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끼를 던져븐 것이고 _ 부두 경제학

조회수 2018. 4. 6. 11: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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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키워드

경제학자들은 국가 간의 자유무역이 경제적 풍요를 가져온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자유무역이 계층 간 양극화를 불러와 소수의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지는 몰라도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난해져 행복도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 누적된 불만이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을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유무역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믿고 있죠, 마치 종교적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말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마치 주술에 걸린 것 같다 해서 Voodoo(부두)라고 부릅니다. 

부두(voodoo)는 미국 남부에서 행해졌던 일종의 주술적 종교를 말하는데, 이것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것이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 즉, 미신 경제학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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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경제학은 정부가 공약과 정책을 내걸지만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국민을 기만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사용됩니다. 

부두 경제학이 세상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1980년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문입니다. 

당시 적극적인 감세 정책으로 기업에 돈을 퍼 주면 그 돈이 경제를 성장시켜 온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낙수효과를 공식적으로 주장한 이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데 공화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그의 이런 낙수효과 주장은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 후보가 레이건을 향해 “감세를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고요? 그건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 올리는 일일 뿐 알맹이는 전혀 없는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입니다!”라며 맹공을 퍼부은 것입니다. 

낙수효과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술적 믿음이나 미신에 가깝다는 게 이 경쟁후보의 지적이었습니다.


이 경쟁후보가 누구였을까요? 

바로 레이건의 뒤를 이어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지 부시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아버지 부시 말입니다. 

낙수효과의 미신적 성격을 가장 먼저 꿰뚫었던 이가 바로 아버지 부시였다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습니다.

후일담이지만 레이건으로부터 러닝메이트로 지목돼 부통령에 오른 부시는 “나는 레이건 대통령의 발언을 부두 경제학이라고 비판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그러나 NBC가 부시의 이 발언 모습을 방송에서 틀어버리자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라고 말을 바꿨다고 합니다.

우리 경제에도 부두 경제학이 만연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입니다. 

낙수효과란 기업이 잘 되면 그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이를 통해 고용도 증대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낙수효과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낙수효과가 말대로 잘 나타났다면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하나 법인세 인상과 관련된 겁니다. 

법인세를 인상하자고 하면 인상을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알고 있잖아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법인세는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겁니다." 

사실 이 말 그 자체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어 보입니다. 법인은 법률로 만든 인격체이기 때문에 법인이 조세부담을 질 수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법인세의 부담이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지워진다는 말 그 자체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들리지만, 엄밀한 이론적 검증을 받은 주장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만 보면 법인세는 상품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수도 있고, 임금 하락을 통해 근로자에게로 전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가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전가되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경제학 연구가 활발한 미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드문 상황입니다.


따라서 법인세 부담이 서민들에게로 전가된다는 것은 이론적 가능성에 그치는 말일 뿐, 실증분석을 통해 확립된 이론이 아니란 겁니다. 

즉,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그것이 실제로 입증된 사실인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을 왜곡한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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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주술과도 같은 명제들이 넘쳐납니다. 

문제는 경제참가자들이 아무런 효험도 없는 그 주술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주술은 주술일뿐 현실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앞으로는 우리 모두 주술이라고 하는 미몽에서 깨났으면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똑바로 보고 진정한 우리 속의 부조리들을 깨쳐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더 이상의 위기가 깊어지지 않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낙수효과 보다는 분수효과를, 법인세 인하보다는 법인세 인상을 통해 국가재정의 튼실히 하고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적 신뢰가 쌓이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주술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옳은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경영학 박사 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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