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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견문록 ③] 인공지능시대! 기업도 정부도 디지털 몸짱이 돼야 한다

조회수 2017. 10. 20.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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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imes=유경상 SK플래닛 Biz혁신실장
필자 유경상은 구글 코리아에서 소비자 마케팅 총괄 업무를 했다. 이후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부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했고, 다시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구글의 차세대 광고상품인 'AdWords Express'의 글로벌 전략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SK플래닛에서 Biz혁신실장을 맡아 전사 전략 및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혁신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리더를 선정해 수상하는 아이젠하워 펠로우쉽에 한국을 대표하여 선정되었다. 아이젠하워 재단의 초청으로 ‘인공지능이 경제/사회/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17년 4~5월 두 달 간 뉴욕, 시카고, LA, 워싱턴DC 등 11개 도시를 방문해 100여 명의 정부 및 학계, 기업의 리더와 전문가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글은 그 탐방 보고이다.

인공지능이 무서운 것은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고성장 시대라면 그 충격이 덜한 텐데 말이다. 여기에다 인구고령화까지 겹쳐있다. 인공지능 경쟁은 곧 자동화 경쟁이다, 이 자동화 경쟁을 통한 자본생산성 증대는 기업에도, 산업에도, 국가적으로도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다.

① 격차를 가속화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만 봐도 인공지능 선두인 아마존이 기존 유통시장을 모두 잠식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도입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접근방식에서 많은 문제가 감지된다.

첫째, 목적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소위 ‘뜨는 기술’이라고 하니 무조건 적용하고 보자는 심리다. 인공지능은 기술이자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인공지능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보다 ‘무슨 문제를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둘째, 챗봇, 스피커, 드론 등 눈에 보이는 결과만 좇는 것도 문제이다. 사업 목적에 따라 챗봇과 스피커를 만들어야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90% 이상은 안 보이는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더 큰 임팩트를 가지고 온다.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하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뭐가 바뀌는 건데?’ 인공지능을 적용한다고 외형적으로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더 나아진다. 비용이 줄고 정확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인공지능의 힘이다.

② 기업은 디지털 몸통부터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몸통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 해도 인공지능이 내린 결론을 실행(action)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이 가장 발달한 회사는 구글이다. 어느 회사보다 장애물을 빠르게 인식하고, 멈춰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에 가장 앞선 회사는 테슬라다.

테슬라 자동차는 핵심기능인 전진·후진·회전이 디지털화돼 있다. 구동계 전체가 전자기식이다. 그래서 자동차에 심어진 인공지능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렸을 때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리는 속도가 구글보다 조금 느릴 수 있지만 이 판단을 받아 구동계가 브레이크를 밟는 동작은 더 빠르다. 다른 기술기업들이 더 뛰어난 두뇌(알고리즘)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상용화에 있어서는 테슬라가 앞서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런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자원(asset)의 디지털화이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 이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생산기기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실행(operation)의 디지털화이다. 재무, 회계, 인사관리, 고객, 파트너 등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디지털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데이터를 다시 축적하고 관리해야 한다.

셋째, 노동력(workforce)의 디지털화이다. 이는 ‘기계를 가르치고 사람을 가르쳐라’(Teach Machine, Teach people)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입력해 머신러닝으로 인공지능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운용할 인력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직원 교육(teach people)이다. 

넷째,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 필요하다. 현재 인공지능 연구의 선두를 달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외부의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인공지능은 초기 단계이다. 완성된 형태의 기술이 없다. 따라서 기업은 완벽한 기술을 기다리기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변화에 민감하고 속도가 빠른 스타트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다.

다섯째, 인공지능 사업을 담당할 명확한 담당자(change agent)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지능 도입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술과 사업을 모두 이해하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기술만 이해하는 전문가는 최신기술 적용에만 집착할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을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덫에 걸릴 수 있다.

③ 정부는 ‘그 다음’ 일자리로 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에 따른 빈익빈부익부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다. 너무 많은 직업, 너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부의 편중화가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심의 평생직장, 주입식 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은 그 충격이 더 클 것이다.

결국은 일자리 문제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한다면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변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자리에서 중요한 문제는 개수가 아니라 ‘그 다음의’ 일자리로 갈 수 있는 유연성을 많이 가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접근은 직업을 구제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를 구제하는 것(Don’t save the job, but save the worker)이 돼야 한다. 이런 일자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 니즈에 더 빨리 움직인다. 대기업에서 30년 일한 사람은 그만두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기업 일의 절반 정도는 시장에서 필요한 일이기보다 조직에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벗어나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또한 교육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미국은 지역별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4년 공부한 것으로 평생 먹고사는 게 불가능해졌다. 근로자들은 개인적으로 배울 수 없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모든 대처를 정부가 제대로 하려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력의 디지털화가 중요한데 오바마 정부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오바마 정부가 대응을 잘했다. 어떻게 했나 봤더니 실리콘밸리 인재들을 대규모로 활용한 것이다. 일종의 교환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구글 등 실리콘밸리 IT기업에서 일을 잘 한다는 인재를 뽑아서 6개월, 1년 특정부처로 보내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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