에 내 놓았다고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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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많은 사람들이 이 셋 중에 어떻게 하면 좋은 차를 잘 고를까 하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500만원 가치의 차를 내놓은 사람은 “이런 양심 없는 인간들 저런 똥차를 비싼 값에 내놓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다면 나는 700만원에 팔아야지“하면서 500만원짜리 시장에서 물건을 거두어 드릴 겁니다. 그리고 300만원짜리를 내놓은 사람은 ”야...나도 양심이 없지만, 나보다 더한 인간이 있네“ 하면서 ”그렇다면 나는 600만원에 내놔봐야지“하면서 또 500만원짜리 시장에서 물건을 거두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500만원짜리 중고차시장에는 실제로는 100만원인 자동차만 남게 되고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500만원을 내고 100만원짜리를 사가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역선택의 문제라는 겁니다. 결국 이 경우의 예를 보더라도 역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를 많이 가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음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살펴봅시다. 도덕적 해이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위기 때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기 시작한 단어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거래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전문경영인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경영자가 주주들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래서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자신의 배만 불린다면 이런 경우 도덕적 해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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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험계약에 있어서도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자동차를 험하게 운전합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를 하면 될테니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화재보험에 가입한 건물주는 화재 예방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불이나면 어차피 보험금으로 건물을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지원을 예상하고 더 위험한 곳에 투자해서 금융위기를 몰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험한 투자에 성공하면 보너스를 많이 받지만, 투자가 실패해서 손실이 나더라도 자신의 책임은 없고, 정부에서 부실을 해결해주기 때문이죠. 이 모든 것들이 바로 도덕적 해이에 해당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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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시장이 아니라면 정보비대칭은 불가피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정보를 적게 가진 사람들을 속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중 돈을 다주고도 허접한 물건을 사오는 역선택의 문제,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손실을 끼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개인 간에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정보비대칭을 이용해서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일으킨 다면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보일 겁니다. 정보를 제한하는 정부는 도덕적 문제를 가진 정부라는 것도 더불어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영학 박사 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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