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군산공장 폐쇄와 군산경제의 미래

조회수 2018. 4. 27. 11: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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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키워드 : 말뫼의 눈물

최근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있었습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놓고 강경노조와 생산성 저하의 이유를 든 회사 측과 GM의 글로벌 경영 과정에서 군산공장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 등 군산공장의 경쟁력을 일부로 약화시켜 정부 대상 협상카드로 쓰고 있다는 시민사회와 노조의 주장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GM은 군산공장 폐쇄에서 멈추지 않고 부평공장, 창원공장의 폐쇄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아예 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이면서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협상과 폐쇄 결정 이유에 대한 시시비비는 뒤로 하여도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가뜩이나 군산 현대중공업 가동중단으로 어려운 군산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군산의 경제 소식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경제용어가 ‘말뫼의 눈물’입니다.

말뫼의 눈물이란 스웨덴을 대표하는 조선 도시였던 말뫼가 조선업종의 침체로 도시의 경제사정도 극도로 나빠진 이야기를 말합니다. 1980년대까지 글로벌 조선업계의 강자는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의 주도권이 198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가 국가로 넘어가면서 북유럽 국가들의 조선업은 급속도로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특히 말뫼에는 ‘코쿰스 크레인’으로 불리는 말뫼의 조선업을 상징하는 초대형 크레인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름이 ‘코쿰스 크레인’이어서 그렇지 코쿰스라는 회사는 1987년에 이미 파산한 회사였습니다.

‘말뫼의 눈물’은 2002년 ‘코쿰스 크레인’을 인수했던 덴마크 회사 BWS(Bumeister Wain Ship)도 조선업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는 과정에서 코쿰스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과정에서 붙여졌습니다. 2002년 9월 25일 도시의 자존심이었던 코쿰스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려나가면서 유명해졌고 바로 그날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한 것이 말뫼의 눈물의 전말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코쿰스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매입했지만 크레인의 해체와 운송과 관련된 비용을 모두 자신들이 부담하면서 총 220억 원을 지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말뫼 시민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한국이 ‘울산의 눈물’ ‘군산의 눈물’로 처지가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말뫼의 눈물’로 유명했던 스웨덴의 말뫼는 그 다음 어떻게 되었을까요? 말뫼가 어떻게 구조조정을 했고 그리고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뫼의 과거나 군산, 울산, 거제의 현재가 되었기에 말뫼의 미래가 군산, 울산, 거제의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뫼는 조선소가 문을 닫자 도시 인구의 10%인 2만 7000명이 거리로 내몰리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이때 정부가 펼친 정책이 중요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우선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바닷길로 잇는 7.8㎞의 ‘외래순대교’라 불리는 다리를 건설했습니다. 대규모 공공투자로 실업자를 흡수해 해고 노동자들의 삶부터 챙긴 겁니다.

그리고 조선업의 연명을 위해 썼던 재원을 과감하게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했습니다. 현재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입니다. 이 덕에 말뫼는 유럽을 대표하는 생태 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복지 시스템이 힘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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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뫼는 ‘말뫼의 눈물’이 아니라 ‘말뫼의 터닝’이라는 말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을 대표하는 친환경 에코시티 말뫼를 가리키는 제1의 수식어도 ‘눈물의 도시’가 아니라 ‘내일의 도시(City of Tomorrow)’인 겁니다.

말뫼를 상징했던 코쿰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자리에는 ‘터닝 토르소’라는 고층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북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디자인의 건물’이라는 칭송을 받는 터닝 토르소는 최소의 탄소배출량과 최대의 효율적 에너지 관리로 그 명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비교해봐야 하는 것은 바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해낸 스웨덴과 잃어버린 25년을 보내고 있는 일본의 정책을 비교하는 겁니다. 스웨덴 정부는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한 도시의 문제로, 또는 한 산업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제조업의 쇠퇴와 고령화의 흐름에 맞서 정부는 강도 높은 연금·복지제도 개혁을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스웨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 2만 9794달러에서 지난해 4만 8966달러로 크게 늘었습니다. 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3%에서 43.9%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선진국에선 좀처럼 찾기 힘든 사례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은 국가채무 비율이 67%에서 245.9%까지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보면 “일본은 제조업의 힘이 강한 반면 정치적 리더십은 약해 구조조정이 계속 지연됐다”며 “이로 인해 경기부양이라는 단기처방에만 의존하다 잃어버린 20년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처방을 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말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겁니다. 1) 사양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 해서 국가의 한정된 자원이 비효율적인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 산업 구조조정을 하되 근로자들의 삶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근로자가 곧 소비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3)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합니다. 이를 위해 비효율적인 곳에 투자되던 한정된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4) 여기에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개혁을 통해 척결해야 합니다.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말뫼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눈물의 도시’에서 ‘내일의 도시’로 거듭났듯이 최근 제조업 침체 및 구조조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군산, 울산, 거제 등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내일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봅니다.


경영학 박사 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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